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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걸 ㅣ 고스트 걸 1
토냐 헐리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삶 속에서 변화하고 사랑 속에서 변화한다
변화할 때, 우리는 끝나지 않는다. 사람은 변한다. 완전히 변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감정에 맞춰 자신의 형태를 찾아간다.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그저 물 흐르는 대로 맡겨두는 것이 이 자연스러운 과정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다. 만사에는 적절한 시간과 장소가 있다. 삶의 한 시점에서 우리는 어떠한 사람이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은 사라지고 다른 사람으로 변할 기회가 온다. 운이 좋다면 누군가를 사랑할 때도. -326쪽
학창시절, 누구나 주목받기를 원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를 원한다. 사춘기를 겪으며 누군가를 좋아하는 순수한 사랑에 날듯이 기뻐하기도 하고, 마치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좌절하기도 하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주인공 샬럿 역시 인기인을 꿈꾸던 존재감 없는 소녀였다. 흔히 ‘왕따’로 통할만큼 그들에게 샬럿은 그저 그림자와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런 샬럿에게도 좋아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것도 학교에서 킹카로 알려진 데이먼. 그녀는 데이먼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무던히 노력을 하지만, 번번이 좌절하고 만다. 그러던 중 기막힌 타이밍으로 그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킬 결정적인 사건이 터진다. 그 사건으로 인해 샬럿은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고, 앞으로의 가능성에 자그마한 불씨를 키운 듯 기뻐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 그녀는 죽어서까지도 그를 포기하지 못한다. 수없이 그의 곁을 맴돌며 안타까운 마음을 키워나간다. 더불어 죽은 이들이 함께하는 유령학교에 들어가게 되지만, 거기에서 조차 적응을 해나가지 못한 채 미움을 받게 된다. 그러다 학교의 인기인이자 데이먼의 여자친구인 페튤라의 여동생인 스칼렛이 자신을 볼 수 있음을 깨닫고 빙의를 시도하기에 이른다.
어찌 보면 학창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고 바라게 되는 상황이다. 외적인 미가 중요시되고, 왕따인 그녀는 그 어디에도 낄 수가 없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 죽어서까지 인기인이 되고 싶어 했던 절박함. 자칫 진지하게 다가올 법한 죽음과 왕따 등의 문제를 코믹스러운 상황 전개와 간결한 문체를 통해 무겁지 않게 풀어나갔다는 점이 좋았다. 더불어 그 속에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문제를 스스로 깨닫게 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어 아주 유쾌했다. 하나같이 유령학교에 모인 유령들에게는 죽음에 얽힌 사연이 있었고, 그것은 곧 자신의 문제점이었다. 처음 샬럿은 죽음보다 살기를 간절하게 원했고, 무엇보다 데이먼과의 가을파티에 가길 진심으로 소망했다. 결국 그것을 이루기 위해 빙의까지 하게 되고, 다른 유령 친구들의 심기를 건드려 위험천만한 일을 벌이기도 한다. 어쩌면 이 모든 것들 또한 자신의 진실 된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겪게 되는 좌절이 아니었나 싶다. 결국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진정한 것을 깨닫는 샬럿의 모습과 마지막 그들의 파티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빠르게 읽히는 글이며 동시에 무겁지 않은 글로 누구나 부담 없이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