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법칙 민음사 모던 클래식 35
러셀 뱅크스 지음, 안명희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지독하게 암울하고 쓰라린 고통의 소용돌이를 이처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첫 감정이었다. 주인공 채피(본)는 양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친어머니에게 마저 수모를 당하다, 결국 집에서 쫓겨나 배회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때부터 채피(본)의 인생은 다이나믹하게 전개되고, 이보다 더 할 수는 없겠다,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게 이어진다. 헌데, 그 고통과 아픔의 청춘을 어쩌면 무미건조하면서도, 깔끔하게 나열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가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일체 감정적인 부여 없이 자신의 이야기이지만,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를 다시금 전해주는 양 침착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인지 읽는 내내, 오히려 내 감정에 더 충실하게 반응하고, 함께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마치 채피(본)의 인생은 외줄타기와도 같아 보였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위태로운 모습. 하지만 그는 자신을 찾기 위해 나아갔고, 자신의 결정과 믿음이 자신의 인생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단계, 한 단계 고통과 시련, 좌절을 맛볼 때마다 누구나 성장하듯, 그렇게 채피(본)도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있었다. 아니, 어른이라기보다는 성숙한 자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일지도- 그리고 이 같은 모습들은 내게 또 다른 채찍질을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너무나 나태하고, 인생의 전환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채피(본)의 그 바닥까지 치닫는 어두컴컴한 세상을 마주하노라니, 절로 부끄러워 고개가 숙여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자신을 마주하고, 내 자신의 인생은 내 스스로 결정짓는다는 것이 크게 와 닿았다.  


너무도 두툼한 책의 무게만큼이나 묵직하고 속 깊은 이야기는 읽는 내내, 그리고 읽고 나서도 내게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깊이 있는 감정을 안겨주었다. 그(채피)와 함께 한 시간 내내 여러 번 감정의 기복을 경험하면서, 참으로 재미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한 번 겪기도 힘든 인생살이의 고통을 바닥까지 느낀 그에게는, 앞으로의 인생이 참으로 아름답게 빛나지 않을까 싶다. 때문에 우리 역시 인생의 절망이나 고통이 찾아오더라도, 그 아픔 뒤에 올 성숙하고 깊이 있는 자아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보통 클래식 종류는 잘 접하게 되지도 않을뿐더러, 모르는 것도 많았는데 역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기회에 모던 클래식 종류를 더 많이 접하고 싶은 욕심 역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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