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다 읽고 난 뒤에, 가슴 깊게 느껴지는 깨달음은 없었지만 뭔가 아련하게 펼쳐지는 단편들은 결국 어떤 한 사건의 찰나지만 그것이 결코 복잡하지 않은 것이었다. 굉장히 가볍고 단순해 보이지만, 끝내 그 단편들은 내게로 침투해 미세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었다. 미치게 밀려드는 공복감에 문득 빵가게를 습격했던 옛 기억을 아내에게 토로한 뒤, 함께 맥도날드로 재습격을 하게 된 부부의 이야기인 <빵가게 재습격>을 시작으로, 갑자기 소멸해 버린 코끼리와 사육사의 관한 이야기를 담은 <코끼리의 소멸>, 유독 친밀했던 남매 사이지만, 여동생에게 약혼자가 생기고부터 작고 크게 갈등을 빚게 된 <패밀리 어페어> 그리고 쌍둥이 자매가 등장한 잡지 광고 사진을 우연찮게 발견하면서 찾아오는 심적 변화를 그린 <쌍둥이와 침몰한 대륙>, 일주일 동안 있었던 사건의 메모를 일기로 남기는 남자에게 일어난 하루 간의 기억을 다룬 <로마제국의 붕괴 1881년의 인디언 봉기 히틀러의 폴란드 침입 그리고 강풍세계>, 마지막으로 원하지는 않았지만 집에서 살림을 하는 남자에게 10분 동안 서로를 알아가자 하는 모르는 여자에게 걸려온 전화와 고양이의 부재에 대한 <태엽 감는 새와 화요일의 여자들>까지.


다채로운 단편들은 꽤나 빠른 속도로 읽혔다. 한 편마다 특유의 묘한 매력이 묻어나는 작품들이었다. 특히나 첫 작품인 <빵가게 재습격>부터가 상당히 유쾌했다. 밤에 찾아오는 공복은 특히나 참기가 더 힘들다. 하지만 그들이 느낀 공복은 그 이상이었다. 도저히 참아내기가 힘들 정도로 말이다. 그것은 아내의 말을 빌리자면 일종의 저주였던 것이다. 재습격을 통해서만 풀릴 수 있는. 그런 발상이 유쾌했고, 우리네 인간들은 언제나 수많은 공복감을 느끼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일종의 저주인지는 모르겠지만, 늘 많은 것이 부족하고, 갈구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 밖에 <로마제국의 붕괴 1881년의 인디언 봉기 히틀러의 폴란드 침입 그리고 강풍세계> 역시 독특한 매력을 담아냈다. 이 단편집들을 읽은 독자들 중 눈여겨 본 사람이라면 등장인물의 이름으로 자주 등장하는 '와타나베 노보루'의 존재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비단 나 역시 마찬가지다. <코끼리의 소멸>에서 사육사의 이름으로 등장하더니 끝의 단편 <태엽 감는 새와 화요일의 여자들>에서는 급기야 고양이의 이름이 된다. 무슨 상징적인 존재인가 싶을 정도로 궁금증이 일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세계적인 작가로, 그 만큼 그의 글에 열광하는 독자들은 무수히 많다. 나는 그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독자는 아니지만, 그의 글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느끼는 편이다. 이번 단편들은 대개 짧은 사건과 일상을 풀어놓으며, 그 속에 감정적 결여 내지는 사회적, 혹은 인간이 지니고 살아야 할 보편적인 부분을 쭉 나열한 느낌이 드는데, 그런 것이 마음에 들었다. 뭔가 인생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순간순간을 캡처해서 깊이 파고든 느낌이랄까. 전반적으로 나른한 느낌이 드는 작품들이었다. 다시 한 번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날카로운 안목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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