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하우스 플라워 - 온실의 꽃과 아홉 가지 화초의 비밀
마고 버윈 지음, 이정아 옮김 / 살림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식물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랑하긴 하지만, 화초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무지하긴 하지만, 그것들이 얼마나 매력 있고 생기 넘치는지는 알고 있다. 그것만큼 자연스럽고도, 인생의 면모를 보여준다는 것 역시 말이다. <핫하우스 플라워>의 그녀 릴라는 화초에 대해서 무지할뿐더러 일말의 관심조차 갖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러던 그녀가 우연찮게 다양한 화초와 열대식물을 팔고 있는 엑슬리를 마주치면서 인생의 변화가 찾아온다. 우연찮게 ‘극락조화’라고 하는 열대식물을 구매해 애지중지 키우게 된다. 극락조화의 잎사귀를 소중한 손길로 쓰다듬고, 그에게 말을 건넬 때면 어느새 평온해지고, 마음의 안정이 찾아들었다. 4년간의 결혼 생활에서 이혼이라는 끔찍한 결말을 맞이한 그녀는, 사회적으로는 인정받는 카피라이터로써 성공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사랑에서는 전혀 그러하지 못했다. 때문에 그녀는 공허하고 빈껍데기의 삶을 산다고 여겼고, 그런 그녀의 마음은 극락조화를 키우면서 위로받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그녀가 극락조화를 키우게 된 것 역시 엑슬리에 대한 흑심 때문이었지만, 아무쪼록 그녀에게 처음으로 화초에 눈을 뜨게 해준 것은 엑슬리의 몫이 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던 중 그녀는 우연찮게 길을 가다 마주친 빨래방 안의 풍경에 넋을 잃고 만다. 구석 구석을 감싸고 있는 식물들과 바닥을 포근하게 감싸주고 있는 이끼들. 도무지 빨래방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광경에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발길을 들여놓게 된다. 무엇보다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엑슬리에게서 받은 책자에서 본 것과 같은 ‘나비단풍’때문이었다. 그것이 귀한 것인지는 몰랐지만, 아무쪼록 그녀의 시선을 끈 건 확실했다. 그때부터였을까. 빨래방 주인인 아르망과의 인연이 닿은 것이 말이다. 그녀는 아르망에게서 나비단풍의 가지를 받아와 그 가지에서 뿌리가 자라게 된다면, 신비스러운 존재인 아홉가지의 화초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조건을 받아왔다. 엑슬리와 아르망에게서 아홉가지의 신비스러운 화초의 얘기를 접하게 되면서 어느덧 그녀에게 화초는 좀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결국 여러모로 그녀가 저지른 사건들은 그녀의 인생을 또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그것 역시 그녀의 선택이었겠지만, 아무쪼록 내가 보기엔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 아니었나 싶다. 그녀를 단단한 끈으로 불러들인 어떤 강력하고도 향기로운 운명 말이다.



결국 멕시코로 날아간 그녀에게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은 그녀를 송두리째 바꿔 놓기에 이른다. 아홉가지의 화초와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아니 이름조차 없는(이미 멸종된 것이라 알려진) 열정의 화초까지.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다양한 화초들을 찾아나서는 광경을 보는 내내 마치 영화를 보는 듯 머릿속으로는 아름다운 광경이 흘러들었다. 푸르른 열대우림을 배경으로 그 곳에서 만난 디에고와 그녀. 그리고 아르망과 엑슬리의 모습까지. 자연 속에 놓인 화초들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아름다운 향기와 매력적인 자태의 모습이 아른거려왔다. 줄리아 로버츠 주연으로 영화화된다는 것으로 책을 덮는 것에 있어 아쉬움과 기대감으로 벅차올랐다. 어떤 영상으로 풍족하게 차오른 기대감과 아름다움을 채워줄지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 어쩐지 책을 읽는 내내 그녀의 모습이 줄리아 로버츠로 겹쳐 보이는 통에 이미 내 머릿속에서는 한 편의 영화가 시작되는 듯 했다. <핫하우스 플라워>는 참으로 아름다운 소설이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화초에 관심이 없던 사람일지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절로 화초에 대한 관심이 솟구치게 될 것이다. 비단 나 역시 그러하다. 화초를 가져다 집에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생생하게 집안을 빛내 줄 수 있으리라. 인간들의 이기심과 욕심, 질투, 욕망, 외로움, 허망함 등 다양한 악한 기운을 몰아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연은 그 만큼 우리에게 고마운 존재이자, 너무도 많은 것을 선물로 주고 있지 않나 싶다. 고맙다는 말로는 다 할 수 없을 만큼 말이다. 읽는 내내, 읽고 난 뒤에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작품이었다. 이제는 길을 가다가도 화초나 식물을 마주치면 쉽게 지나치지는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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