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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한차현 장편소설
한차현 지음 / 문이당 / 2010년 6월
평점 :
책을 읽기에 앞서 책의 앞면, 뒷면 할 것 없이 모조리 읽고 보니, 어쩐지 기괴하고 독특한 소설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표지에 떡 하니 자리하고 있는 외계 생명체와도 같은 그림이 그 사실을 더 없이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었다. 더욱이 400페이지가 넘는 어마어마한 양에 다소 겁이 난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앞 페이지를 넘겨 한 장, 한 장 읽어내려 갈수록 더없이 기괴해지고, 난해해지는 내용에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주인공은 목사인 한차연, 그는 한 점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는 깨끗하고 반듯한 기독교인이다. 그의 아내 역시도 기독교인으로서 솔직하고, 당당하고 야무진 사람이다. 이 두 사람에게 닥친 것이 과연 이들이 말하는 운명인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앙상하게 마르고 어딘지 아파보이는 A는 목사인 차연에게 자신의 실제 모습을 선보임과 동시에 그에게 특권을 주기에 이른다. 우주 밖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 그는 오래도록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기어이 이 기회를 잡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와 더불어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은 아내와도 함께 떠나게 된다. 여기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들은 허무한다르안한다르라는 앎의 탑이 있고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도서관이 있는 곳을 선택해 우주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 곳에서의 일정은 이들에게 너무도 부족한 것이었다. 이 많은 자료 속에서 그들은 하느님의 동영상을 보게 되며 아내는 결국 남편만 먼저 돌아갔다 오라고 한 뒤, 자신은 이곳에 남겠다고 한다. 여기서부터 남편과 아내의 운명은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치닫게 된다.
우주여행. 나 역시도 허무맹랑하고 다소 기이한 현상과 이야기에 많은 매력을 느꼈던 터라 혹했던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알 수 없는 곳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갖고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인지 이들의 우주여행 부분이 독특하고 재미있었다. 누구나 자신에게 그런 특권을 주겠다며 기회를 부여한다면 쉽게 거절하지는 못했으리라. 인생의 단 한번뿐인 기회를 말이다. 차연 역시 그런 것이다. 후에 차연이 다시금 아내를 찾기 위해 방황하고 고생하는 부분은 안타깝고 가엾기까지 했다. 또한 누구하나 아는 이 없는 낯선 땅에 놓인 아내 역시도 얼마나 공포에 떨었을까 싶기도 했다. 결국엔 이것이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모를 결말을 불러일으켰을 때에는 나도 모르게 힘 빠지는 탄식이 새어 나왔다. 도대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 그토록 언급하는 운명인가 하고 말이다. 아내는 재회의 순간에서 남편에게 ‘운명’이라는 말을 많이 언급한다. 이 역시도 운명이고, 후회나 아쉬움은 없다고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은(지금 현재까지도) 모두 정해진 운명이었다고. 과연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인가? 운명이라는 것으로 합당한? 사실 난 종교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의 그 관점이나 생각이 내겐 다소 어리둥절했으며 이해 불가능한 부분이 많았다. 운명으로 결론지어 그간의 일들을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도 그러했고, 글의 상당 부분 등장하는 종교에 대한 부분 역시 그러했다. 그래서 인지 이 책을 읽는 데 더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작가의 글은 처음 접하지만, 그 처음 접한 충격이 상당하다. 애초에 그 정도의 각오를 하고 읽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상당히 기괴하고 재미있으며, 난해하고 충격적이다. 마지막 구절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목사의 앞날을 암시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그것을 끝으로 이 책의 결론에 사뭇 고민 아닌 고민을 해야 했던 것도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목사와 아내의 운명을 비롯해서, 지구로 돌아온 목사의 운명까지.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운명이라는 굴레 안에서 새로운 탄생을 의미하는 것일까. 공상 과학 같은 느낌이 종교의 조합이라니. 정말이지, 참 난해하다. 아무쪼록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덕에 저자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여러모로 내겐 참 신선하고 재미있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