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극한기
이지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청춘이란 무엇인가. 청춘이야말로ㅡ 여름의 뜨겁게 작렬하는 태양보다 뜨겁고 봄의 싱그러움을 노래하는 풀빛보다 푸르른 것이다. 청춘의 열정과 꿈이야 말로, 이 세상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 만큼의 값지고 놀라운 잠재력이 되는 것이다. 그 청춘의 단연 으뜸이야말로 사랑이 아닐까 싶다. 설레고 풋풋한 감정 속에서 시작되는 가슴앓이와 애틋함. 절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그런 점에서 <청춘극한기>는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한 때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신종플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내 러브 바이러스를 만들어 낸 것! 그 바이러스에 걸리면 마치 사랑을 하는 사람처럼 가슴이 콩닥콩닥 떨리고, 얼굴이 발그레해진다. 이 얼마나 귀엽고 놀라운가.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바이러스지만, 어디까지나 그 시초와 발단과정이 나는 너무도 앙증맞다고 생각한다.



시나리오 작가(반 백수)인 오택선, 그녀는 우연찮게 스타벅스에서 소개팅으로 미키마우스의 아버지 남수필을 만나게 된다. 그때부터 사건이 시작된다. 남수필은 과학자로서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사람이다. 소개팅이 있은 후 그녀를 찾아와 마치 갓 사랑에 빠진 열렬한 남아의 모습을 보인 뒤 그는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유언과 사과, 그녀가 찾아야 할 사람을 일러준다. 그녀는 그에게서 G-10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를 도와주러 나타난 남수필의 동료 이균과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실로 그녀에게 있어서 이 상황은 지지리도 복도 없고 운도 없는 상황일지 모른다. 하필 간만에 한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와 별다르게 진전된 일도 없이 그저 그가 먹던 토란국을 먹었다는 이유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다니 말이다. 이 바이러스의 증상 중 또 하나는 예전의 추억을 실제처럼 마주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좋은 기억이 될 수도 있고, 나쁜 기억이 될 수도 있다. 아무쪼록 골목을 지나가다가 초등학교 때의 내 모습을 훔쳐보기도 하고, 느닷없이 치욕스러웠던 예전의 그 순간과 맞닥뜨리기도 한다. 그녀는 다소 몽환적인 상태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바이러스와 싸워나갔다.



인생이란 것이 이런 것이 아닌가. 그 누구도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죽음을 예측할 수 없듯이, 모든 인생의 운명도 이렇게 알게 모르게 무턱대고 다가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죽음과 가까운 연상선상에 있는 것이라면 결코 반가울리 만무하다. 더욱이 한창 청춘의 늪에 빠져 있을 나이라면 말이다. <청춘극한기>는 말 그대로 재밌는 책이다. 때문에 가볍게 넘기기 쉬울 법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 속은 진지하고 꽉 찬 진실로 똘똘 뭉쳐있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이야말로 저자가 푸르른 청춘들에게, 암울하고 위태로워 보이는 우리네 청춘들에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지나고 나와 생각해보면 그때만큼 아름다웠던 적도, 그때만큼 용기백배로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있었던 적도 없었거늘, 그 당시에는 왜 그리도 모든 게 두렵고 암담하고 지쳤는지 모르겠다. 뜨겁게 열정이 불타올랐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무서웠다. 모든 것이. 하지만, 말 그대로 청춘이 아닌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당신만의 아름다운 청춘.



꼭 청춘이라는 제목이 들어간 책을 쓰고 싶었다는 저자는, 그 청춘 중에서도 꼭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암울한 청춘 이야기를 들춰내고 싶었다 한다. 나 역시도 그렇게 콕 집어준 의도가 마음에 들었다. 더욱이 요즘의 청춘들은 아마도 이 러브바이러스가 진심으로 필요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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