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의 삶, 한 시간의 사랑 리처드 칼슨 유작 3부작 3
리처드 칼슨 외 지음, 공경희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제목을 읽는 순간, 전체적인 느낌이 파악되었다. 그와 동시에 알싸한 감정이 생긴 것이다. 한 시간. 60분이라는 그 짧은 시간을 가늠하며 되새겨 보느라 한참을 공상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순간순간이 이상하리만치 힘들게 느껴졌다. 얇은 책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읽어내려 간 시간은 찰나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 찰나들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고 더디게 다가오던지. 그리고 그 더딘 시간 속에서 얼마나 많은 영감을 불러 일으켰던지. 그 모든 것들을 감내하며 읽어내려 가느라 꽤나 버거웠던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앞서 던지고 있는 질문들, 한 시간만 살 수 있다면. 한 사람에게만 통화를 할 수 있다면. 그러한 전제 조건 때문인지 이제껏 내가 살아온 짧은 삶과 추억들을 꺼내 보아야 했기 때문인지 다소 힘든 경우도 있었다. 더욱이나 이 책이 내게 뼈저리게 다가온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만약 지금의 내 상황에서 이 책을 읽지 않고, 그저 평범한 나날 속에서 읽었더라면 지금처럼 큰 감명을 받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 상황은 지극히 달랐고, 이 책에 담긴 내용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처지였다.

 

저번 주에 아버지께서 갑작스런 사고를 당하셨다. 그 때문에 남들에게는 즐거웠을 크리스마스가 내겐 지나치게도 사치스러운 악몽과도 같은 기억에 불과했다.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를 병원 창밖으로 바라보니 그것이 얼마나 허무하고 부질없게 느껴지던지. 지금에야 많이 건강해지셔서 다행이지만 그 당시에 내가 느꼈던 그 암담함과 처절함은 영영 잊지 못할 것이었다. 늘 건강했던 분이셨기에 병원 한 번 다녀보지 않은 나였다. 그것은 부모님을 비롯해 나 역시도 그랬다. 그래서 인지 병원의 그 삭막한 기운을 감지하고 나니 덜컥 겁이 났던 것이 사실이다. 그 순간, 늘 언제 떠날지도 모르는 세상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그 순간 아버지께 못 해드린 것만 생각이 나서, 부질없는 후회와 잘못을 빌어야 했다. 때문에 이 책은 내게 있어 더 없이 소중한 것이었다.

 

늘 한 시간 남은 것처럼, 이 인생이 한 시간 후면 막이 내린다는 생각으로 산다면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까. 유명한 말로 그런 말이 있다.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라고 말이다. 이 구절을 읽고 나면 누구나 ‘그래, 이제 부터는 정말 열심히 살아야지!’하고 굳게 다짐하고는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다. 어차피 내일 죽지는 않으니 이것은 또 다시 기약 없는 다짐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늘 후회 없는 인생을 살려고 노력하고 애쓴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스스로의 위안이었고 자기합리화였던 것이다.

 

이젠 조금 다르다. 아버지를 간호했던 병실에서의 내 모습을 기점으로,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새로운 내 모습으로 인생을 살 것이다. 늘 최선을 다해 살아보고 싶다. 무슨 일이든 열정을 쏟아내고, 즐기며, 그렇게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싶다. 한 시간 밖에 남지 않은 인생을 사는 것처럼 말이다.

 

주인공 리처드 칼슨이 아내 크리스틴에게 준 편지를 읽으며 오랜만에 가슴 속 깊이 따뜻함과 아련함이 느껴졌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작별만큼 힘든 일이 있을까. 그리고 이렇게 절절하고 아름답게, 혹은 평화롭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들의 모습이 부러워지는 통에 괜한 질투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이 책은 우리에게 있어 인생의 새로운 단면을 보게 한다. 그와 동시에 내 인생을 돌아보게 하고, 앞으로의 인생까지도 바라보게 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현재의 인생을 깨닫게 해준다. 거기에 바로 이 책의 진정한 의의가 담겨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다시 한 번 지금의 인생을 새롭게 다잡을 수 있길 바란다. 어찌 보면 흔하고 평범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깨달음을 준다는 데에서는 읽어볼만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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