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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나라에서 살면 나도 행복할까? - 행복의 비밀을 찾아 떠난 한 대한민국 청년의 인문학적 행복 관찰기
전병주 지음 / 앤의서재 / 2020년 1월
평점 :
“행복한 나라에서 살면 나도 행복할까?”라는 책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단순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행복에 대해 떠올리자니 난해한 수학 문제를 받아 풀어야 하는 학생처럼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누구나 행복해지기 위해 꿈을 꾸고, 열심히 돈을 벌고 일하지만, 정작 그 행복이라는 것에 있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생각에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이 ‘행복의 차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첫 의문점에 대해 나 역시 동일한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성공한 증권투자가와 몽골 초원에서 양을 치는 목동. 과연 이 둘 중 누가 더 행복할까?”
흔히 사람들의 시선으로는 누구나가 꿈꾸는 화려한 도시 뉴욕에서 부러워할 한만 연봉을 받는 증권투자가를 부러워할지도 모른다. 이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행복의 차원’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세계행복보고서, 지구촌행복지수, 더나은삶지수, 국민총행복지수 등의 세계적인 조사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도시들을 선별하여 해당 도시를 직접 방문해 행복에 대한 일반적인 동일한 질문을 건네는 것이다. 공통적인 질문은 첫째, 지금 행복하세요? 둘째, 무엇이 당신을 행복하게 하나요? 셋째, 지금 걱정하는 건 무엇인가요? 넷째, 돈이나 자동차 같은 물질적인 요소가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인가요? 다섯째, 인생의 목표를 말해주세요로 총 다섯 가지이다.
저자는 방문할 나라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형태로 선정하였다. 첫 번째로는 국가와 시민사회의 다양한 기능이 잘 정돈되어 있으며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로, 아이슬란드와 덴마크가 결정되었다. 두 번째로는 그에 비해 이름조차 생소하거나 국가의 발전도가 떨어지는 날 것 그대로의 삶을 살고 있는 나라로, 코스타리카와 베네수엘라, 바누아투가 결정되었다. 실제적으로는 인터뷰 등을 위해 더 많은 나라들을 방문하였는데 이 책에서는 이 다섯 나라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각 나라에서 만난 사람들과 저자가 보고 느낀 이야기들이 솔직하게 담겨 있으며 해당 나라에 대한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가 기록되어 있다. 바로 공통적으로 진행한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들이다.
저자가 다녀온 나라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바누아투’였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이름조차 생소했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라는 바누아투 공화국은 오랜 기간 영국과 프랑스의 공동 통치를 받다가 1980년에 독립했다고 한다. 순박한 섬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는 이곳의 풍경은 마치 다른 세상의 사람들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업률이 무려 90%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행복해하는 사람들. 푸른 바다의 반짝임과 그들의 순박한 웃음이 절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만 같았다. 길에서 바나나를 따먹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작살을 들고 바다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아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는 삶. 우리와는 기본적인 환경 자체가 다르기에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날 것 그대로의 삶이 인상 깊었던 것 역시 현재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도 대조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관계의 에너지가 넘치는 나라, 코스타리카. 행복을 위해 투쟁을 멈추지 않는 나라, 베네수엘라. 원초적인 행복으로 가득한 나라, 바누아투.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행복을 되찾은 아이슬란드. 완성된 행복의 모델 덴마크. 8개월, 9개국, 전문가 11명, 일반인 150여 명의 인터뷰 중 일부를 기록한 《행복한 나라에서 살면 나도 행복할까?》를 보면서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고 여기에서 행복을 찾는 우리나라의 현 실태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또한 행복은 어디까지나 개인에 따라 다른 것이지만, 그에 앞서 사회적인 영향 역시도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다섯 가지의 공통적인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 역시 행복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물론 많은 고민과 걱정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 내게 행복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으니 말이다. 저자가 찾은 질문에 대한 해답은 책을 통해 함께하길 바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