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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을 들어주는 토끼 ㅣ 소원어린이책 12
장유위 지음, 마오위 그림, 강영희 옮김 / 소원나무 / 2021년 11월
평점 :
몽글몽글한 그림체에 궁금증을 자아내는 비밀이라는 소재. 곤란해보이는 듯한 토끼의 표정이 궁금하여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책은 중간중간 컷을 나누거나, 말풍선을 써서 그런지 그림책인데도 만화책처럼 흐름을 갖고 술술 읽힌다. 이야기가 조금 길고, 대사량이 많다보니 한 장에 한가지 이미지에 이야기만 담기보다 흐름을 잘 잡은 듯 싶다.
이야기의 주제는 아이들의 우정과 의리를 상하게 만드는 가장 큰 주범 중 하나인 비밀에 대한 이야기. 비밀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남들에게 얼마나 가십거리가 되는 이야기인지, 그것을 지켜준다는 것은 얼마나 힘들고 버거운 일인지, 또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는 문제인지 책에서는 샤오투라는 토끼인형의 입장에서 잘 풀어주고 있다. 샤오투는 부모님의 갈등이나 교우관계처럼 고민거리가 많은 샤오메이에게 사랑받는 귀가 큰 토끼인형인데, 그 큰 귀로 샤오메이의 비밀들을 귀담아듣다보니 마음이 무거워졌고, 주변에서는 그러한 비밀들을 노리는 다른 동물들이 너무나도 많아 쫓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마음이 무겁고 비밀을 담은 가방이 무거워져 버겁더라도 주변의 다른 동물 친구들의 비밀까지도 품어주는 샤오투의 모습은 짠하기도 고맙기도 마음이 아리기도 한다.
귓속말만 해도 나 모르는 비밀을 만들었다며 삐지는 어린이들을 많이 만나다보니 차라리 저런 비밀을 안만들었으면 하는 것이 어른의 바람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때로 친미함의 표현이기도 한다. 그래서 서로에게 더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도 말이다. 이 이야기는 그러한 고민들을 들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특히 또래관계에 고민이 많은 초등학교 여자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몽글몽글한 이야기와 함께 대만에서는 어떻게 이 이야기를 풀어가는지 바라보는 것도 또하나의 재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