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의 유산 A Heritage of Audio
김영섭 지음 / 한길사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음악을 들으며 점점 귀가 밝아지기 시작했다. 작은 스피커를 가진 기기로는 만족할 수 없어 제대로된 음악듣기에 입문하려 오디오샵을 들렀다. 그러나 정작 고르지는 못했다. 거대한 돈을 투자하기에 내가 가진 지식과 정보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른 것이 이 책이다. 크기와 가격이 부담이 되긴 했으나 이왕 오디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라면 제대로 알자는 마음에 한껏 욕심을 부려 내질렀다. 책이 온 날 우리 집은 온통 환희의 도가니였다. 오디오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것, 알아야 할 것들이 모두 여기에 들어 있었다. 그것도 눈이 부실만큼 화려한 컬러사진들과 함께. 이 책은 일평생 저자가 오디오에 영혼을 바친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단순히 오디오에 대한 정보만 얻으려 한 나에게 이 책은 너무도 깊은 세계로 오라고 손짓한다. 신혼시절 집 한 채 값을 투자해 오디오 시스템을 장만했다는 저자의 고백에 무모하다는 웃음과 함께 그의 엄숙함에 모를 존경심까지 표하게 된다. 저자는 오디오를 만나는 것은 산에 오르는 것과 같단다. 오르면 오를 수록 더 올라야 할 고봉이 보이는 것처럼 듣고 섭렵하면 할수록 더 높은 음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단다. 그러나 등산에서 욕심은 금물이듯 오디오의 세계에서도 욕심은 금물이라는 말에 나는 수도자의 영혼을 맛보았다. 무엇이든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면 그 속에서 도를 깨닫는 것일까. 360여쪽이나 되는 책이어서 아직 다 읽지는 못했다. 이 책의 부피는 마치 내게 읽기에도 욕심내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는것 같다. 차근차근 읽어 가며 오디오를 영혼으로 만나라고 조언하는 듯하다. 

 쉽게 생각한 오디오 탐색이 이 책을 접하고 너무 진지해져 버렸다. 아 과연 나는 오디오를 살 수 있을까?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정말 내가 원하는 오디오를 선택할 수 있을까? 배우자를 찾는 처녀 총각의 마음으로 책을 덮는다. 너무 많이 알면 고르지 못할까 두렵다. 

 오디오에 관심 가진 모든 분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러나 명심하시라. 이 책에는 저자의 영혼이 숨쉬고 있다는 사실을. 정보만 얻고 도망가려면 저자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의 사죄라고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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