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마흔, 자전거를 타고 시간변경선에 서다
양금용 지음 / FKI미디어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양금용 - 곧 마흔,자전거를 타고 시간변경선에 서다

 

 

 

 

 

 

  기름을 최대한 덜 쓰는 여행을 선망해 왔고 얼마전에 자전거와 함께 장거리 여행을 떠났던 기억을 되새겨보고 싶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저와 나이가 비슷한 저자의 나이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예전엔 서른만 되어도 앓는 소리를 했었는데 이젠 마흔으로 트렌드가 바뀌었나봅니다. 딱 저희 세대가 대학 교육을 과거 보다는 많이 받으면서 학생 운동과는 멀어진 세대로 유약하면서 선량해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 하면서도 느리게 나아가는 세대란 생각을 많이 해왔습니다. 온실의 화초가 온실을 깨고 나가듯 자전거로 미대륙을 횡단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용기를 주는 힘이 느껴졌습니다. 책은 시원한 하늘 사진으로 이뤄진 표지와 저자의 커리컬쳐와 붓글씨처럼 글씨체에 힘이 느껴지는 제목으로 간략합니다. 사진이 많고 글씨가 큰 편이면서 줄간 공간이 넉넉해 읽기에도 좋고 가벼워 휴대성도 좋았습니다.

 

 

 

 

 

 

  자전거로 미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은 사실 처음 들어봅니다. 유라시아를 오토바이로 횡단한 이야기도 엄청난 모험으로 느껴졌었는데 자전거로라니! 느리고 내 힘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자전거, 몸이 아프면 어쩌면 애물단지가 되어버릴 자전거와 함께 홀홀단신 외국으로 떠나는 스케일이 큰 여행입니다. 여행은 여행하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할 수록 성숙되어 가기 마련입니다. 저자는 미국에서 공부하며 여행을 했었고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할 정도로 자전거에 애착을 가진 분입니다. 사실 미국 여행 관련 책들이 요즘 늘어난 것처럼 느껴져서 혹시 미국 비자가 없어졌나 오해가 될 정도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 비자는 당당히 살아있고 저자는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비자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하루에 100km씩 넘게 달려 두달만에 미대륙을 횡단합니다. 철인삼종 경기는 경기 일정이나 짧지 2달동안 정말 철인이 되어야 가능할 일정입니다. 회사가 가까운 편이고 차비를 아끼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3-4km로 30분 걸리더군요. 출퇴근길에 왕복하면 상쾌할 정도지 조금 더 가라고 그러면 허리도 아프고 목도 뻐근하고 아주 고역으로 느껴졌을텐데요. 저자는 몇 년 동안 1시간여 넘게 출퇴근길을 자전거와 함께 했고 전국으로 자전거 여행을 다닐 정도로 매니아여서 저와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정말 대단하신 분인 거 같습니다. 하루 10km를 달린데도 다음 날은 몸살을 앓을텐데 ... 2달동안 쉼과 달림의 리듬을 만들어 건강히 5,000km를 종주한다는 것은 사는 내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 여행은 후원도 받아 간 것이라 일일이 일정을 기록하고 계산했을 저자의 노력이 정말 소설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무리 자전거라도 직접 페달을 밝아야 나가는 것이다 보니 하루 100km를 달린다는 건 매일 마라톤을 뛰었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집니다. 자신이 아직 황금기에 놓여있다 생각되는 이 시기, 회사를 옮기기 전 회사원이 갖기 힘든 긴 쉼을 얻어내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저자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줄까요.





  곧 마흔, 이 나이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 좀 더 깊이 나를 만날 수 있는 여행을 떠나보고 싶게 만드는 책입니다. 그의 일정은 꾸준히 이어져 어느 날은 지루하기도 어떤 날은 모험이 가득하기도 합니다. 글도 꽤 잘 쓰셔서 보고 있는 독자는 흥분되고 궁금하겠지만 여행 당사자의 담담한 느낌과 무심함을 잘 그려내고 있어 마치 제가 여행을 하고 있는 듯 느껴지는 순간도 많았습니다. 다양하고 선량한 사람들과의 만남, 먹고 자는 이야기와 위험하고 아찔했던 순간들이 모여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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