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의 걷기
이상국 지음 / 산수야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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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 옛사람들의 걷기

 

 

 

 

 

  힐링바람이 불며 걷기도 새롭게 각광을 받는 거 같습니다. 저도 작년, 올해 휴가는 혼자 걷는 걸로 자연에서 치유받고 돌아왔는데요. 작년에는 아직 활동하는 화산, 그리고 올해는 제주도 올레길로. ^^ 대자연은 나를 잊게 하고 리셋시켜 주는 기분 좋은 친구이지요. 그래서 걷기는 제게 힐링의 한 수단으로 여겨집니다. 무슨 목적이 있어서가 아닌 잉여활동일까요. 등산처럼 다양한 근육을 사용하지 않아 관절에 무리가 덜하고 심장에도 무리가 없고 새로운 생각이 들 수 있게 세로토닌을 활성화 시키는 걷기는 힘들면서도 매력적인 운동으로도 여겨집니다. 걷기에 관심이 많다보니 조상님들의 걷기는 어떤 의미였을까, 어떤 곳을 많이 다니셨을까, 어떤 생각을 했을까 등등 궁금한 것이 많아 읽게 되었습니다. 예스러운 표지 디자인과 제목이 좀 어설프다 싶으면서 조화롭습니다. 가로, 세로 길이가 약간씩 큰 편이며 두껍함에도 가벼운 편이라 휴대성이 좋았습니다. 줄간도 널찍해 읽기가 좋았습니다.

 

 

 

 

 

 

  애초 기대했던 걷기와 관련된 책이 아니여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옛 선인들의 삶(!!)의 발자취를 따라 가고 있고 실제 그들의 삶의 기록, 역사를 참조해 저자의 상상이 더해져 선인들의 향기로운 삶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역사 역시 하나의 길이며 옛사람들이 온 몸으로 걸어간 행적을 따라가 본다는 길내기라는 서론의 내용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표지의 그림들에 우리가 알고 있는 옛 동네 지도 같은 것은 연하게 바탕으로 깔렸을 뿐, 그 위 뚜렷한 그림들은 바른 직선과 옛 사람들이라는 걸 발견합니다.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라 많이 실망한 채로 읽어갔지만 내용은 의외로 재미있었습니다.  

  개략적인 전체 인생을 아우른 후 다시 구체적인 상상을 소설의 형식으로 살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어떤 글은 참 절묘하다 감탄하며 재미있게 본 반면 어떤 글은 앞에서 한 이야기를 굳이 또 대화체를 넣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상상을 덧붙일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중복된 내용이 지겹고 쓸쓸한 노인의 수다를 듣는 듯 맥이 빠지더군요. ;;  

  애초 기대했던 길 걷기가 아니라 옛 사람들의 인생이야기로 저자가 고른 옛 선인들은 어떤 연유로 픽업되어 소개되어 지는지에 대한 언급이 구체적으로 없어 아쉬웠습니다. 서론에서 걷기를 인생으로 환원할 수 있다는 걸 언급하며 걷기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을 이용한 것 같아 씁쓸하면서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굳이 옛것을 들추려 하지 않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매한가지 씁쓸했습니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시대를 이끌거나 전국적으로 당시에 그리고 오래 우리 입을 통하고 통해 우리에게 알려진 사람들입니다.  

  총 4장으로 이뤄져 있고 각 장에는 2명의 주인공을 비교하며 이야기의 재미를 북돋워주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인물들의 삶의 곡절을 재치있는 말투로 담아내어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그들의 길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책의 끝에 맺음말에 해당하는 글을 보고 땅, 길, 걷기의 의미를 제가 너무 1차원적으로만 생각해왔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전해지는 문헌이 없어 구체적인 사정을 모를 부분에서는 저자의 적극적인 상상이 개입되어 설득력있는 추측과 재미있는 이야기로 흡입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왜 그때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추론은 증거가 없을 뿐 차분한 말투로 사리에 맞아 설득력이 높았습니다. 그와 함께 다른 인생을 산 또 다른 주인공의 삶을 대비시켜 비슷한 상황에서도 이렇게 다른 운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 평탄한 길이길 바랍니다. 역사적으로 부각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들로 우리 삶은 꼭 그렇게 되지만도 않을 것이며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걷다 보면 자신의 길을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합니다. 주인공들의 다양한 문학 작품들을 엿볼 수 있어 좋았고 그들의 모호하게 그려지던 삶을 저자의 상상으로 확 와닿게 한 저자의 노력도 멋졌습니다. 예스러운 어감과 문어체와 구어체가 적절히 섞인 듯한 말투도 인상적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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