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나서영 지음 / 젊은작가들의모임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서영 - 환상

'젊은 작가들의 모임'이란 초현실적인 출판사의 이름에 끌렸고 제가 좋아하는 '환상'이란 제목에 끌려 읽게 되었습니다. ^^; 불타는 것 같기도 연기에 휩싸인 것 같기도 한 꽃의 이미지와 제목으로 미니멈한 표지가 눈에 띄는 책입니다. 알고 보니 젊은 작가들의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는 나서영 작가의 작품으로 책의 수익금으로 어린이들을 돕고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니 책 자체가 선하게 느껴집니다. ^^ 책은 가로, 세로 모두 보통 책 사이즈보다 작은 편이고 두껍지 않아 휴대성이 좋았고 글자가 약간 큰 편이라 가독성이 꽤 좋았습니다.

동화같은 이야기만 즐기는 제게는 읽기 힘든 책이였습니다. ㅠㅠ 아름답고 순수한 영혼이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을 그리기 떄문입니다. 언제나 탐욕이 이기고 돈이 이긴다면 돈 없고 순수한 사람들은 어찌 살아 가야 될까요. <환상>적인 스토리에서 막연하나마 작은 힘을 얻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힘든 책입니다.

책은 출연하는 주인수, 이나래, 나서영, 김현숙, 임수향 등의 시점으로 돌아가며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시점을 돌아가며 물 샐틈 없이 독자들의 관심을 얽어 매고 집중하게 하고 있습니다. 돌연 작가의 이름인 '나서영'이 출연해 놀랐습니다. 그리고 10일만에 홀린 듯 쓰여진 소설이란 데 더 놀랐습니다. 이런 내용을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작가가 신기했습니다. 운명을 극복하거나 나를 이겨내어 더 나은 사람이 되거나 하는 탈피가 없이 그대로 현상 유지되거나 꺼져 버리는 소설을 재미있게 쓸 수도 있다니 놀라웠습니다. ^^; 하기사 비극적인 이야기는 넘쳐 나고 시간이 갈 수록 인생을 잘 그려낸 것이라 평가받으며 추앙받기도 하니깐요. 이 작품의 등장 인물들은 하나 같이 나약한 정신 세계를 가진 아이들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운명의 흐름을 개척할 수는 없었을까 미미한 노력에 안타까웠습니다.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저도 미미한 노력에 만족하며 자신을 대단하다 생각하며 자위하 듯 우리는 이러고 사는 운명일까요. 소설을 읽고 나자 막상 생각이 없었지만 생각을 되뇔수록 의미가 생기는 걸 보면 역시 비극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파도처럼 우리 인생에도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가 있다고 합니다. 이는 삶 어디에도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이지요. 그런 점에서 보아도 문학 작품을 읽을 때에도 비극과 희극을 넘나 들어 감정의 파도를 만들고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나서영을 보며 느낀 점은... 우물안 개구리처럼 자기의 세상을 좁히지 말고 넓혀 나가야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선량함으로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살면 법도 무섭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으니깐요.

사랑, 예술, 인생을 그린 소설임에 틀림없지만 비극의 굴곡을 그리고 있습니다. 소설에서만 벌어졌으면 싶은 이야기들. 현실에선 이보다 더한 소설들이 넘쳐나지만 우리는 우리가 허용할 수 있는 것만 내 눈에 들여놓지요. 미처 우리가 보지 않았던 현실을 일깨워주고 허무한 삶이 되지 않기를 경각하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