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노예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9
미셸 오스트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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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스트 - 밤의 노예

 

 

 

 

 

  미리 들은 평이 묘사에 강하다는 말을 듣고 읽게 된 책입니다. 작년에 읽은 <댈러웨이 부인>을 읽고 의식의 흐름에 맞춘 듯 흐르는 묘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는데요. 그 작품과 비슷한 작품을 많이 읽어봤지만 캐릭터에 어느 정도의 매력을 주지 않고는 그 흐름을 끝까지 따라가기가 힘든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즐기는 이야기흐름 방법을 알게 되었으니 이에 만족할 만한 책을 찾는 도전은 계속해야지요. 표지는 뭉크의 <절망>이라는 작품에서 입벌린 사람을 없앤 채 모자를 쓴 외롭게 보이는 남자의 옆모습을 보여주며 소설의 분위기가 잘 어울리게 장식됩니다. 제목이 도통 감을 잡을 수 없고 뭉크의 그림이 신비스러운 느낌을 자아냅니다.   

 

 

 

 

 

  주인공의 시점에서 서술됩니다. 인간 내면이 악의와 선량함이 공존하고 남을 평가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모습이 함께인지 그리고 우리 모두 내면의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의심과 패배의식과 나태함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확인합니다. 관념에 사로잡힌 사람의 성장 과정을 보여줍니다. 현실을 부정하고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모든 것을 귀찮아하는 주인공의 영웅은 전쟁이 끝나고도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입니다.  

  얼마 전 들은 꿈과 무의식에 대한 강연을 듣고 엄청난 지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 안에는 밝음과 어둠이 있고 이 둘의 시소 관계를 균형맞게 맞추려 노력해야 되고 절대 중간 균형이 맞춰질 일은 없으므로 평생 노력해야 되는 숙제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주인공은 관념적이고 몸을 움직이지 않고 나태하며 꿈에 빠져 사는 사람으로 어둠과의 균형을 맞추지 못해 밝음에만 치우친 상황이였지요. 그리고 그가 아버지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는 모험은 최초의 인간다운 삶으로의 노력이였고 아버지의 모습에 실망해 뒤돌아간 모습은 자신의 어두움을 발견했을 때의 어린 아이의 태도로 몸은 장성해 어른이 되었지만 자라지 못한 그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지 않을까요. 그가 만약 아버지에게 다가가 그가 과거에 그들을 떠나고 지금의 모습에 대해 물었다면... 그는 진정한 어른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아쉬웠습니다. 자신의 어두움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곧바로 팩 돌아서 버리며 그는 성숙할 수 있는 균형의 에너지를 얻지 못했고 그럼으로 무의식적으로 편했고 안주할 수 있는 어린 시절로 그대로 회귀해 버린 거 같습니다. 어느 정도 그의 덜 저란 자아를 엿보며 비슷한 점을 느끼고 반성하던 제게는 너무 아쉬웠습니다.     

 주인공의 시점에서 글이 쓰여졌지만 그의 생각과 함께 보이는 그의 주변에 대한 평가에 대해 객관적이고 그의 주관에 끌려다니기 보다 독자만의 생각을 만들어내게 유도하는 기법이 독특합니다. 아름답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그의 삶은 독자들을 질리게 하지만 아이같은 주인공을 능가하는 독자의 입장이 생기고 점점 나아지는 그의 모습에 성장기만이 가지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전쟁이라는 세상의 큰 트라우마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지 새삼 생각하게 합니다. 어떤 이는 중학교 2학년 즘의 반항기를 다스리게 돕기 위해 세대마다 전쟁을 치뤄야 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그 때의 목적없는 끝없는 에너지를 잘 다스려야 되며, 그 때 우리의 주인공처럼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균형을 맞추며 생기는 에너지를 내 것으로 얻지 못하고 어른이 되질 못하는 것입니다.

  프랑스에서는 학생들이 심리학을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과목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읽은 프랑스 소설들은 조금 남달랐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는데요. 대화 장면에서 한 사람의 말이 2-3페이지에 걸쳐 쓰여진 것이 전혀 지루하지 않아 놀랍습니다. 그리고 마치 꿈을 꾸듯이 현재에서 추억으로, 이사람과 저사람으로 빠르고 교묘하게 옮겨지는 시선에 혼미해지기도 합니다. 아주 어릴 때의 기억에서부터 40대로 성장하는 한 사람의 일생을 옳고 바르게 보이려는 가면을 쓰지 않은 채 쓴 자서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그런 가면없이 자서전을 쓸려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요.

 

 

 

 

 

 

  마흔이 넘어도 성장하지 못하는 인간상을 보여주니 아직 덜 자랐다 생각하는 제게는 조금 공포스럽습니다. 얼마나 많은 내 그림자를 만나 균형을 이루는 힘든 고난을 넘어야 제대로 현실을 살아갈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는 걸까요. 아직 어린아이의 꿈에만 머문게 아닐까, 어른의 세계로 한발도 떼지 못한 건 아닐까 두렵기도 합니다. 두렵다는 생각에 빠져 따뜻하고 몽글한 어린이의 세계로 돌아가면 안되겠습니다. 주인공의 덜자란 씁쓸한 뒷모습을 생각하며 내 모습을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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