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저편 - 페이의 그림자
카렌 마리 모닝 지음, 구세희 옮김 / 제우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카렌 마리 모닝 - 안개의 저편 '페이의 그림자'

 

 

 

 

 

  몇년 전까지만 해도 주구장창 로맨스 소설만 읽던 때가 있었습니다. 종종 인문학책이나 자기계발로 눈을 돌리긴 했지만 집중을 못했고 로맨스로 급히 돌아가는 암울한 패턴이였는데요. 그래서 왠만한 로맨스는 다 읽었다 자신하고 이제 뭘 읽어도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는 편인데요. 가을로 접어들면서 요상하게도 책에 제대로 집중이 안되어 제 옛날 주종목이던 로맨스 소설로 돌아가 보고 싶어서 읽게 되었어요. 머리가 복잡한 가을 아무 생각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 같았어요. ^^ 표지는 어두운 테두리로 책을 길고 가는 시집처럼 보이게 하는 눈속임 디자인이라 흥미로웠어요. 금발을 흩날리며 거리를 헤매는 주인공의 모습이 일러스트로 감각적인 표지입니다.

 

 

 

 

 

  가볍에 2-3시간만에 간파할 수 있는 즐겁게 집중할 수 있는 책입니다. ^^ 발랄하면서 신비롭고 무거우면서 무서운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요즘 로맨스는 예전의 것처럼 단순한 감정 흐름에 의존하지 않고 조금 더 다양한 자극들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거 같습니다. 그래야만 더 다양한 독자들을 매혹시킬 수 있기 때문인 거 같아요. 단편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스케일이 점점 커지는 것이 느껴지면서 단편이 아닐 것 같은 불길하지만 즐거운 예감이 맞더군요. ^^ 시리즈로 이어질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할 것만 같은 스케일이 내내 기분좋게 긴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스케일이 점점 커질 수록 어느 소설에서든 드러나는 허점들이 종종 보이지만 저자는 그때마다 독자들이 느낄 의문점들을 잘도 찾아 해결해 주는 꼼꼼함을 보여줍니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배경인 아일랜드는 맥주향과 함께 신비로움으로 가득합니다.  

  멋진 서점을 맞닥 뜨리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주인공들이 재회하는 모습은 우리나라 소설 <월야환담 광월야>를 떠올리게 합니다. 서점의 주인공이 타고 다니는 멋진 바이크와 그의 폭력성 그리고 그의 여러모로 우월함이 그 작품을 많이 떠올리게 했는데요. 아일랜드는 가본 적도 크게 관심을 가진 적도 없는 신비스런 곳이라 그런지 발랄하게 맥주를 즐기는 남녀노소가 가득한 거리가 나오다가 인적이 드문 어둡고 스산한 장면이 나와도 생뚱맞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 독특했습니다. 게다가 요즘 들어 사람이 많이 죽어 나가고 있고 지도에서도 사라지고 공공기관 조차 잊어버린 지역이 있다는 것도 신비로운 배경 덕분인지 극의 긴장을 높이면서 흥미롭게 만들어 줍니다. 언뜻 나오는 그곳의 상류층의 모습과 서점 주인의 고급스런 취향이 이국적이였구요. 남녀간의 사랑에만 집착하지 않고 자매끼리의 우애, 부모와의 사랑이 절실히 느껴져 감동적인 면도 있었습니다. 소설 초반에 등장하지도 못한 채 죽어버린 주인공의 언니는 소설 내내 행적을 남겨 점점 독자의 가슴으로 파고 들고 마지막에 남긴 짧은 메모에 감정이입이 되게 조금씩 장치를 만든 저자의 놀라운 기획력이 돋보였지만 너무 중요한 메모여서 감정을 잘라 먹게 되었다는 것이 참 아쉬웠어요.  

  소설의 시점도 독특했습니다. 1인칭 시점인 듯 하다가 3인칭 시점인 듯, 객관적인 시각과 주인공의 독백과 시각이 왔다 갔다 하며 읽는 데 지겹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주인공의 독백에서는 친구의 일기나 편지를 읽듯 편하게 느껴졌고 객관적인 시각에서는 긴장감을 놓치지 않도록 했습니다. 로맨스로는 친근함을 주면 좋지만 신비로운 추리소설같은 전반적인 분위기를 위한 작가의 똑똑함인 듯 해요. ^^ 아직 형성되다 만 주인공간의 러브 라인이 시리즈물의 또 다른 긴장감을 조성해 줄 거 같아요. ^^ 그 다음편도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발견되었다 끝에 또 다시 사라진 언니의 일기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줄지 기대되네요.

 

 

 

 

 

  완결이 아니라 아쉽고 이후가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쉽게 읽었다가 큰 감동을 받았는데요, 다음 편의 스토리를 상상해보며 기다릴 수 있어서 좋습니다. 마치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 시리즈처럼 러브 라인과 사건들이 무한히 펼쳐질 가능성을 열어주면서 시리즈가 많이 나오길 기대하게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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