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 삽질하겠습니다 - 도시 아빠 4명의 고군분투 시골놀이터 제작기
이수진 외 지음 / 그루벌미디어 / 2018년 2월
평점 :
품절


  8년여전부터 아버지가 텃밭을 일구시면서 어쩌다가 한번씩 텃밭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평생 처음하는 농사라 정말 농사처럼 고된일이 있을까 생각이 들더군요. 몸은 힘든데 남는게 많지 않은 농사가 세상 최고의 힘든 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포기가 되지 않는 귀농 귀촌의 환타지, 그 환타지를 대신 실현해 주는 듯한 아빠들이 책을 내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도톰하고 쥐기 좋은 책은 참 맛나게 보입니다. 이 책이 바로 그렇네요. 가로가 조금 더 큼직해 안정감이 느껴지는 크기입니다. 두께도 꽤나 되고 사진이 많아 여유롭게 느껴지는 산속이나 농촌 광경을 즐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표지도 깔끔해 느낌이 좋은 책입니다. 편집이 멋져 읽기 좋았습니다.

  엄마들의 입장에 더 깊이 공감하는 여성으로서 처음 책을 읽을 땐 아빠들의 놀이터를 만드는 작업으로 느껴졌습니다. 도시 아이들에게 생뚱맞게 시골집 근처에 놀이터를 만들어주는데 장기간의 시간이 투자되는 건 뭔가 생산적이지 않은 핑계일 뿐이라며 냉소적인 입장에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텃밭에서 조금이나마 땅을 일구고 물을 주고 농작물을 키워본 경험자로서, 저자들의 최초 의도가 무엇이든 그 과정이 진실되고 공감되는 부분들이 늘어가며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갈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놀이터를 만들어 주기 위해 시작한 4명의 아빠들이 각자 한 챕터로 자신의 경험을 잔잔히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수필 형식으로 읽기 어렵지 않았고, 글의 흐름이 짧은 편이라 끊어 읽기에도 좋았습니다. 홍천 휘게리에 집을 짓게 된 아빠들, 집은 전문가들에게 맡겨두고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만들어주기 위해 의기투합합니다. 경험자들이라면 쉽게 되었을 일들이 경험이 없는 4명의 아빠들이 힘들게 무언갈 이루어 가는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맨땅의 헤딩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과정을 매주 주말 2-4명의 아빠들이 모여 힘을 모아 하나씩, 천천히 놀이터의 한부분씩 모양이 갖추어져 성취감을 같이 느껴나갑니다.

  가족은 서로 희생하고 양보하고 이해하는 것이구나, 읽으면서 가족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삐딱하게 아빠들을 보던 엄마들도 그들의 노고와 성취를 보며 조금씩 공감하고 이해해 가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아빠들의 어릴 때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좋을 놀이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에 부응해 아이들도 신나게 놀아 줍니다. 그 과정과정을 읽으며 성취에는 같이 기뻐하고 갈등에도 공감하게 됩니다.


  아빠들의 모험을 책으로 써내어 4가족의 역사를 소소하게 같이 만들어간 모습을 기록해 부럽고 신선했습니다. 집을 짓고 놀이터를 만들고 텃밭을 일구는 과정뿐 아니라 책을 내는 모든 과정에 헛됨 없이 꽉찬 과실들로 가득합니다. 바쁜 도시생활에선 느끼기 힘든, 과정 하나하나에 의미가 부여되고 가족애, 동료애를 이해관계없이 서술하고 있어 보기 좋았습니다. 자기계발에 지쳐있을 때 마음의 위안이 된 책입니다. 귀촌에 관심이 많았는데 가족과 많은 시간을 갖고 제대로 관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란 생각도 들게 합니다. 귀농 귀촌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에게 적극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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