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이는 다정한 아이예요. 아, 저는 다정하다는 단어를 제일좋아해요. 나는 그걸 잊을 수 없을 거예요.19•그도 다정했다. 다정하다는 것이 이토록 짙은 화상을 남길줄 알았더라면 함부로 끌어안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끌어안고간 모든 곳이 저온화상 상태다. 낮은 온도에서 오래도록 익은살은 회복도, 재생도 되지 않는다. 이 빙하 속에서 유일하게치유되지 않는 화상인 셈이다. 한 사람의 다정함에 덴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설산에서 화상 입은 몸을 끌어안고 사는 것.한참을 쉬지 않고 떠들던 야자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결의심장이 든 가죽 주머니를 소중하게 끌어안더니, 금방이라도눈물을 흘릴 듯한, 아니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커다란 눈 - P22
"내일 세계가 멸망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에티카>의 구절처럼 스피노자는 비록 자신이 그 물을 마시지는 못했지만 영원히 고갈되지 않는우물 하나를 우리들에게 남길 수 있었다.생업이라고 하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내가 서 있는자리를 떠올린다. 순간을 위해 직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항상 순간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내일 세상이 어떻게 변해버릴지 늘 불안하기만 하다. 생업을 순간이 아닌 깊이를헤아릴 수 없는 우물이라고 생각한다면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오늘 당장 내가 마실 수는 없더라도 언젠가는 나를 기억해줄 누군가가 마실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인생을 설계하게 된다.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한 학문을 배우고, 동일한 직종에 함께 나아갈지라도 이미 지배당하고 있는 가치관의 시점이 순간과 영원이라는 극단으로 나뉘는 - P49
작지만 좋은 습관들이 모여 성공을 만들지만, 작은 실수들은 아무리 모여도 실패를 만들지 못한다.
어둠이 베어 먹다 말고 뱉어놓은 살덩어리 같은 달이 떠 있었다. - P68
활짝 열어놓은 유리문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도시는 마치 무덤 같았다. 밤 불빛들은 그 무덤에 함께 순장된 값싼 보석들처럼 보였다. - P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