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굶주린 일본 두려운 한국
이승우 지음 / 정독(마인드탭(MindTap))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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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비춰주는 거울이며 어디로 가야할지를 가리켜주는 나침반이다"

역사에 대한 많은 정의가 있지만 그 중에 역사를 가장 잘 정의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도 내내 이 말을 떠올렸으니까..


저자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를 정통 강의 방식이 아니라 많은 저서와 논문과 두텁게 쌓은 독서력으로 우회적으로  알려준다.왜 그렇게 일본하고는 꼬인 실타래가 되었는지, 앞으로도 해법은 없는 건지, 우리가 준비하고 대처해야 할 자세는 어떤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어떤 관점으로 읽으면 좋을지 제시하자면 저자가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보면 된다. 다섯가지다.

첫째. 일본인들은 왜 한반도로 올라오려고 하는가?

둘째, 한반도의 사람들은 왜 일본 열도의 사람들에게 시달림을 당하는가?

셋째, 앞으로도 계속 일본 열도의 사람들에게 시달림을 당해야 하는가?

넷째, 한반도와 일본 열도의 사람들은 왜 서로 증오하는가?

다섯째,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에 영구적인 화친동맹은 불가능한가? 등이다.

이에 대한 답이 밑반찬처럼 깔려 있다


개인적으로도 궁금했었다. 우리 옛말에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 낫다 라는 말이 있는데 나라로 치면 우리의 이웃 사촌이랄수 있는 일본하고는 왜  이웃사촌같은 든든한 관계가 될 수 없는 것인지를...첫 단추가 언제부터, 무슨 사유로 잘 못 채워졌던 것인지를....

이를 알자면 한반도와 일본의 기원을 알아야 하는데 의외로 이 부분은 앞장이 아니라 뒷 부분에 비교적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북방 아시아의 반농, 반유목민들이 살기좋은 곳을 찾아 남하다가 한반도에 정착하게 된 한반도 형성단계부터,일본인의 원형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둔한 머리에도 새김질이 필요없게끔 단숨에 읽게 만든다.'아, 그래서 그렇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어서 퍼즐 풀어놓듯 하나하나 열거한 일본의 형성과정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오늘날 적의 속을 알 수 있다' 라는 나름의 패러디정의까지 만들어 내게 한다.


책 전반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아니 안다고 착각했던, 무수한 역사설 사실들이 사실이 아닌건 아니지만 사실만도 아니란 사실을 알게 한다. 저절로 얼굴이 굳어지기도 한다.너무나 답답하고 한심해서 왕이나 선조들에 대한 한숨도 나왔다가, 반이나마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한반도가 참으로 용하다는 끄덕임도 인다.

특히 잠시 생각에 잠기게 한 사건 하나. 이하영의 20만용병프로젝트!

먼저 옛날 10만 양병설이 생각났다. 그때의 임금의 오판이 너무나 화가났었다. 근대로 와서 20만 용병계획의 무산을 보고는 '역사의 농간' 이구나 했다. 속상한 마음을 달래고자 내린 결론! '그래봤자 그 돈 못 갚으면 우리 힘의 20만이 아닌 건 마찬가지다. 결국은 3자의 손아귀에서 놀아나지 않았을까?' '차라리 안 이루어진게 다행일지 몰라...' 신포도를 포기한 여우'가 되어 나름 위로(?)했다.이래서 우리 역사 보기가 두렵다. 합리화의 달인을 만들어 놓아서....20만 계획은 실패했지만 이하영 이야기는 소설보다 더 소설같다.


외국인 헐버트가 조선과 조선인에 대해 쏟아부은 애정과 헌신은 가슴 아리고 벅차고 고맙다.

다쿠미가 뿌려놓은 잣나무가 낙락장송을 이루었다는 이야기도 이 책을 통해 처음 듣는다.극악무도한 일본인중에도 한 명쯤은 착한 사람이 섞여 있나 보다.잠시 감상에 젖게 하는 부분도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다시 현실로 와서 정신을 차린다.일본을 다시 생각해본다.

'야욕' 이란 말을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북한에 대해 배울 때 처음 들은 것 같다.북한이 우리나라에 쳐들어올 속셈이라는 뜻으로 이해했고 얼마전까지도 그 단어를 들으면 '북한' 부터 떠올랐었다. 이 책을 읽고나서는 그 단어의 이해도가 ''일본' 으로 바뀌었다. 아베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일본헌법 제9조 재해석을 기술한 내용을 읽고는 '야욕'의 정의를 다시 내렸다.일본은 이제 '속셈'이라는 표현으로는 그 속을 가늠하거나 감당해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야욕' 이 구비구비 서려있다.맨날 장바구니 물가만 걱정하던 필부필부를 한반도의 진정한 주인으로 만들어 놓은 냉정한 책이다.


우리의 긴 역사중 너무나 괴로와서 특히 넘기 힘든 근대를 알고 싶으면 꼭 읽기를 권한다.그다지 흥분하지 않고도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저자의 문장력에는 감동어린 감탄도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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