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사 10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오카노 레이코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이공간의 벌어진 틈을 볼 줄 알며, 그곳에서 새어나온 이세계(異世界)의 존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이들이 있다. 음양오행 속 천기를 느끼고 우주의 비밀을 남모르게 읽어낼 줄 아는 자, 그들이 바로 '음양사'다. 그 정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더라도, <붉은 달>의 아리마사나 <동경 바빌론>의 스바루 등이 음양사라고 불리는 자들이었음에 비추어 볼 때 그들이 어떤 일을 수행하는지는 대략 감 잡아볼만 하다. 고대에는 주술을 부리고 신묘한 점괘를 칠 줄 아는, 그래서 하늘과 직접 소통하는 듯 보이는 샤먼들이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자이기도 했다. 때로는 숭배의, 때로는 두려움이 대상이 되기도 했던 그들의 입지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점점 좁아지게 되었지만, 이 이야기는 아직 만물이 약간의 혼돈 속에 비틀비틀 균형을 이루고 있는 시대, 주술의 수호를 받으며 도깨비들을 물리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음양사들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헤이안 시대의 일이다.

그간 영화나 소설, 만화까지 여러 매체로 다루어진 것을 보아도, 음양사라는 존재는 일본인들이 워낙에 흥미를 많이 가지는 소재인 듯 싶다. 솔직히 미신같은 것도 다양하고, 기묘한 이야기들도 풀어놓자면 여러 밤을 새도 끄떡없을 만큼 요괴에 관한 소재만도 무궁무진한 일본이다보니, 요괴들의 반대편에서 그들을 다스리고 음양오행의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 음양사의 존재가 부각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하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꾸준히 호기심의 대상이며 흥미로운 존재로 여겨지는 음양사와, <붉은달>의 아리마사의 모델일 정도로 음양사의 대표격인 아베노 세이메이의 이야기다. 식신을 자유자재로 부리며 기이한 일들을 많이 이루어내고, 인간세계와 요괴세계 그 어느 곳에도 온전히 발 담그지 않는 그의 존재는 무척 신비로운 존재임이 틀림없다. 거기다 그가 ‘실존인물’이라고 하는 프리미엄까지 붙고보니, 그의 존재는 좀 더 신비롭게 느껴지고, 이야기는 한층 흥미진진해진다.

실은, 흔히들 ‘순정’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이미지와 사뭇 거리감 있는 꽤 고전적인 그림체 덕에 초반엔 조금 어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엔 낯설더라도 보면 볼수록 신선하게까지 느껴지는 그녀의 그림체에 점차 빠져들게 되는데, 이 미묘한 시대적 배경에는 빠르고 부드러운 터치의 그림체보다도, 외려 오카노 레이코의 진지한 듯 독특한 터치의 그림체가 적절해 보인다. 그림의 독특함은 중간 중간 등장하는 컬러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올컬러 작품이라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싶게, 색감이 무척이나 오묘하면서도 단아하다. 원작자인 유메마쿠라 바쿠가 음양사의 만화화를 한다면 단 한명 맡기고 싶은 만화가로 오카노 레이코를 꼽고, 만화화된 이 작품에도 대만족을 표했다고 했던 것은 역시 과장이 아니지 싶다. 읽어갈수록 제대로 흡입력있게, 사소한 것들에 휘둘리지 않고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오카노 레이코의 솜씨는 아무래도 제대로다.

여우의 자식이라는 신비한 출생의 비밀에다 놀라운 술법, 거기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까지 지닌 세이메이. 만화는 그의 일대기를 전하듯, 헤이안 시대의 설화집을 인용해가며 나레이션을 해나간다. 하지만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세이메이가 친구인 히로마사와 함께 교토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일들을 해결해나가는 에피소드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단순한 시대물이나 세이메이의 신묘한 일생에 대한 전기라기보다 일종의 버디물같은 기분이 든다. 최고의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와 풀어가는 기묘한 이야기들이 앗, 하는 탄성이 절로 흘러나올 정도로 흥미진진하지만, 단순히 퇴마라는 것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 느낌이 아니라서 더 맘에 든다. 귀신의 구전을 가로채는 남자 세이메이. 술을 즐기고 풍류를 아는 세이메이. 살생을 싫어하고, 비파나 돌멩이에서도 영혼을 발견하는 세이메이. 읽고난 후엔, 신비로운 존재를 넘어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아베노 세이메이라는 인물에 대해 더 알고 싶어져, 컴 앞에 앉아 자판에 타닥타닥 그의 이름을 두들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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