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골 전시관
마타요시 에이키 지음, 조정민 옮김 / 모요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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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지에서 발굴된 인골 한 구를 둘러싼 이야기 <인골전시관>.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소설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오키나와에 여행을 가본 경험이 있으나, 이 지역이 일본 본토와는 또 다른 역사적인 아픔이 있는 공간인지라 그 곳에서 발굴된 인골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흥미가 돋았다.

사기꾼에게 집을 빼앗기고 어머니마저 잃게 된 학원 강사 메이테쓰가 주인공. 인골이 발견되었다는 신문 기사를 통해 그 현장에 가게 되고 ‘고토노’라는 여성을 만나 발굴작업에 함께 하게 되는데 민박집 주인 ‘쇼신’을 통해 그의 딸 ‘사요코’를 만나게 되고 역사관에서 대척점에 있는 두 여성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인다.

역사의 학술적이고 실체적 진실을 좇는 여성 '고토노'와, 인골을 상업적이고 사적 자랑거리로 소비하려는 '사요코' 사이에서 방황하는 메이테쓰의 모습이 효과적으로 대비되고 있는데 결국 그의 선택은 후자인 점도 관전포인트. 메이테쓰의 모습은 ‘진실’과 ‘소비,허상’ 사이에서 방황하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사요코의 먼 조상을 기리기 위한 전시관을 만들고자 했으나 사요코 부녀의 단순한 자랑거리로 전락해 버리는 인골전시관. 이해관계가 다른 여러 무리들의 등장으로 점점 산으로 가고 있는 것 같더니, 사요코의 전남편이 등장하면서 점점 취지를 잃어가는 전시관. 이쯤 되면 궁금증이 생긴다. 메이테쓰가 원했던 건 무엇일까. 그는 무엇을 믿고자 했던 것일까.

/ 고립된 사요코를 위해 인골 전시관을 만들었다는 건 사실 내 착가에 지나지 않았던 건 아닐까. 결국 나는 나 자신을 위해, 나 자신을 알기 위해 인골 속에서 오키나와인의 깊은 내면 풍경을 찾고 있었던 건 아닐까. (p.299)

이야기 후반부에 나오는 메이테쓰의 깨달음이 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초반 설정인 어머니의 죽음 이후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흔들림이 있었고 그 때문에 알 수 없는 것에 집착하고 파고드는 모습을 보인 것 같다는 생각. 인골의 정체가 알고 싶었던 건 나의 ‘근원’에 대한 궁금증일 것이다.

작가 마타요시 에이키는 오키나와 현지인의 삶, 미군 기지 문제, 일본 본토와의 복잡한 역사적 관계를 현실적이면서도 블랙유머를 섞어 그려내는 작가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기도 한 일본의 대표 작가이다. 오키나와의 정체성과 본토와의 역사적 갈등을 깊이 있게 다뤄온 작품세계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말 없는 인골을 통해 역사적 진실이 어떻게 왜곡되고 소비되는지를 날카롭게 지목하는 듯 하다.

인골을 두고 벌어지는 다양한 이해집단의 저마다의 해석이 또 하나의 포인트이다. 자신이 믿고 싶은 역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자신에게 어떠한 이득이 있는지. ‘전시’라는 행위 역시 만든 이의 주관과 해석이 들어갈 수 밖에 없으니 무엇이 진실인지 알 도리는 없고. 말 하지 않는 ’인골‘을 두고 자꾸만 늘어가는 주변의 말들. 추측과 억측, 왜곡과 멸시는 지금까지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진실은 상관하지 않고 자신이 믿고 싶은대로 믿어 버리는 현대인들. 언제 진실이 중요했던 적이 있던가.

역사를 바로 알고 제대로 기록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
지금 우리에게 ’올바른 시선‘을 가질 필요를 알려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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