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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바두르 오스카르손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아이 / 2021년 1월
평점 :
상당히 단순한 그림체와 단순한 제목. 책의 내용도 길지가 않다. 주인공 토끼 밥은 저 멀리 있는 나무 너머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친구 힐버트. 그는 자신은 그곳에 가봤다고 하고 특별한 것은 없다고 대충 말한다.
마치 순수한 아이와 그에 대충 응대하는 무심한 어른인 나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과연 나의 눈에 특별한 것이 없다고 아이의 관심을 꺼버려도 될까. 나의 귀찮음과 무심함이 누군가에게는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이야기는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주인공 밥이 너무도 진지하게 그곳에 가본 것에 놀라자 친구 밥은 허풍을 떨기 시작한다. 더 멀리까지 가봤다고.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고 까지 한다. 그 말에 더 반응을 하자 힐버티의 허풍은 계속 된다. 날 수 있다고. 날아서 세계여행을 했다고. 그러한 허풍에도 밥은 진지하기만 하다. 그러자 힐버트는 자신의 거짓말을 멈추지 않는다. 나는 시늉까지 펼치지만 날지 못한다.
바늘도둑이 소도둑된다. 작은 거짓말로 시작을 했지만 그 거짓말을 감추지 위해 점점 더 풍선처럼 거짓말은 커져만 간다. 터질랑 말랑 아슬아슬하다. 순수한, 어떻게 보면 멍청한 상대방을 골려 먹는 재미가 있다. 이것은 비단 순수한 아이와 어른 사이에서 뿐 아니라 아이와 아이끼리, 어른과 어른 사이에도 있다. 순수함이 바보가 되는 세상. 그것을 유머로써 웃음거리라 치부해버리는 세상. 누가 잘못한 것일까? 상당히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책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자는 아마도 이러한 우리들의 삶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는지도 모른다. 절대 단순하지 않은 짧은 한 권의 동화책에서 우리 삶의 중요한 면모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