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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을 밝히는 사람 ㅣ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66
아리네 삭스 지음, 안 드 보더 그림, 최진영 옮김 / 지양어린이 / 2020년 1월
평점 :
특이한 제목과 책 표지. 정말 이 책의 표지처럼 죽마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가로등 불을 켜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있다면, 이 책의 주인공처럼 낭만적인 가로등 지기가 있을까?
이 책은 다소 어두운 배경에 그림채도 다소 우울하게 그려져 있다. 초반의 내용 전개도 매우 느리면서 우울하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창문 안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들. 늦게 퇴근하는 부모를 홀로 기다리는 아이. 아픈 가족을 돌보는 사람, 자식들은 모두 떠난 노부부, 홀로 있는 외국인 노동자. 그들 하나하나의 모습이 매우 외롭고 처량하다. 마치 요즘의 핵가족화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 아닐까 한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가로등 지기는 행동을 한다. 바로 그들을 서로 엮어 주는 것. 자신이 메신저가 되어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들이 될 수 있도록 연결을 해준다. 반전이다. 그림채는 여전히 잔잔하지만 이제 조용하면서 오붓한 가정들의 모습이 연출된다. 부모님을 홀로 기다리는 아이는 노부부와 연결이 되고, 외국인 노동자도 어떤 여자와 연결이 되어 서로가 이제 외롭지 않게 된다.
이 동화책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 같기도 하다. 우리사회도 핵가족화가 되면서 노부부만 있는 가정, 혼자 사는 가정 등 이 책의 배경의 마을과 매우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가로등 지기는 없다. 우리 스스로가 가로등 지기가 되어 좋은 관계들을 유지하며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 겠다는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