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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는 망고 나무를 사랑해!
사르탁 신하 지음, 강수진 옮김 / 찰리북 / 2023년 11월
평점 :

파라는 망고 열매만 사랑했어요.
그런 파라에게 할아버지는 상상도 못할 선물을 해요.
그 후로 파라는 망고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할아버지가 전한 선물은 무엇이었을까요?
파라와 할아버지 그리고 망고 나무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파라는 망고 나무를 사랑해> 그림책의 뒤 표지 글이다. 뒤 표지 글처럼 파라는 망고를 사랑한다. 망고 나무가 아닌 망고를 말이다. 그런데 책 제목은 <파라는 망고 나무를 사랑해!>다. 망고와 망고 나무는 같은 거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든다. <파라는 망고나무를 사랑해>에서는 둘 사이의 간극이 분명히 존재하고, 파라의 사랑이 망고에서 망고 나무로 연결되면서 파라가 보는 세상이 달라진다. 여기에 파라의 성장 비밀이 담겨있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성장’ 이야기를 재치 가득 펼쳐진다.

파라는 망고를 사랑한다. 망고 나무 속에서 살고 싶을 만큼 말이다. 어김없이 망고를 기다리던 어느 해, 망고 나무에 망고가 열리지 않는다. 파라는 사랑하는 망고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망고가 열리기를 바란다. 책 속에 표현된 갖가지 엉뚱한 방법에 미소가 지어진다. ‘저렇게 까지 하다니...’라는 생각이 들다가 ‘파라처럼 무언가를 지극히 사랑한 경험이 있나?’라는 질문에 다다르자 파라의 사랑하는 마음이 예뻐 사랑하는 대상을 향한 노력에 함께 응원을 하게 된다. 파라의 엄청난 노력에도 망고 나무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파라를 엄청난 좌절에 빠뜨린 이 문제 상황은 어떻게 해결될까? 작가는 이 해결을 위해 멋진 조력자를 등장시킨다. 바로 파라의 할아버지다. 물론 할아버지가 해법을 찾은 건 파라에 대한 사랑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자신의 경험에 갇혀 실망하는 파라에게 할아버지는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준다. 할아버지가 파라에게 전해 준 선물 덕분에 파라는 망고에서 망고 나무로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기쁨을 찾는다. 파라의 노력으로는 망고가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할아버지는 앞으로의 일을 예견하고 묵묵히 파라에게 다른 세상을 열어줄 준비를 한다. 오랜 삶에서 묻어나는 지혜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파라가 더 넓은 시야로 보이지 않던 세상을 발견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망고나무 아래서 편안한 시간을 갖는다. 할아버지와 파라의 세대간의 사랑과 할아버지의 삶의 경험 즉 유산이 파라에게로 전해지는 세대 간의 연결도 이렇게 가능하구나 싶어진다. 세상에 ‘진정한 어른’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어른’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어떤 훈계나 충고의 말없이 알려준다. 이것이 그림책의 힘인가 보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가 아닌 은유를 통해 더 강한 힘을 발휘하니 말이다.

어린 파라로부터는 무언가를 사랑하는 방법을, 할아버지로부터는 진정한 어른의 자세를 배운다.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나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다.
인도에서 태어난 사르탁 신하 작가는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예술가이자 선생님이라고 한다. 작가 소개의 말이 그림책에 오롯이 묻어있는 느낌이 든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늘 신기하다 생각되는 건 작가와 그림이, 작가와 글이 참 닮아있다는 거다. 그냥 저절로 그리되나 보다. 이런 것도 그림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