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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자기 딱 좋은 곳, 파리 ㅣ 딱 좋은 곳 2
로라 키엔츨러 지음, 박재연 옮김 / 후즈갓마이테일 / 2023년 2월
평점 :

후즈갓 마이테일의 <쉬하기 딱 좋은 곳, 뉴욕>을 통해 위트있는 여행그림책을 만났었다. 이번에는 파리다. ‘낮잠 자기 딱 좋은 곳, 파리’라니.... 아름다운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낮잠을 자다니? 낮잠과 파리의 이 낯선 조합이 궁금하다.

본격적인 파리 여행이 시작되기 전 ‘예티’와 ‘마르셀’ 두 여행 동반자의 소개로 면지가 시작된다. 우리가 여행을 시작하기 전 동반자의 특성을 파악하는 건 행복한 여행을 위한 필수 코스에 속하니 면지에 등장시키는 센스가 만점이다.
예술의 도시 파리는 여행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도시다. 그림책 속 주인공 예티도 그러하다. 그런데 오랜 시간의 비행기 여행으로 예티는 여행이 시작되기 전부터 지쳐버리고 만다. 예티와 달리, 예티의 단 하루동안의 파리 여행 꿈을 이뤄 줄 가이드 비둘기 마르셀은 파리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는 자신의 온갖 지식을 동원해 여행 동선짜기에 신중을 기한다. 마음이 바쁠 수 밖에 없다.

잠이 쏟아져 낮잠 잘 곳이 필요한 예티와 가이드 모자까지 쓰고 명소를 안내하는 마르셀의 파리 여행은 어떻게 펼쳐질까? 파리의 명소들을 다니며 둘이서 나누는 핑퐁 대화가 재미있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에서 이런 두 캐릭터는 꼭 있을 법하여 흐믓한 미소가 번진다. 책장을 넘기며 펼쳐지는 그림과 포토 콜라주의 조화도 파리 여행의 흥미를 더한다. 생투앙 벼룩시장의 장면은 가득 쌓인 물건을 콜라주로 표현하여 벼룩시장만의 리얼함과 복잡스러운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이렇듯 각 여행 명소마다의 포토 콜라주는 책 속 파리여행에 실제감을 전해준다.
'예티는 파리에서 낮잠 자기 딱 좋은 곳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낮잠 자기엔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파리를 사랑하게 될까?' 하고 예티와 마르셀을 따라가다 보면 지루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작가가 선정해 놓은 13개의 파리의 명소를 다 들르게 된다. 낮잠과 파리, 느긋한 예티와 투덜이 마르셀, 사랑스런 일러스트와 빈티지한 사진...등 이색적인 두 개의 묘한 겹합으로 『낮잠 자기 딱 좋은 곳, 파리』라는 매력적인 여행기 딱 만들어지다니....
뒷 면지에 소개되어 있는 각 장소마다의 설명은 파리를 더 알게 해 주고 예티가 마르셀에게 보낸 깜짝 편지도 재치 만점이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라면 파리 여행의 가이드도 거뜬히 가능할 것 같다. '재치있는 여행기' 쓰기의 예시로도 이 책 하나면 '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