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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어떻게 구름이 될까? ㅣ 북극곰 궁금해 15
롭 호지슨 지음, 우순교 옮김 / 북극곰 / 2022년 6월
평점 :
물은 순환한다. 익히 알고 있는 물의 여행이 딱 맞는 서사를 만났다. 북극곰 출판사에서 나온 <구름은 어떻게 구름이 될까?>이다. 어떻게?라는 궁금증을 안고 책장을 넘기다 보면 비, 번개, 천둥, 안개, 바람, 무지개들을 만나게 된다. 구름이 만나는 그것이 나에겐 인간이 살면서 필연적으로 겪을 수 밖에 없는 희노애락과 겹쳐졌다. 구름의 탄생부터 또 다른 구름으로의 이어지는 이야기가 인간이 태어나 삶을 살다 다른 생명으로 이어지는 삶의 장대한 일대기로 확장되어 읽힌 것이다.

표지의 반짝반짝 구름과 제목에서 느껴지는 정성에 책의 만듦새가 짐작된다.
표지를 넘겨 만나게 되는 무지개 면지...무지개가 누구와 누구의 협동작품인지 마지막 부분에 비밀이 드러난다.

목차를 통해 구름의 여행을 살펴보자. 2장, 2장 반의 센스. 9장 이제 끝? 은 궁금증을 더한다. 장별로 구별되어 있으니 어느 날 안개 많이 낀 날이면 '안개' 장을 펼쳐 볼 수 도 있겠다 싶다. 따로 따로 함께가 가능해진다.
구름의 탄생 장면이다.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탄생에 성공한 물의 표정을 보자. 무언가 해낸 듯한 뿌듯한 표정, 해 낸 자만이 가지게 되는 반빡이는 후광이 느껴진다. 그 성공담의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한 햇님의 흐믓한 미소도 빠질 수 없다. 비록 작은 성공일지라도 자신이 해 낸 것을 으쓱해하는 아이의 표정과 도움을 주었으되 드러내지 않고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부모의 표정이 '딱 이렇지'하는 느낌이 든다.
해와 바람의 환상의 협작인 구름....여기서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내기를 했던 햇님, 바람의 대결 구도는 없다. 그들의 하나된 마음으로 구름은 여행을 떠난다.

이렇게 낮게 깔려있을 땐 나를 안개라고 불러줘!
본문 중에서
안개의 정체가 밝혀진다. 많이도 헷갈렸던 안개와 구름이 하나란다. 요 명명부탁하나로 과학 지식이 뇌리에 쏙하고 들어온다.
무엇이든 과하면 탈이 난다. 좋아하는 물방울을 욕심껏 막 끌어안더니 먹구름이 되었다. 이제 덜어낼 때다. 구름은 다행히 그 때를 안다. 비를 뿌리고 마침내 가벼워진다. 구름도 그러하듯 인간 삶도 그러하다. 우리 삶도 무언가 덜어낼 때를 안다면 훨씬 가벼워질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구름의 지혜를 빌려 잠시 멈추고 '무엇 때문에 지금 무겁다 느껴지는지?' '언제, 어떻게 가벼워져 졌는지, 아니면 겨벼워질 것인지?' 이야기 나누고 싶어진다.
많이 끌어모아 탈이 나더니 이젠 친구 문제다. 구름은 또 다른 구름, 친구를 너무 좋아한다. 구름파티가 열렸는데 넘 많이 참여했나...서로 짓눌려 사고 나기 직전이다. 아니나다를까 터져버린다. 괴성과 함께 말이다. 이 괴성이 바로 천둥과 번개다. 부딪힘으로 전기가 쌓이고 번쩍하고 번개가 된다. 천둥과 번개의 발생을 요렇게 간단히 기발하게 그려낼 수 있다니...이렇게 구름과 구름의 만남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이란 걸 안다면 어린 시절 천둥과 번개치는 밤에 무서워 엄마 품을 찾는 일은 줄어들라나
요즘 장마와 함께 천둥 번개가 자주 동반되는데 정지한 상태로 무서움에 덜덜 떠는 울 집 강아지에게도 가르쳐 주고 싶어진다. 저건 말이지 하고
이렇게 맛깔나는 이야기와 귀여운 그림이 가득하다. ‘논픽션 그림책이니 딱딱하고 건조하지 않을까?’하는 선입견이 싹 날아가버린다. 이야기로 접하는 지식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기에 더 오래 더 깊이 각인된다. 이야기에 빠지다 보면 지식은 덤이라고 할까.
구름의 여행을 통해 내 삶의 추억여행, 구름의 태도에서 내 삶의 지혜도 건져올려보길 권한다. 그러니 이 책은 날씨를 접하는 아이들에게도, 이미 날씨의 비밀을 익히 알고있는 어른에게도 딱인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