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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이레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문명인으로서 살아가다 숲의 향기를 맡고 싶으면 월든을 펼친다.
이토록 아름다운 글이 있을까. 이토록 아름다운 사람이 있을까.
인간에게 감동한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몇 번 경험하기 힘든 일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를 책 속에서 찾기란 아주 힘든 일인데 말이다.
억울하다. 소로우가 살다 간 시대에는 굳은 의지가 있으면 그처럼 살 수 있었을지 모르나
지금의 시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도 결단을 내리기 힘든 시대이니.
모든 역사를 통틀어 가장 인류에게 많은 짐이 지워진 시대라고도 볼 수 있다.
번역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리뷰가 있던데...
다독가인 편이지만 나에게는 이 책, 강승영씨가 번역한 이레출판사의 월든이
지금까지 읽은 번역서 가운데 가장 아름다웠으며 무엇보다도 만족하고 있다.
소로우의 책은 대부분 원서로도 가지고 있는데 나는 강승영씨가 아주 번역을 잘했다고 본다.
소로우는 류시화등 우리나라 문단의 서정적인 분위기와는 글쓰는 타입이 아주 다르다.
그야말로 간소하게, 간소하게! 그의 모토대로 간결하면서 아름다우며 사실적이다.
소로우 글의 가벼운 느낌은 마치 동양의 현자처럼 욕심없는 점에서
호흡, 공기, 숲의 나뭇잎을 뒤흔드는 소소한 바람같으며
그러면서도 위트와 재치가 넘치며 교육적이지 않고 때로는 개구장이나 악동같은 고집이 느껴진다.
강승영씨는 본인이 소로우를 오래 탐구한 만큼 그런 점을 잘 살려 간결하면서도
깔끔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무척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번역에 불만을 가진 분은 기존의 문학작품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것은 아닐지?
이레 출판사의 다른 역자가 번역한 소로우의 작품 번역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소로우의 공기와도 같고 호흡과도 같은 문체를 살리지 못해 대부분 딱딱하다
국내 출간된 소로우의 책을 대부분 갖고 있는데 중복되는 내용에 대한 번역을 보면
강승영씨의 번역만큼 소로우의 개성을 잘 살려준 번역은 없다고 사료된다.
아직도 월든을 보지 않았다면 반드시 일독을 권한다.
일독을 하였다면 나처럼 옆에 두고 두어달에 한번씩은 다시 찾게 될 것이다.
다소 초반이 지루하다는 리뷰도 있어 반대의견 써본다.
월든은 기존의 환경관련 책의 '여유만 넘치고, 너무 느린' 이미지의 글이 아니다.
여유도 있지만 중간 중간 나름대로 모험과 서스펜스(?)도 있고 깨달음은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글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다 읽었다면 반드시 나처럼 소로우의 인간됨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