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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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헤픈 스무살의 육체'들은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사실 이 도시는 그렇게 관대하지가 않아서 그들을 포용해주려 하지 않는다. 그들의 존재를 지우는 것은 쉬워도. 세상의 최전방에 서서 어떻게든 살려고 노력하는 그들은 처절하게 아름답다. 그저 교환될 수 있는 냉동실 안의 블루베리와 말보로 레드처럼, 깊게 명명하지 않아도 서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그들의 관계이다. '재희'와 '나'는 서로만 이해할 수 있는 서사를 쌓아가며 그들은 그들의 세상에 둘만 남게 된다. 그리고 그곳은 열 평짜리 원룸이다. 좁디좁은 그 공간만이 그들을 포용해주는 안식처가 되어준다. 그러니까 그들은 둘만 남게 되어 세상을 조금 더 상처받지 않는 방향으로, 조금은 살고 싶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중이다. 우정보다는 조금 더 밀도 높은 감정으로, 차곡차곡 쌓아올린 그들의 관계는 미치도록 아름답다. 그러나 그런 재희는 이제 없다. '영원할 줄 알았던 재희와 나의 시절이 영영 끝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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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문장, 시니컬한 감정들의 나열뿐인데도, 우리는 왜 박상영의 소설을 이토록 기다리며 사랑하는 걸까. 그것은 박상영만이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그런 사람을 기다려왔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의 언어로, 농도로 깊게 파고드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보편적이고 애처롭고 그래서 애절하고 사무치는, 그러니까 우리가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내 본 적 없는 소중한 사람의 이름처럼 달콤하고 날카롭다. 우리는 그런 박상영을 필히 사랑하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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