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1977
- 자작 150228
1977, 담과 담이 붙어있고
어른키만한 골목을 사이에 둔
집과 집이 마주한 녹먹은 철문들
끼이익, 한겨울 아침을 열면
건너 집 대문액자속, 쥐슬은 마루아래
찌그러진 양은대야 펄펄 끓는 물,
찬물로 간을 맞춘 세숫물이 대령됐고
대야에 얼굴 담근, 청춘 간 아버지들
파아파아 푸루루 새벽잠을 씻어냈다
노란 다이알비누 허멀거니 녹은,
더운 김 모락모락 세숫물
액자밖으로 *쫙 매몰차게 끼얹였다
더러운 물벼락에 깜짝 놀란 마당
막막한 공간 너머 미지의 세상을 향해
지렁지렁 세계전도로 번져나갔고
아버지들보다 더 부지런했을,
새벽잠 설친 노인들의
저마다의 무기력을 거부한
빈틈없는 싸리빗자국으로
수치스럽게 핥아져있었다
출구를 잃어 덩어리진 아침먼지
집집마다 뜸드는, 느글거리는 밥냄새를
올라타고 길다란 골목을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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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아이를 방과후 학습에 데려다주고 컷트클럽에서 칠천원 주고 머리를 오린 후 문득 생각난, 유년의 기억을 더듬었다.
*김사인의 [겨울 군하리]라는 시의 싯구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이발소 자리 옆 정육점 문이 잠시 열리고
누군가 물을 홱 길에 뿌리고 다시 닫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