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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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거나 반짝이는 - 음악평론가 김진묵 에세이
김진묵 지음 / 정신세계사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명상에 관심이 있어서 '명상'에 대한 포켓북을 구매한 적이 있다. 본래 성격이 꼼꼼한 편이라 책을
볼 때 제일 첫 장부터 차근차근 읽는 편인데 작가의 이력이 독특해서 눈에 띄었었다. 강원도 산 속
에서 농사를 하며 지낸다는 글쓴이는 동시에 음악 평론가이기도 했다. 그게 어떤 모습일지 어떻게
그런 게 가능했는지 도저히 상상이 잘 가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농사를 짓는 음악인이 어떻
게 가능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음악 평론가라 당연하겠지만 책을 읽으며 글쓴이가 전달해주는 다양한 음악의 세계를 접해
볼 수 있다. 다양성은 아름답다. 다 똑같으면 재미가 없을 세계에 내가 있고, 네가 있어 세상은 아
름답다. 음악의 세계에서도 그렇다. '꼬끼오, 클래식 바보, 재즈 바보'에는 재즈를 벌레처럼 혐오하
는 음악 교수님과 재즈밖에 모르는 재즈 바가('바보'를 뜻하는 일본어)이야기가 나온다. 다양성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자신이 속한 세계만 고집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 일화를 보고 '락덕
후'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락덕후'는 어떤 것에 지나치게 집중해서 현실 세계에 잘 적응하지 못하
는 사람을 일컫는 오타쿠(최근에는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와 락을 합성해서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락을 제일 좋아하고, 락만이 최고라고 스스로에게 우월성을 느끼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라는데 어디에선가 한 번 쯤은 볼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서 왠지 웃음이 나왔다.
그런 글쓴이는 요즘 까보니즘 음악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까보니즘은 또 웬 모르는 영어 단어야
하면서 머리를 쥐어 짤 필요는 없다. 음악은 '소리가 까부는 것'이라고 생각한 글쓴이가 만든 단어
이니까. 익살스러운 단어처럼 음악의 창작 방식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음악적 이미지와 템포와 키
만 정해주고 연주자들을 스튜디오로 넣어서 즉흥적인 연주를 시킨다고 한다. 그러면 처음엔 당황
해하던 연주자들도 곧 잘 자신만의 방식대로 연주를 한다고 한다. 그렇게 모은 연주곡들을 다듬어
서 까보니즘 음악이 만들어지는데 처음에는 의도하지 않았던 대단한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한
다. 우연성에서 나오는 조화로움이란 어떤 것일지 기대가 된다.
음악은 까부는 것이라는 글쓴이의 말처럼 나도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듣는 것을 너무 어려워 말고
시작해 볼까 한다. 조금씩 듣다 보면 내 경험으로 인해 공감할 수 있는 나만의 음악지도를 만들
어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