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2 민음사 모던 클래식 32
마지 피어시 지음, 변용란 옮김 / 민음사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페미니즘 유토피아-디스토피아 소설들을 연이어 읽다보니 이 책 읽을 때는 다소 지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임스 서버 - 윈십 부부의 결별 외 35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9
제임스 서버 지음, 오세원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세기 미국 최고의 유머 작가란 말은 헛소리가 아니다.
맥베스 살인 미스터리는 미스터리 독자라면 놓쳐서는 안될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솔한 여행자
르네 바르자벨 지음, 박나리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소설은 3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에는 소설속 시간여행의 원리가 설명되고 2052년의 미래로 여행을 가는데, 작가의 전작과 세계관이 공유되는 모양이다. 2부에서는 좀 더 본격적인 시간여행을 시작하는데 10만년대로 여행을 한다. 3부에서는 과거로의 여행을 하고 주인공이 사고치고 다니면서 결국엔 대가를 치루게된다.

 

가장 재밌는 부분은 아무래도 사고치고 다니다 타임패러독스가 발생하는 3부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2부이다. 2부에서 묘사된 10만년 후의 세계는 굉장히 기괴하다. 그 시대의 인류는 단일한 형태의 신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시각, 청각, 후각 등의 각각의 감각기관 역할을 하는 인간들이 따로 존재해서 오로지 그 임무만을 수행한다. 심지어 먹는 역할을 하는 존재들도 우유를 먹는 무리, 고기를 먹는 무리, 과일을 먹는 무리가 따로 있다. 게다가 생식 기능을 하는 존재들도 따로 있는데 이또한 특이하다.

 

"여기에는 여성의 상반신이, 저기에는 얼굴이, 살집 없는 허리와 살찐 엉덩이, 납작한 배, 둥글고 부드러운 한쪽 가슴, 뾰족한 한쪽 가슴, 금빛 머리칼, 보조개, 주름진 배, 둔부위의 점, 손 하나, 푸른 눈 하나, 곧은 코, 매부리 코, 발목, 음영을 넣은 입술, 한쪽 귀가 있다.

 나는 바라보고 또다시 바라본다. 뚱뚱하거나 말랐으며, 추하거나 아름답고, 금발 혹은 흑발인, 젊거나 나이 든 여체들의 수천가지 파편이 보인다. 모든 여자들. 온 여성. 난쟁이들은 이 수 많은 표변 주변을 돌다가, 자기 이상형 앞에 도달하면 서둘러 이미지를 통과해서 어두운 문 속으로 사라진다. 이미지는 계속해서 요동치며 자신을 바라는 이들 앞에 나타난다. -중략-

 

 그 순간 강렬한 감정에 가슴이 죄어든다. 새하얀 어깨는 사라졌다. 그 대신 검은 두 눈, 내가 익히 아는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눈, 여기서 그 이름을 말할 수는 없지만 내 삶의 전부인 어느 여인의 눈이, 그 눈이 나를 바라보고, 나를 부른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으로 환히 빛난다. 내게 자신의 사랑을 속삭인다. 내가 사랑하는 눈이 나를 부른다. 그 목소리가 들린다. 난쟁이 무리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헐떡이더니 신음한다. 파도 소리 속에서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리 와요 사랑해요. 난 당신거예요.' 난쟁이들이 고통스러워하더니 신음하며땀을 흘린다. 난쟁이 무리의 냄새 속에서 나는 나를 기다리는 여인의 밤 향기를 맡는다. 내 몸 위로 그녀의 열기가 느껴진다.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나를 흥분케 한다. 나는 두팔을 위로 들어올린다. 근육이 팽창하면서 뼈에서 뚜둑 소리가 난다. 혈관이 요란하게 울려된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달려가며, 환희의 비명을 지른다. 사랑하는 그녀를 품에 안을 것이다.

 나는 산의 벽에 세차게 부딪힌다. 그 충격에 정신을 차린다. 복면 안쪽에서 코피가 난다. 문은 다행스럽게도 내가 들어가기에는 너무 작다. 십년감수할 일이다. -중략-

 

 이 문을 넘어갔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궁금하다. 나는 수수께끼를 향해 돌진한다. 백 걸음 정도 걸어 두꺼운 벽을 통과한 후, 거대한 돔형 지붕 아래로 나온다. 파란 버섯들이 지붕을 여름 하늘처럼 새파랗게 비추고 있다.

 거대한 덩어리가 벽면에 닿을 듯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살아 있는 덩어리, 터무니없이 거대한 반구 형태의 이 괴수는 수십만 톤은 족히 나갈 득하며 조개껍질 속의 조갯살처럼 이 산속에서 틀어박혀 있다. 그 분홍빛 살갗은 기이할 정도로 부드러우며, 어린아이의 뺨이나 처녀의 순결한 배처럼 반들거린다.

 괴수는 밖으로 이어지는 통로마다 그 앞에 짧은 돌기를 늘어뜨리는데, 돌기 끝에는 부드러운 입이 달려 있다. 난쟁이 하나가 달려서 도착하면, 입이 열리며 난쟁이를 집어삼킨 뒤 축축한 소리를 내며 다시 닫힌다. 돌기가 다시 흡수되면, 살덩이는 기쁨에 전율하며 먹이를 삼키고, 입은 어두운 입구 앞에서 원래 위치를 되찾는다.

 나는 괴수의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여기저기서 똑같은 광경을 발견했다. 괴수는 입을 통해, 신기루에 홀린 난쟁이들을 1분에 수백 명씩 삼킨다. 입술 수천개가 열리고 닫히며 나직한 소리, 잔잔한 바다가 찰랑이는 소리를 이룬다. -중략-

 

 나는 눈앞의 광경을 경악한 채 바라본다. 열기구의 아랫부분처럼 생긴, 산처럼 거대한 존재의 하반신이 하늘만큼 커다란 방 천장에 매달려 있다. 그 끝에 휑하니 열린 관이 달려있는데, 그 지름이 센 강과 샹젤리제를 합쳐놓은 것만큼 거대하다. 이 관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지면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흩어진다. 그 하나하나가 몸을 움직이고 흔들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들은 새로운 시대의 인간이다. 수천의 전사, 농부, 복부 인간, 지하 노동자, 이미 손을 맞잡고 있는 경계담당 트리오, 그리고 내가 아직도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인간이 솟아오르는 광경이 보인다. 이들은 그 즉시 종에 따라 분류되고, 각 무리는 다른 문으로 향한다. 농부들은 복부 인간들을 자그마하게 접어 팔 아래 끼고 간다.

 그 순간, 내가 이곳에 도착한 이래로 보았던 모든 광경의 의미가 갑작스레 이해된다. 지금 나는 신인류가 한꺼번에, 끈임없이 태어나는 광경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흙으로 된 갑주 속에 몸을 웅쿠린, 이 산처럼 거대한 존재는-감히 여성이라고 적진 못하겠다-암컷이고 여왕인 셈이다. 그리고 안절부절못하며 먼지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난쟁이들, 그들이 수컷인 것이다.

 이제야 그들의 기쁨이 이해 간다. 그들은 죽음이 아니라 삶을 향해 내달리는 것이다. 이들에 비하면 우리 시대의 남자들, 나의 형제들은 얼마나 하찮은가! 그리고 나 자신 역시 얼마나 쩨쩨하게 느껴지는지! 우리 남자들은 여성에게 자기 자신을 다 내어주었다가도 곧바로 도로 거두어들인다. 온갖 계산과 꿍꿍이속으로 가득하다. 잠시 동안 자신을 내던지고 나서, 자기도취와 이기주의라는 갑주 속으로 움츠러든다. 하지만 우리의 머나먼 후손들인 이들은 자기 자신을 통째로 내어준다. 가죽과 살, 있는 그대로의 전부를! 그들에게는 남성으로서의 기관이 필요하지 않다. 기관은 그들의 몸 자체, 여성의 몸속으로 녹아드는 그들의 몸이기 때문이다. "

 

 아무튼 시간 여행 SF를 좋아하기 때문에 재밌게 읽었다.

 그런데 어떤 문장은 여자들에게는 불쾌할 수도 있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올해 읽은 책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한 책이다.

 

"저는 확실히 이 세상에는 사람의 혼을 빼가는 병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체력이라든가 정신력이라든가 하는 그런 표면적인 게 아닌 좀 더 깊은 곳에 있는 중요한 혼을 빼앗아가는 병을, 사람은 자신 안에 키우고 있는 게 아닐까. 절실하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병에 걸린 사람의 마음에는 이 소소기 바다의 그 한순간의 잔물결이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것으로 비칠지도 모릅니다. 봄도 한창이어서 짙은 초록으로 변한, 거질어지기도 하고 잔잔해지기도 하는 소소기 바다의 모습을 저는 넋을 잃고 바라봅니다.

 자 보세요. 또 빛나기 시작합니다. 바람과 해님이 썩이며 갑자기 저렇게 바다 한쪽이 빛나기 시작하는 겁니다. 어쩌면 당신도 그날 밤 레일 저편에서 저것과 비슷한 빛을 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시선을 주고 있으니 잔물결의 빛과 함께 상쾌한 소리까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이제 그곳만은 바다가 아닌,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부드럽고 평온한 일각처럼 생각되어 흔들흔들 다가가고 싶어집니다. 그렇지만 미쳐 날뛰는 소소기 바다의 본성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잔물결이 바로 어둡고 차가운 심해의 입구라는 것을 깨닫고 제정신을 차릴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달팽이는 왜 느린지 알고 싶었던 어느 달팽이의 여정

나도 예전에는 잘 날아다녔단다. 하지만 지금은 날 수가 없구나. 옛날에, 그러니까 너희 달팽이들이 이 들판에 살기 훨씬 전에는 나무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았지. 너도밤나무, 밤나무, 떡갈나무, 호두나무, 참나무 등등, 셀 수 없을 정도였어. 그때만 해도 모든 나무들이 내 집이나 마찬가지였단다. 밤마다 나무들 사이를 자유자재로 날아다녔지. 사라져 버린 나무들에 대한 추억이 쌓이면서 몸이 너무 무거워지는 바람에 이젠 날 수조차 없구나. 보아하니 넌 아직 어린 것 같은데. 하지만 지금까지 네가 본 것, 쓴맛이든, 단맛이든 네가 여태것 맛본 것, 그리고 비와 햇빛, 추위와 밤, 그리고 모든 것들이 너와 함께 움직이다 보니 무걸울 수밖에. 그 무게를 감당하기는 아직 네가 어리기 때문에 몸이 느린 거란다.

"지금 제 기분이 어떤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웬지 그리 좋은 것 같지는 않아요." 달팽이가 중얼거렸어.
"반항아야 그런 걸 두려움이라고 한단다. 두려움."
"그럼 저를 반항아라 부르지 마세요. 그 이름만 가지면 용기, 엄청난 용기가 솟아날 줄 알았는데."
달팽이를 등에 태우고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던 거북이는 두려움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 했어. 그러곤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모두 동원해서 달팽이에게 말해 주었지. 진정한 반항아라도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지만, 맞서 싸워 이겨 낸다고 말이야.

마지막 꽃잎을 먹고 있던 거북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단다. 만약 달팽이가 그렇게 느리지 않다면, 즉 느릿느릿하게 걷지 않고 송골매처럼 빨리 날거나, 메뚜기처럼 저 먼 데까지 폴짝폴짝 뒤어다니거나, 벌처럼 우리 눈이 못 쫗아갈 정도로 날쌔게 날아다닌다면, 아다 둘, 그러니까 달팽이와 거북이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못했을 거라고 말이야.

"내가 주변을 관찰하고 뭔가를 파악할 줄 아는 건 타고난 본성이란다. 달팽이 네게도 좋은 점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느리다고 한탄만 하고 있어서야 되겠니? 내가 <반항아>라는 이름의 달팽이를 알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네가 몇 걸음 가다가 뒤에 누가 쫓아오는지 보려고 고개를 돌리는 거북이처럼 느린 덕분 아니겠니.

반항아는 오래간만에 푹 자고싶은 생각밖에 없었지, 그래서 껍질 속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그는 달팽이들의 몸에서 흘러나온 허연 점액들이 서리 위에서 반짝거리면서 길처럼 쭉 이어진 모습을 바라보았어. 그리고 생각했어. `이것은 고통의 흔적이지만, 동시에 희망의 자취이기도 해.` 그는 당장 달팽이들을 불러 그들이 남긴 자국을 보도록 했단다.

"아니에요. 여려분을 이곳으로 데려온 건 제가 아니에요. 전에 이름을 갖고 싶다고 무작정 납매나무을 떠난 적이 있잖아요. 들판을 돌아다니면서 전 정말로 많은 걸 깨우칠 수 있었답니다. 특히 느림의 중요성을 말이죠. 그리고 아주 힘든 경험이긴 했지만 이번에도 아주 소중한 사실을 하나 깨닫게 됐어요. 민들레 나라는 저 먼 곳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간절한 마음속에 있었다는 걸 말이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