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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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읽은 책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한 책이다.

 

"저는 확실히 이 세상에는 사람의 혼을 빼가는 병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체력이라든가 정신력이라든가 하는 그런 표면적인 게 아닌 좀 더 깊은 곳에 있는 중요한 혼을 빼앗아가는 병을, 사람은 자신 안에 키우고 있는 게 아닐까. 절실하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병에 걸린 사람의 마음에는 이 소소기 바다의 그 한순간의 잔물결이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것으로 비칠지도 모릅니다. 봄도 한창이어서 짙은 초록으로 변한, 거질어지기도 하고 잔잔해지기도 하는 소소기 바다의 모습을 저는 넋을 잃고 바라봅니다.

 자 보세요. 또 빛나기 시작합니다. 바람과 해님이 썩이며 갑자기 저렇게 바다 한쪽이 빛나기 시작하는 겁니다. 어쩌면 당신도 그날 밤 레일 저편에서 저것과 비슷한 빛을 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시선을 주고 있으니 잔물결의 빛과 함께 상쾌한 소리까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이제 그곳만은 바다가 아닌,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부드럽고 평온한 일각처럼 생각되어 흔들흔들 다가가고 싶어집니다. 그렇지만 미쳐 날뛰는 소소기 바다의 본성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잔물결이 바로 어둡고 차가운 심해의 입구라는 것을 깨닫고 제정신을 차릴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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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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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팽이는 왜 느린지 알고 싶었던 어느 달팽이의 여정

나도 예전에는 잘 날아다녔단다. 하지만 지금은 날 수가 없구나. 옛날에, 그러니까 너희 달팽이들이 이 들판에 살기 훨씬 전에는 나무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았지. 너도밤나무, 밤나무, 떡갈나무, 호두나무, 참나무 등등, 셀 수 없을 정도였어. 그때만 해도 모든 나무들이 내 집이나 마찬가지였단다. 밤마다 나무들 사이를 자유자재로 날아다녔지. 사라져 버린 나무들에 대한 추억이 쌓이면서 몸이 너무 무거워지는 바람에 이젠 날 수조차 없구나. 보아하니 넌 아직 어린 것 같은데. 하지만 지금까지 네가 본 것, 쓴맛이든, 단맛이든 네가 여태것 맛본 것, 그리고 비와 햇빛, 추위와 밤, 그리고 모든 것들이 너와 함께 움직이다 보니 무걸울 수밖에. 그 무게를 감당하기는 아직 네가 어리기 때문에 몸이 느린 거란다.

"지금 제 기분이 어떤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웬지 그리 좋은 것 같지는 않아요." 달팽이가 중얼거렸어.
"반항아야 그런 걸 두려움이라고 한단다. 두려움."
"그럼 저를 반항아라 부르지 마세요. 그 이름만 가지면 용기, 엄청난 용기가 솟아날 줄 알았는데."
달팽이를 등에 태우고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던 거북이는 두려움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 했어. 그러곤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모두 동원해서 달팽이에게 말해 주었지. 진정한 반항아라도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지만, 맞서 싸워 이겨 낸다고 말이야.

마지막 꽃잎을 먹고 있던 거북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단다. 만약 달팽이가 그렇게 느리지 않다면, 즉 느릿느릿하게 걷지 않고 송골매처럼 빨리 날거나, 메뚜기처럼 저 먼 데까지 폴짝폴짝 뒤어다니거나, 벌처럼 우리 눈이 못 쫗아갈 정도로 날쌔게 날아다닌다면, 아다 둘, 그러니까 달팽이와 거북이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못했을 거라고 말이야.

"내가 주변을 관찰하고 뭔가를 파악할 줄 아는 건 타고난 본성이란다. 달팽이 네게도 좋은 점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느리다고 한탄만 하고 있어서야 되겠니? 내가 <반항아>라는 이름의 달팽이를 알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네가 몇 걸음 가다가 뒤에 누가 쫓아오는지 보려고 고개를 돌리는 거북이처럼 느린 덕분 아니겠니.

반항아는 오래간만에 푹 자고싶은 생각밖에 없었지, 그래서 껍질 속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그는 달팽이들의 몸에서 흘러나온 허연 점액들이 서리 위에서 반짝거리면서 길처럼 쭉 이어진 모습을 바라보았어. 그리고 생각했어. `이것은 고통의 흔적이지만, 동시에 희망의 자취이기도 해.` 그는 당장 달팽이들을 불러 그들이 남긴 자국을 보도록 했단다.

"아니에요. 여려분을 이곳으로 데려온 건 제가 아니에요. 전에 이름을 갖고 싶다고 무작정 납매나무을 떠난 적이 있잖아요. 들판을 돌아다니면서 전 정말로 많은 걸 깨우칠 수 있었답니다. 특히 느림의 중요성을 말이죠. 그리고 아주 힘든 경험이긴 했지만 이번에도 아주 소중한 사실을 하나 깨닫게 됐어요. 민들레 나라는 저 먼 곳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간절한 마음속에 있었다는 걸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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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기술
유시민 지음, 정훈이 그림 / 생각의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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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부터 10장 까지는 유시민의 글에 정훈이의 만화가 곁들어져있고. 마지막 11장은 오로지 정훈이의 만화로만 이루어져 있다. 전제적으로 재미있고 유익하다. 11장의 만화 중 일부가 흐릿한데 의도인지 인쇄 오류인지 알길이 없다.

 

"글쓰는 사람은 관념에 속박당하기 쉽습니다. 정치권력의 감시와 통제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돈 가진 사람들 비위를 맞추느라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늘어놓는 사람은 지금도 많습니다. 그러나 권력과 돈만 속박인 것은 아닙니다. 우리들 각자가 지닌 생각도 때로 속박이 됩니다. 살아가려면 세상을 이해해야 하고, 세상을 이해하려면 생각의 틀이 있어야 합니다. 인간과 사회와 역사를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서 쓰는 생각의 틀을 주의 또는 이즘이라고 하겠습니다.

-중략-

 세상에는 욕망의 노예가 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이즘의 노예가 된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무슨 주의자이니까 모든 문제를 그런 주의자답게, 그 주의의 원칙에 따라서 생각하고 판단하려 하며, 심지어는 남한테도 그렇게 하라고 요구합니다. '그렇게 할 거면 00주의자라고 하지마! 여기 동의하지 않는다면 너는 00주의자라고 할 수 없어! 하는 식으로 말이죠. 이것은 이즘에 속박된 사람이 보이는 태도 입니다."

 

"한 장의 그림으로 사람을 웃게 하든,

한 줄의 글로 사람을 울게 하든,

한마디 말로 감동을 주든,

그냥 무심코 한 행동이든 간에

 

가장 좋은

표현의 기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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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건방진 캥거루에 관한 고찰
마크 우베 클링 지음, 채민정 옮김, 안병현 그림 / 윌컴퍼니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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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굉장히 재미있는 농담들로 가득하다. 다만 어떤 것들은 독일인이 아니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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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투스
존 윌리엄스 지음, 조영학 옮김 / 구픽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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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국의 쇠망사를 사고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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