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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낙엽
토머스 H. 쿡 지음, 장은재 옮김 / 고려원북스 / 2013년 1월
평점 :
토마스 H. 쿡은 오해가 부르는 비극을 다루는 대가이다. 이 책에서도 어머니를 믿지 못했던 아버지처럼, 자신의 자식을, 자신의 형을, 그리고 자신의 아내를 믿지못했던 주인공이 등장한다. 주인공뿐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들도 의심의 고리를 끊지못하고 결말을 비극으로 치닫게 만든다. 이 작품을 미스터리라 부르든 아니든 굉장한 것은 분명하다.
의심은 산(酸)이다. 그게 내가 아는 한 가지이다. 산은 물건의 매끄럽게 반짝이는 표면을 먹어 치우고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다. 어느 늦은 밤 나는 재방송되는 영화 <에이리언>을 봤다. 한 장면에서 에이리언이 부식성이 강한 액체를 토하자, 그 액체는 순식간에 우주정거장의 한 층을 먹어 치웠고 차례로 다른 층까지 먹어 들어갔다. 내 생각에 그 액체는 의심과도 같았다. 의심은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고, 오래 신뢰와 헌신의 수준을 차례차례 부식시키며 더 낮은 수준으로 내려간다. 의심은 언제나 바닥을 향한다.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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