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김용희 옮김 / 하문사 / 1996년 7월
평점 :
절판


낯설고 위험한 바다에서 보내는 고독한 밤들이 쌓이고 쌓여 여기 이곳에 와서 하룻밤, 그 많은 관능적인 꿈들을 단 한 시간 동안에 만족시키기 위해 격렬한 정사를 목적으로 찾아오는 마도로스, 그들은 바다에 대한 사랑을, 어둡고 초라한 뒷골목에서 쏟아붓는 것이다. 어둡고 초라하게 보이는 뒷골목, 그러나 마도로스에게는 밝고 화려한 뒷골목이었다. 생의 이면에 쌓여 있던 사랑의 욕망을 이곳에서는 한없이 풀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은밀한 비밀을 감추고 있는 뒷골목들은 반드시 도시의 한 구석에 숨어있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고상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밝은 집들이 수천 개난 되는 가면 속에 몰래 감추고 있는 것들을 대담하고 솔직하게 털어놓기 때문이다. 예절바르고 지적인 사람들의 집에서 반짝거리는 창문은 사실 위선을 가리기 위한 허울이다.
사랑은 지성이 아니라 욕망이다. 그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만인 유일한 진실이다. 바다를 벗삼아 살아가는 마도로스와 그들을 따스하게 받아들이는 뒷골목의 사랑은 생의 한 단면을 거칠게 그러나 아름답게 그려낸다. P24~25

그는 사랑의 일부였다. 병들고 부패한, 때로는 환멸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사랑. 따라갈 수는 있지만 다가가 잡을 수는 없는 그런 사랑. 어쩌면 아득한 태초부터 그렇게 사랑했던, 사랑의 일부가 있었을 것이다. 위험한 것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그런 사랑. 하지만 망각의 시간이 흐려면서 우리는 사랑을 잊어버린 채 사람이든 물건이든 모든 것에 적당한 거리를 두게 된다.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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