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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 ㅣ 메피스토(Mephisto) 13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4년 12월
평점 :
- 거대한 낙농 가축 한 마리가 자포드 비블브락스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그것은 살이 뒤룩뒤룩 찐 소과의 커다란 네 발 짐승으로, 물기 촉촉한 커다란 눈과 작은 뿔을 가졌고, 거의 아양 떠는 듯한 미소를 입가에 띠고 있었다.
그것이 자세를 낮추더니 궁둥이로 털썩 주저않았다.
"안녕하세요? 제가 바로 오늘의 특별 요리예요. 제 몸에서 마음에 드는 부위가 있으신가요?" 짐승이 헛기침을 하고 꾸루륵 하는 소리를 내더니,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좀더 편안하 자세를 취했다. 그러고는 평화로운 눈길로 그들을 응시했다.
그 시선은 아서와 트릴리언의 놀라고 당황한 표정, 포드 프리펙트의 체념한 듯한 어깨짓, 자포드 비블브락스의 노골적인 허기와 차례로 마주쳤다.
"어깨 쪽에서 조금 떼어내는 건 어떨가요?" 짐승이 제안했다.
"그래가지고 백포도주 소스에 담가 끓이는 거예요."
"어, 네 어깨에서?" 아서가 공포에 질려 속삭였다.
"당연히 제 어깨죠, 손님." 짐승은 만족스레 음매 하고 대답했다.
"제가 다른 짐승 걸 드리겠다고 할 순 없잖아요."
자포드가 벌떡 일어나더니, 무슨 감상이라도 하듯이 그 짐승의 어깨를 찌르고 만져보기 시작했다.
"아니면 엉덩이살도 굉장히 좋아요." 짐승이 중얼거렸다. "전 계속 운동을 했고 곡식도 많이 먹었거든요. 그러니까 그쪽에 좋은 고기기 많이 있어요." 짐승은 부드럽게 꿀꿀거렸다가 다시 꾸르륵 소리를 내고는 되새김질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색김질한 것을 다시 꿀꺽 삼켰다.
"아니면 저를 가지고 냄비 요리를 해 드시겠어요?" 짐승이 덧붙였다.
"이 짐승이 정말 자기를 먹어달라고 하는 거란 말이야?" 트릴리언이 포드에게 속삭였다.
"몰라.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포드가 흐릿한 눈빛으로 말했다.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일이군. 이렇게 속이 뒤집힐 것 같은 소리는 정말 처음 들어봐." 아서가 소리쳤다.
"뭐가 문제야. 지구인?" 자포드가 이제 짐승의 거대한 엉덩이 쪽으로 관심을 옮겨 가면서 말했다.
"난 자기를 먹어달라고 청하는 짐승을 먹고 싶진 않다고. 냉혹한 짓이야." 아서가 말했다.
"먹히고 싶어하지 않는 짐승을 먹는 것보단 낫지." 자포드가 말했다.`P251~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