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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랜드 - 여자들만의 나라 ㅣ Rediscovery 아고라 재발견총서 5
샬롯 퍼킨스 길먼 지음, 황유진 옮김 / 아고라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세 명의 남자가 여성들만 존재하는 나라를 방문해 겪은 일을 일종의 기행문 형태로 쓰여진 소설이다. 책날개에 소개된 작가 소개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녀는 여성의 성적 역할과 어머니로서의 역할이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능력을 무시할 정도로 지나치게 강조되어왔으며, 경제적 독립만이 여성에게 참된 독립만이 여성에게 참된 자유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위의 말을 보면 작가가 모성애에 관해 부정적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녀가 그린 허랜드에서는 자매애와 더불어 모성애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 물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모성애와는 다르다.
p121 "그녀들은 어머니들이었다.우리가 생각하는 무기력하고 비자발적인 다산의 어머니들, 모든 땅을 사람으로 가득 채우도록 강요받고, 아이들이 서로 끔찍하게 싸우며 고통받고 범죄를 저지르며 죽어가게 하는 어머니가 아니라, 자각을 가진 어머니들이었던 것이다. 이들에게 모성애는 잔혹한 열정, 즉 개인만을 위한 단순한 본능이 아니라, 하나의 종교였다.
그들의 모성애에는 우리가 너무도 믿기 힘들어했던 그들의 단결성을 바탕으로 무한한 자매애가 포함되어 있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곳의 모성애에는 국가적, 인종적 , 인간적인 것이었다.
우리는 '어머니'라고 불리는 존재가 자기 아이만 잘 키우면 된다는 생각에 빠져 모든 아이들의 공통의 필요는 말할 것도 없이 다른 사람의 아이에 대해서는 조금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을 익숙하게 보아왔다. 그러나 이곳의 여자들은 모두가 함께 가장 위대한 임무-아이를 만드는 일-을 수행하고 있었고 그것도 아주 훌륭한 아이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인구과밀 현상이 소극적 우생학의 시대로 이어졌고, 거기에는 처절한 희생이 필요했다. 우리는 보통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하지만 그녀들은 조국을 위해 아이 낳기를 포기해야 했던 것이다. 그들로서는 무엇보다 힘든 일이었다."
그녀가 긍정한 모성애란 강요가 아닌 자발적이고 자매애에 기반한 공동체 적인 모성애다. 굉장히 흥미롭고 이상적이라 생각되는 형태의 모성애라 생각되었다. 단 우생학으로 인한 희생이 조금 불편했다.
"이 나라에는 정말 남자가 한명도 없습니까?" "남자요? 여러분과 같은?" "네. 남자들 말입니다. 진정한 남자들." "없어요. 우리나라에 남자는 전혀 없어요. 지난 2천년 동안 없었어요." "그럼 그 많은 사람들과 아이들은 어떻게 된 겁니까?" "여러분이 궁금해 하는 게 당연해요. 우리 모두는 어머니지만 이곳에 아버지는 없습니다." "우리가 그 말을 믿지 못한다고 해도 실례가 안 되겠습니까?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단 말입니까?" "미국에는 그런 생물이 전혀 없나요?" "물론 하등 생물은 가능할 수 있지만." "뭐가 하등하고 뭐가 고등한 거죠?" "일부 고등 곤충 가운데도 그런 예가 있는데, 우리는 그걸 단위생식, 즉 처녀생식이라고 부릅니다." "생식이란 말은 알겠는데 처녀는 뭐죠?" "처녀란 짝짓기를 하는 동물 가운데 아직 한 번도 짝짓기를 하지 않는 암컷을 부르는 말이에요." "그렇군요. 처녀라는 말이 수컷에게도 적용되나요? 아니면 숫컷에게는 다른 용어를 쓰나요?" 그는 같은 용어를 쓰지만 수컷에게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하고는 급히 질문을 회피했다.
남성 없이 번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몰두했던 그녀들은 이번에는 번식을 제한할 방법을 찾으려 고심했다.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우리는 식량을 배급받으며 살았어요. 그러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죠. 아이를 갖기 전에 극도의 행복감을 느끼는 시기가 와요. 행복을 느끼고 아이를 향한 열망으로 가득 차죠. 우리는 아주 신중하게 이 시기를 기다리는 법을 익혔죠. 종종 아직 어머니가 되지 않는 젊은 여자들은 자발적으로 이런 시기를 미루기도 했어요. 깊은 내부에서 오는 아이에 대한 열망을 느끼기 시작하면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가장 활동적인 일에 매달렸어요. 더 중요한 것은 이미 존재하는 아이들을 직접 보살피고 그들에게 봉사함으로써 열망을 잠재우는 거예요." "우리는 모성애가 한 가지 방법으로만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우리 아이들이 이곳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이토록 충만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의 아이를 충분히 갖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곳에서는 개인만의 행복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해요. 하지만 알아두어야 할 점은 우리 모두에게는 사랑하고 봉사해야 할 백만 명의 아이들이 있다는 거예요. 그 아이들은 우리 모두이 아이들이고요." 아이를 갖는 기적이 일어날 때까지 여자는 자신의 마음속에 아이에 대한 열망을 키운다. 그러나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여자는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서 다 꺼내버리고 온 마음을 다른 아이들에게 돌린다.
"그러나 지난 600년 동안 여러분이 말하는 이른바 범죄자는 이곳에 없었어요. 우리는 열등한 사람들을 교육과 우생학을 통해 계몽하거나 멸종시켰습니다." "멸종시킨다고요? 처녀생식을 하시는데 우생학이 가능합니까?" `만약 나쁜 자질을 보이는 소녀가 아직 사회의식을 갖고 있는 상태라면 우리는 그녀에게 아이를 낳을 권리를 포기하라고 설득해요. 아주 열등한 사람 중에는 생식 능력이 없는 경우도 있었고요. 하지만 이기적인 소녀 중에는 자신이 당연히 아이를 낳을 권리가 있으며 오히려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더 뛰어날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겠네요. 그녀는 그런 태도로 자녀를 길렀을 테고요.` "그건 허락되지 않고 있어요. 가장 위대한 임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당연히 그 일을 허락하지 않죠" "아이를 낳을 권리가 모두에게 있는 줄 알았는데?" "어머니가 될 권리, 즉 아이를 낳을 권리는 그렇죠.그렇지만 교육은 가장 고귀한 분야기 때문에 가장 훌륭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답니다."
"거의 대부분의 여자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깁니다. 모든 소녀들도 이 과업을 소중하고 강렬한 기쁨이자 더 없는 영광이며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겨요. 즉 육아는 셈세함과 재능을 갖추고 있으며 육아를 깊이 있게 연구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로 여겨지고 있어요. 아이들을 사랑하면 할수록 재능이 없는 사람의 손에 아이를 맡길 수 없다는 걸 잘 알죠. 심지어 우리 자신일지라도요"
"아이를 빼앗긴 불쌍한 엄마들은 어떻게 하고요?" "빼앗기다뇨. 절대 아니에요. 그녀는 예전히 아이의 엄마이며 아이와 같이 있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아이를 돌볼 사람이 아이를 낳은 어머니만 있는 게 아니죠. 그녀보다 현명한 사람이 그 일을 하는 거예요. 그녀도 그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실습을 했기 때문에 그 점을 잘 알고 있고요. 육아를 맡은 여자들이 진정으로 우수하다는 걸 알고 존중하죠.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 아이가 가장 훌륭한 사람의 보살핌을 받는 것을 기쁘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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