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싼 할머니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46
이옥수 지음, 김병호 그림 / 시공주니어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말을 알아듣기 시작한 아이들은 "똥"이라고 말만 해도 까르르 웃습니다. 똥이라는 말을 할 때의 조그맣고 동그란 입 모양이 말의 느낌과 섞여 웃음을 폭발시킵니다. 다른 이름도 마찬가지이지만, 똥이라는 말은 더욱 빠르고 강렬하게 똥의 실제 모습과 냄새를 끌어당깁니다.
  어떤 사람들은 똥 이야기를 하면 단박에 얼굴 표정이 바뀝니다. 주름이 생길 정도로 찌푸리면서 눈에 띄게 싫어합니다. 재빨리 구역질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나이가 어릴수록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른들 가운데에는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하는 분이 있지요. 어린이에게 있어서의 똥과 어른들 세계의 똥은 뭔가 다른가 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어린이와 어른만이 똥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사는 곳에 따라, 하는 일에 따라, 시대에 따라 똥에 대한 생각은 크게 달라서 구분이 되더군요. 예나 지금이나, 도시에서나 농촌에서나, 회사에서 컴퓨터를 다루거나 벼농사를 짓거나, 사람들이 누는 똥은 그다지 다를 게 없을 텐데 왜 그럴까요?
  <똥벼락>(사계절)은 우리 옛날 이야기인데 아주 재미있고도 교훈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사계절)의 두더지는 제 머리에 떨어진 똥이 누구 것인지 알아내려고 동물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물어봤지요. 더러운 똥을 자기 머리에 누었으니 화가 단단히 났던 것입니다. 그러나 <똥벼락>에서는 희한하게 똥을 욕심내는 사람이 나옵니다.
  돌쇠 아버지가 김 부자 밑에서 30년 간 일했지만 받은 것은 풀 한 포기 안 나는 돌밭이었습니다. 밭에 뿌릴 거름이 없어 걱정이던 돌쇠네는 죽기살기로 똥을 모았지요. 식구들은 먼 데서 놀다가도 집으로 달려와 볼일을 보고, 길가에 굴러다니는 개똥도 주워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급하게 볼일을 보던 돌쇠 아버지의 오줌 세례를 그만 산도깨비가 받게 되었습니다. 산도깨비는 돌쇠 아버지를 딱하게 여겨 김 부자네 똥을 돌쇠네로 날라다 주었습니다. 산도깨비가 보내 준 똥거름 덕분에 돌쇠네 농사가 잘 되었습니다. 그런데 돌쇠 아버지가 고구마 밭에서 누런 금가락지를 발견하고는 김 부자네 똥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하고 반지를 돌려주러 갔지요. 김 부자는 냉큼 돌쇠 아버지를 똥 도둑으로 몰고 추수한 곡식마저 빼앗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알게 된 산도깨비가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주문을 외워 온 세상의 똥을 김 부자 머리 위로 쏟아지게 만든 것이지요. 똥벼락에는 '물찌똥, 된똥, 진똥, 선똥, 피똥, 알똥, 배내똥, 개똥, 소똥, 닭똥, 말똥, 돼지똥, 토끼똥, 염소똥까지' 없는 똥이 없었습니다. 김 부자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상상으로도 충분하지요? 그리고 똥이 산을 이루어 마을 사람들 모두 그 해 농사를 풍년으로 지었습니다. 산도깨비의 주문은 마음씨 고약한 사람은 벌주고, 열심히 선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상을 주는 두 가지 임무를 다 했던 것이군요.
  이 책이 말도 안 된다고 또 지저분하다고 생각한다면 <똥 : 차마 입에 담기 힘든 그것에 대한 숨김없는 이야기>(비룡소)를 읽어보는 게 어떨까요? 더럽다고 눈살을 찌푸리는 똥이야말로, 우리 몸의 쓰레기를 몸 밖으로 내보내 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토끼가 부족한 영양분을 채우려고 자기 똥을 먹는 것처럼, 많은 동물들이 똥을 재활용한답니다. 그리고 동물의 똥은 길이나 영역을 표시하는 데에도 톡톡한 역할을 하지요. 똥이 식물에 훌륭한 거름이 된다는 것은 <똥벼락>에서 이미 확인했는데, 더 나아가 식물의 씨앗을 널리 퍼뜨려 주기도 한다는군요. 학자들은 어떤가요? 동물들의 똥을 거둬 와서 중요한 자연 현상들을 연구합니다.
  동물들은 먹었기 때문에 똥을 내보냅니다. 똥이 몸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똥이 생각보다 훨씬 훌륭한 것임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 똥이 하는 말을 들어 보자구요. <똥 싼 할머니>(시공주니어)는 원래 치매 노인의 이야기입니다. 치매 노인과 가족이 갈등에 빠지고 그 갈등을 풀어가면서 피할 수 없는 일들을 겪게 되었지요. 할머니의 이상한 말과 행동, 그리고 할머니가 갓난아기처럼 아무렇게나 아무 때나 누고 마는 똥이 가족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백과사전이나 인터넷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똥의 목소리가 드디어 터져 나온 것입니다. 몸과 마음이 똥에게 말을 시키네요. 아프다고,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그런데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은 할머니의 똥을 그저 똥이라고만 생각합니다.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내보내서는 안 되는 것으로요.
  내가 소중하다면 내 몸 속을 지나간 똥도 가치가 있는 것이지요. 냄새 고약하고 예쁘지 않다고 여기겠지만, 그 똥도 처음엔 향기롭고 먹음직스러웠던 음식이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말,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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