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산의 마녀 초등 저학년을 위한 책동무 3
글로리아 세실리아 디아즈 지음, 에밀리오 우르베루아가 그림, 남진희 옮김 / 우리교육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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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 뿔 달린 도깨비가 있다면, 유럽에는 매부리코에 빗자루를 타고 다니는 마녀가 있었습니다. 마녀들은 성의 첨탑처럼 뾰족한 모자를 쓰고 망토를 휘날리며 하늘을 날아다녔습니다. 또 혼자 외롭게 살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고약한 심술을 부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법을 걸어 사람들을 깊은 잠에 빠뜨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으로 모습을 바꾸어 나타나거나 못마땅한 누군가를 짐승이나 괴물로 만들기도 했답니다. 그렇다면 마녀는 뭔가 엉뚱하기도 하고 기분 내키는 대로 사는 것 같지 않나요?
  마녀는 어린이들이 글자를 익히자마자 처음 만나는 동화의 단골 손님이기도 합니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이 삼총사 동화부터 시작해서 유럽에서 전해지는 동화들에는 마녀가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심지어 바다의 마녀가 등장하는 <인어공주>도 있습니다. 유럽의 옛날 이야기는 마녀가 문제를 일으키고 다른 마녀가 도와줘서 해결하는 식의 이야기를 빼면 무엇이 남을까 궁금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과연 마녀는 사람일까요, 괴물일까요? 분명 겉모습은 사람인데 도저히 사람이 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다니니, 친해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몇 백 년 전 유럽에서는 혼자 사는 여자들, 똑똑한 여자들을 마녀로 몰아 화형시킨 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마녀가 세상에 있다고 믿었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여러 가지 동화 속에서 마녀가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 마녀가 사람인지 아닌지 따져보아야겠군요.
  <라푼첼>의 마녀는 딸을 남한테 빼앗기기 싫어하는 부모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웃이 자신의 상추(라푼첼)를 허락도 없이 먹고 딸을 낳자, 그 여자아이(라푼첼)를 데려다가 높은 탑에 가두어 아무도 만나지 못하게 했지요. 마녀는 매일같이 라푼첼을 만나러 탑에 갔습니다. 탑에는 문도 계단도 없어서 라푼첼이 내려 주는 황금색 긴 머리카락을 타고서야 탑 꼭대기로 올라갈 수 있었지요. 그러나 아무리 완벽하게 가둬 놓아도 라푼첼의 사랑까지는 막을 수가 없었답니다. 라푼첼이 도망갈까 봐 탑 꼭대기에 가두고는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가 만났던 마녀가 왠지 측은하지 않나요? 라푼첼이 왕자에게 마음이 빼앗겨서 자기에게 거짓말 한 것을 알고 분노에 떨었던 장면을 생각해 보세요. 마녀의 지나친 자식 사랑이 느껴집니다.
  <헨젤과 그레텔>을 볼까요? 여기서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교활한 마녀가 나옵니다. 너무나 가난해서 부모가 산 속에 버린 헨젤과 그레텔. 그 당시엔 이렇게 버려지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런 아이들을 손쉽게 잡아들이기 위해 마녀는 과자로 만든 집을 지어 놓고 기다렸지요. 마치 덫을 놓고 짐승이 걸려들기를 바라는 사냥꾼처럼요. 그런데 이 마녀가 아이들을 유괴해 놓고 살을 찌워 잡아먹는 잔인한 사냥꾼이었던 것입니다. 오누이가 슬기롭고 침착하게 해결해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만약 실패했을 경우에는 헨젤과 그레텔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에 버려진 모든 굶주린 아이들에게 위험이 닥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동화에서는 마녀가 그렇게 어둡고 포악하게 그려지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마법사로서의 엉뚱함과 괴상한 취미는 여전하지만. <깜찍이와 복잡마녀>(문학과지성사)에서 복잡마녀는 홀로 집에 남게 된 깜찍이를 잡아먹으려고 갖은 작전을 다 펼쳤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상상을 뛰어넘는 기발함으로 깜찍이가 복잡마녀를 잡았지요. 깜찍이를 이기려고 열심히 아이디어를 짜내는 복잡마녀가 오싹하기는커녕 은근히 귀엽기만 합니다.
  그리고 마녀는 이제 완벽한 마법사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꼬마 산의 마녀>(우리교육)에서 꼬마 산에 사는 마녀 알리나는 빗자루 비행이 너무 서툴러 산의 나무와 새들을 위태롭게 만들었습니다. 산에 사는 생물들이 슬픔에 빠지자 이를 보다 못한 다른 마녀들이 나서서 알리나에게 빗자루 비행을 가르치기로 했습니다. 손끝에서 호박이 마차로 바뀌고 누더기가 공주 드레스로 바뀌는 마법은 마녀가 태어나자마자 갖게 되는 능력이 아니란 말인가요? 마녀도 노력하지 않으면 마법을 쓸 수가 없다는 말일까요?
  마녀는 사람일까요? 괴물일까요? 처음에는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태권도나 합기도를 하듯 오랫동안 혼자서 몰래 연습을 했기 때문에 마법을 사용하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누군가의 미움을 받아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혼자 고생하고 그러다가 마법을 알게 되었는지도 모르지요. 이쯤 되면 마녀가 사람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마녀의 판단과 행동이 중요하지요. 동화에 나타나는 것처럼 마녀는 이제 깊고 깊은 산중에 숨어 살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웃에 마녀가 사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늘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을 것입니다. 누가 지나친 욕심에 사로잡히거나 마음이 약해질 때를 기다리고 있겠지요. 만약에 조그만 틈이라도 생기면 그 틈을 파고들 것입니다. 조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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