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의 거미줄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35
엘윈 브룩스 화이트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화곤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에게나 친구는 있습니다. 그러나 진짜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는 쉽게 찾을 수 없습니다. 때로는, 그다지 가깝지 않았던 사이가 오랜 세월동안 만났다 헤어지면서 진정한 친구 사이로 거듭나기도 합니다.
  어른들은 말합니다. 어려운 일을 겪고 나서야 진짜 친구를 알 수 있다고. 그런데 요즘은 돈을 많이 쓰는 아이가 인기가 많다고 하더군요. 먹을 것을 사 주고, 선물도 잘하고, 어디 갈 때마다 앞에 나가 다른 아이들 몫까지 한꺼번에 내 주는 아이 말입니다. 갖고 있는 재산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힘을 발휘하는 어른들의 세계를 그대로 본뜬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돈 때문에 좋은 친구라면 그 친구가 돈을 더 이상 쓸 수 없을 때 우정이 곧 시들해지겠지요. 이처럼 '○○ 때문에 사귀는 친구'란 ○○이 없어지는 순간부터 친구가 될 수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진짜 친구는 '그냥 친구'를 말하는 게 아닐까요? 아무 때나 만나도 거리낌이 없는 친구, 내 얘기를 귀담아 들어 주는 친구, 내가 실수를 하고 잘못을 해도 끝까지 믿어 주는 친구, 내가 듣고 싶어하는 얘기가 아니라 나에게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해 주는 친구, 내가 변해도 처음처럼 나를 대하는 친구,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게 만드는 친구. 이런 친구가 그냥 친구인 것입니다.
  어른들이 초등학교 동창들이나 어릴 적 소꿉친구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을 때 순수한 마음으로 만났던 친구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린이 시절의 친구 사귐은 매우 중요합니다. 어린 시절은 평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한 진짜 친구를 만들 수 있는 훌륭한 시절이기 때문이지요.
  <깡딱지>(사계절)의 주인공 인우는 새학기 짝꿍인 한수가 처음부터 싫었습니다. 한수는 무뚝뚝한 싸움꾼이었거든요. 그러나 인우가 곤경에 처했을 때 뜻밖에도 한수가 도와주게 되고, 인우는 그제서야 한수의 따뜻하며 깊은 속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편, 이 둘 사이에 기어이 시련이 닥쳤습니다. 인우가 깬 꽃병 때문에 그만 한수가 누명을 쓰고 선생님께 혼이 나게 된 것입니다. 이상하게도 친하면 친할수록 이런 경우에 더욱 심한 갈등을 겪게 됩니다. 오해가 생겨서 서로를 피하고 그러다가 멀어지면, 전과 같은 우정은 나눌 수가 없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깡딱지>에서 인우와 한수는 그렇게 맥없이 멀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상대방이 고민하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지요. 그때, 인우와 한수는 진짜 친구가 되었습니다. 누가 와서 방해를 해도 그 둘은 서로 믿고 아껴 줄 것입니다.
  흔히 친구는 같은 종류의 사람들끼리 어울려서 이루어지는 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요. 친구 사이에는 성별도 국경도 나이 차이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 심지어는 개나 코끼리, 나무, 인형들까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들이 특별하게 느껴지고 언제든지 그들에게 나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다면, 그 어떤 사람보다 좋은 친구로서 충분합니다.
  <샬롯의 거미줄>(시공주니어)에서는 돼지 윌버와 거미 샬롯이 친구로 나옵니다. 물론 처음부터 친구였던 것은 아니지요. 윌버가 힘들고 외로웠을 때 샬롯이 다가와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윌버는 이집 저집으로 팔려가는 돼지에서 탈바꿈할 수 있었고, 샬롯은 '잔인하고 교활한 사냥꾼'이라는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요. 윌버를 향한 샬롯의 정성스러운 마음이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이루어 내었습니다. 윌버가 크리스마스에 죽을까 봐 샬롯은 자신의 거미줄로 '대단한 돼지', '근사한 돼지', '눈부신 돼지'라는 글자를 자아냈으니까요. 그렇게 해서 윌버는 살아남을 수 있었는데, 샬롯은 알주머니를 윌버에게 남기고 죽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대를 이어서 새끼들이 우정을 나누게 되었지요.
  한수와 샬롯은 둘 다 친구를 위기에서 구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둘 다 친구 때문에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샬롯은 윌버를 위해 무리하다가 죽음까지 맞았습니다. 그러나 샬롯의 마음은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변함이 없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샬롯의 말대로 친구로서 진심을 다한 것 자체가 스스로에게 굉장한 기쁨을 주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샬롯도 한수도 진정한 친구가 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소중한 진짜 친구를 얻은 것이니까요.
  누군가와 친구가 되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샬롯처럼 먼저 손을 내밀고 살며시 말해 보세요. "내가 너의 친구가 되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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