序詩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나는 정처 없습니다사방에서 새소리 번쩍이며 흘러내리고 어두워가며 몸 뒤트는 풀밭,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ㅡp.11
생각이 일어나고 생각이 없어지는 것이 곧 생사요일어나지도 없어지지도 않는 것이 곧 열반이다.생사와 열반이 누구를 말미암아 있는 일이냐옛날부터 오늘까지 손등과 손바닥이니라——僧讚 스님 임종게
태풍이 한 나무를 흔들 때김갑수이파리는 모를 거야 뿌리도 설마모를 거야 흔들리는 한 나무의전체를 나무도 모를 거야 어쩌면모르고 싶어서 흔들릴 거야태풍이 한 나무를 부여잡고괴로움을 흔들 때모르고 싶어라, 방어하고 싶은엽록소와 물관과 체관과 둘레의 땅과그 숱한 욕망의 몸체로사나운 기압골이 쳐들어와 한 나무를 흔들 때모르고 싶어라,일제히 따라 흔들리는 이웃 나무들을.
나는 가두리양식장 갇힌 물고기처럼 느릿하게 얼마 걸어 나가지 못했는데 사람들은 재바른 걸음으로 걸었고 답은 어디에도 없고
나는 우리 모두가 각자 나름대로 모두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들이라고생각한다..… (중략)…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 세계에서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해줄 절대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행복하다고 믿고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속고 있는 것이다.- 작가 후기에서p.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