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하는 아침


싸게 파는 갈치 싸게 파는 양파 싸게 파는
트럭 한 대가 창을 가리고 선다


무심해야지 바람처럼 궤짝처럼 문턱처럼 새떼처럼
잠들어야지 맹수처럼 병자처럼 잠든 적 없는 것처럼
살이 빠진다 신경질이 는다
흘러가도 흘러가도 흘러가지 않는
아침 뽕짝

ㅡ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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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마리 나방인 듯이
창문에 부대껴 서서 생각한다
그 익숙한 살림살이들의 낯섦에 대하여
부르면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의 아득함에 대하여
내가 없는 세상의 온기 또는 평화에 대하여

ㅡ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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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없이 내가 서 있는 곳
그곳이 나의 본초자오선이다
ㅡ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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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며 얼마나 많은 것들
붙였다 떼었는지
아, 몰입의 아름다운 시간들
난 정말 몰랐을까
네 몸에 바른 풀들이
다 마르기도 전
깊이 떠낸 내 가슴의 조각들
ㅡ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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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2.

앞만 보고 갔다네
언제나 공사중, 공사중인 이 세상
맨홀에 빠질 뻔했다네
어두컴컴해서 배후가 보이지 않는 만홀
우리는 누구나 그럴 수 있다네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고
집과 집을 잇는 송수관이 보였다네
그래도 나는 걷는다네
도처에 있을 맨홀
그래서 더 우리가 다치지 않는지도
모른다네 동굴 같고 다락 같고
요나의 고래 뱃속 같고
한번 멋모르고 빠지면 깊게
들어가 온몸이 망가지는 심연 같고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맨홀이
있을까 없을까 생각하며 산다네
한번씩 뚜껑을 열고 세상을 쳐다보는
맨홀 내 심연은 어디로 갔나
여기에서 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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