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에 바침나는 아직 무사히 쓸쓸하고내 쓸쓸함도 무사하다네.하루가 얼마나 짤막한지알지 못했다면단 하룬들참지 못했으리.배를 타려 하네.섬.깊은 독서 끝에처박혀지는.나는 아직 무사히 쓸쓸하고,왜냐하면 그게 그거인 나날, 그러나 비유는 다채롭기에.
새를 전개하다이수명한 마리의 새 뒤에 수백 마리의 새들이 있다. 수백마리의 새들을 뚫고 나는 나아간다. 그들을 침범하지않는다. 새들이 들끓고 있다.나를 옮긴다. 돌을 옮긴다. 새들이 돌 속으로 들어가고 돌을 빠져나간다. 새의 반대 방향으로 돌을 옮긴다. 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ㅡp.11
어느 날 이수명 날이 차갑다. 날이 또렷하다. 날에서 상한 냄새가난다. 리듬이 끝났다. 너는 볕을 쬐려 한다. 볕을 조금만 더 쬐려 한다. 둥근 등받이 의자에 너를 걸쳐놓는다. 날이 차갑다. 두 개의 날이 섞이지 않는다. 두개의 날이 어떤 날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어느 날 너는 날을 침범한 것이다. 날과 날의 영역을 범한 것이다. 다시 날이 차갑다. 너는 볕을 쬐려 한다. 울퉁불퉁한 볕을 향해 몸을 기울인다.ㅡp.44
아, 해가 나를황인숙한 꼬마가 아이스케키를 쭉쭉 빨면서땡볕 속을 걸어온다두 뺨이 햇볕을 쭉쭉 빨아먹는다팔과 종아리가 햇볕을 쭉쭉 빨아먹는다송사리떼처럼 햇볕을 쪼아먹으려 솟구치는 피톨들살갗이 탱탱하다전엔 나도 햇볕을쭉쭉 빨아먹었지단내로 터질 듯한 햇볕을지금은 해가 나를 빨아먹네ㅡp.86
진짜 공부는 정답이 없는 것들에 대해서 한없이 궁리하는 것, 즉 내 앞에 있는대상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p.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