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는 눈, 나는 언젠가의 내가 기다렸던 바로 그 사람입니다.  - P25

날지 못하는 아름다움이 울지 못하는
그리움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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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릴 수 없는 것이
물과 바람과 흙과 함께 열매로 맺히듯이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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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집중해보라. 그러나 거울에 비친 이게 정말 ‘나‘인가?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있는가?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있다면, 과연 있다면 그것은 어느 계절에 만들어지는 것인가? 질문은 있지만 대답은 무궁하다. 지금 나를 나라고 할 만한 것은 무엇인가하고 살피는 마음이 소중하다.
나는 세월의 흐름에 몸으로나 마음으로나 고정되지 않았다.
그런 흐름과 변화의 와중에 고정된 모습으로 이기고 지는 분별심만 있는 건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소중한 흐름이고 엄연한 실존의 현재, 깨달음일 수 있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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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일요일일요일

최성애

오늘을 건너뛰고 일요일이 온다

하루가 없어진 것도 모르는 채 온다

햇빛이 거실까지 들어와서
입을 크게 벌린다

소파가 고양이처럼
길게 누워 햇볕을 쬐고 있다

일주일 동안 자란
털을 그루밍한다

구두를 신지 않고
슬리퍼를 신는다

성당에 갈 때는
슬리퍼까지 벗는다

성당은 조용해서

발바닥까지
일주일의 잘못을 싹싹 핥는다

알 수 없는 웅얼거림이 일요일일요일일요일..
하는데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눈을 감고 발을
가지런히 모은다

잠깐이면 된다

- P98

두부

고영민


저녁은 어디에서 오나
두부가 엉기듯

갓 만든 저녁은
살이 부드럽고 아직 따뜻하고

종일 불려놓은 시간을
맷돌에 곱게 갈아
끓여 베보자기에 걸러 짠
살며시 누름돌을 올려놓은

이 초저녁은
순두부처럼 후룩후룩 웃물과 함께
숟가락으로 떠먹어도
좋을 듯한데

저녁이 오는 것은
두부가 오는 것

오늘도 어스름 녘
딸랑딸랑 두부장수 종소리가 들리고
두부를 사러 가는 소년이 있고
두붓집 주인이 커다란 손으로
찬물에 담가둔 두부 한모를 건져
검은 봉지에 담아주면

저녁이 오는 것
두부가 오는 것

ㅡ2021겨울호<시로여는세상>pp.236-7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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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이 백성이란 개념은 동주 시대, 즉 춘추전국시대에 이르면 人이라는 개념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는 점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전체 중국 국민들을 가리킬 때 현재 중국인들은 ‘인민人民이란표현을 쓰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인‘과 ‘민‘이 같은 용어라는 잘못된 추론을 내리기 쉽다. 그러나 고대 중국에서는 人과 民은 상이한 계층을 가리키는 서로 다른 개념이었다. 전자가 지배층으로서 정치나 예식 등의 정신노동에 종사하는 부류였다면, 후자는 농업 등의 육체노동을 담당했던 피지배층을 가리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대 중국의 문헌을 읽을 때 우리가 ‘백성‘이나 ‘인‘ 이란 개념을 ‘민‘이라는 개념으로부터 엄격하게 구별하지 못한다면, 많은 오해와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의 오해를 가중하는 것은귀족들이 빈번히 스스로 ‘민民‘을 위해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민‘이란 표현을 통해 그들이 의도했던 것은 항상 자신들, 즉 ‘인‘의 기득권을 옹호할 수 있는 정치였다. 다시 말해 위민爲民, 즉 ‘백성을 위한다‘는 정치는 귀족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속적으로 옹호하는 데 이용한 수사학rethoric에 불과했던 것이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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