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이 백성이란 개념은 동주 시대, 즉 춘추전국시대에 이르면 人이라는 개념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는 점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전체 중국 국민들을 가리킬 때 현재 중국인들은 ‘인민人民이란표현을 쓰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인‘과 ‘민‘이 같은 용어라는 잘못된 추론을 내리기 쉽다. 그러나 고대 중국에서는 人과 民은 상이한 계층을 가리키는 서로 다른 개념이었다. 전자가 지배층으로서 정치나 예식 등의 정신노동에 종사하는 부류였다면, 후자는 농업 등의 육체노동을 담당했던 피지배층을 가리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대 중국의 문헌을 읽을 때 우리가 ‘백성‘이나 ‘인‘ 이란 개념을 ‘민‘이라는 개념으로부터 엄격하게 구별하지 못한다면, 많은 오해와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의 오해를 가중하는 것은귀족들이 빈번히 스스로 ‘민民‘을 위해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민‘이란 표현을 통해 그들이 의도했던 것은 항상 자신들, 즉 ‘인‘의 기득권을 옹호할 수 있는 정치였다. 다시 말해 위민爲民, 즉 ‘백성을 위한다‘는 정치는 귀족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속적으로 옹호하는 데 이용한 수사학rethoric에 불과했던 것이다. - P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