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프 오브 워터
기예르모 델 토로.대니얼 크라우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온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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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도 모양도 다양한 사랑을 위하여"


우리 사회는 여러 정상 규범을 만들어 거기에 속하지 않는 이들을 '비정상'으로 구분한다. 다르다는 이유로 구별 지어진 비정상들은 마이너리티가 된다.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기예르모 델 토로의 <셰이프 오브 워터>는 이러한 세상의 수많은 다른 존재들을 위한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다양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피부색, 언어, 생김새, 사랑하는 방식 등이 다른 인물들을 통해, 다름과 다양한 사랑의 가치를 전달한다. 

미국과 소련의 우주 개발 경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 미국 항공 우주 연구소 비밀 실험실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엘라이자는 우주 개발에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잡혀온 괴생명체인 물고기 인간과 사랑에 빠진다. 지금까지 언어장애인 엘라이자를 이용해 몸을 취하기만 했던 여러 남자들과는 다르게 괴생명체는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준다. 말 못하는 청소부는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분명 존재하지만 존재감이 없었다. 물속의 물고기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미끄러지듯 움직일 뿐이었다. 


그는 진짜 그녀를 보았다. 연구소의 남자들처럼 못 본 척하지도 않았고 볼티모어의 여자들처럼 그냥 지나쳐 가지도 않았다. (p.138)


괴생명체 또한 마찬가지다. 겉모습이 다를 뿐 인간과 똑같이 감정을 느끼고 소통할 수 있는 한 생명은 연구소에서 그저 '그것'으로 취급된다. 누군가에겐 해쳐도 상관없는 짐승 혹은 괴물일 뿐이지만 엘라이자에게는 그것이 아니라 '그'다그가 괴물이라면 자신도 괴물인 거라고, 사람이 아닌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고, 음악과 몸짓으로 소통하고 마음을 나눈다. 그걸로 충분하다. 서로의 다름은 사랑에 장애 요소가 되지 않는다. 그는 그녀의 방식으로 대화하기 위해 수화를 배운다. 그녀는 그의 방식으로 호흡하기 위해 물속에 들어간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에게 온전한 존재가 된다. 


그 순간 둘은 현재도 과거도 아니고 인간도 짐승도 아닌, 여자와 남자였다. (p.158)


1960년대, 흑인, 여성, 언어장애인, 동성애자와 같이 사회의 '정상' 범주에 들지 못하고 배척되던 존재들과 괴생명체로 일컬어지는 물고기 인간이 있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여러 '다른' 존재들을 대변한다.책에는 엘라이자와 괴생명체 간의 사랑 외에도, 이처럼 사회로부터 차별받는 존재들이 차별 없이 나누는 사랑(우정)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엘라이자의 흰 손가락이 젤다의 갈색 손가락을 감쌌다. 두 손은 서로 색은 달랐어도 늘 함께하며 같은 일을 해 왔다. ... 꽉 쥔 손가락이 말했다. '너와 나는 해낼 수 있어.' (p.341~342)


만약 네가 변종이라면, 나도 마찬가지일 거야. ... 나 같은 변종은 어느 세계에나 존재해. 그렇다면 변종은 언제쯤 변종이길 그만두고 세상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너와 내가 우리 종족의 마지막이 아니라, 우리 종족의 처음이라면 어떡하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나타난, 더 나은 종족의 시초라면 말이야? 우리는 그런 바람을 가질 수도 있어. 그렇지? 우리가 과거가 아닌 미래라는 바람 말이야. ... 

자일스는 생각했다. 자일스와 괴생명체는 서로 크게 다르지 않은 존재였다. 자일스 역시 그에게 어울리는 빛 아래에서, 그에게 맞는 물에 잠길 수 있다면 아름다울 것이 분명했다. (p.332~333)


백인이지만 말을 할 수 없는 고아 엘라이자, 말을 할 수 있고 가족이 있지만 흑인인 젤다, 백인이며 말도 할 수 있지만 혼자 살아가는 노인 동성애자 자일스, 그리고 물고기 인간. 이들은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다름을 배척하지 않는 다른 이들 간의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통해 세상엔 전한 존재도, 완전한 사랑도 없다고 말한다. 그저 형태도 모양도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 간의 다양한 사랑만 있을 뿐. 셰이프 오브 워터(THE SHAPE OF WATER : 물의 형태), 투명해서 모든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물처럼 저마다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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