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데이 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카트 멘쉬크 그림,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신 단편 <버스데이 걸>은 스무 살 생일을 맞은 한 여성의 이야기다. 독일의 일러스트레이터 카트 멘시크와 함께 작업한 소설X아트 프로젝트로, 일본 중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된 작품이다.

막 스무 살이 된 여성이 있다. 그날은 그녀의 생일이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생일을 보내고 싶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사귀던 남자친구와 최근 다투었기 때문에, 또 당일에 근무를 바꿔주기로 한 친구가 갑자기 몸이 아프게 되었기 때문에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게 된 것이다. 정작 본인은 '스무 살 생일이라고 딱히 뭔가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p. 9)'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렇게 그녀의 스무 살 생일은 딱히 무엇도 없이 끝나가는 듯했다. 그런데 저녁 무렵 스스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생일을 축하해주겠다는 노인이 나타난다.


스무 살 생일이라는 건 인생에 단 한 번밖에 없는 것이야. 그리고 그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것이라네, 아가씨. (p. 34)


노인은 스무 살의 생일날이 얼마나 특별한지를 재차 강조하며 여러 번 축하의 말을 전한다. 그러면서 그녀에게 생일 선물로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마치 그녀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누군가가 보낸 마법사처럼, 어떤 소원이든지 한 가지만 이야기해보라고. 그렇게 그녀는 소원을 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일 년 중에 딱 하루, 시간으로 치면 딱 스물네 시간, 자신에게는 특별한 하루를 소유하게 된다. 부유한 자도 가난한 자도, 유명한 사람도 무명의 사람도, 키다리도 땅딸보도, 어린이도 어른도, 선인도 악인도, 모두에게 그 '특별한 날'이 일 년에 딱 한 번씩 주어진다. 매우 공평하다. 그리고 사안이 이렇게까지 정확하게 공평하다는 것은 정말로 멋진 일이 아닐까. (p.61) 작가 후기 중에서


당신이 누구든 일 년에 딱 하루, 당신만을 위한 특별한 날이 있다. 그날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특별하다. <버스데이 걸>은 스무 살 생일에 관한 이야기지만 이를 통해 하루키는 우리가 살면서 거쳐가는 모든 생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하루를, 특별하게 보내지 못하는 우리 중 누군가를 위하여 노인의 모습을 한 하루키가 등장한다. 반복되는 생일은 특별할 것도 없다고 애써 생각하는 삶에 되풀이해 축하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생일 선물로 소원을 말해보라고 한다. 그것이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내가 존재함을 축복해주고 선물을 주겠다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날 하루는 매우 특별해진다. 그 자체로 선물이 된다. 가난한 사람에게도 이름 없는 사람에게도 세상에 태어난 날은 똑같이 의미가 있는 것이기에. 노인은 되풀이해 말한다. 아무도 축하해주지 않아도 별 볼 일 없이 흘러가는 것 같아도 우리의 삶은 소중하고 특별한 것이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