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가드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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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라이프가드

저자 : 마윤제

출판사 : 특별한서재

 

책 제목 <라이프가드>는 총 8편의 글 중 한 가지이다. 8편의 글의 제목은 강, 도서관의 유령들, 라이프가드, 어느 봄날에, 버진 블루 라군, 옥수수밭의 구덩이, 조니워커 블루, 그리고 전망 좋은 방이다. 8편의 글은 인간에 내면을 파헤친 글이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작가가 의도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할까? 작가는 만약 누군가의 삶을 진실하고 온전하게 이해하고 싶다면 단편소설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의 단편소설을 읽고 나서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좋은 소설을 쓴 마윤제 작가와 특별한서재 출판사에 감사를 전한다.

 

<라이프가드>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은

 

아버지가 식사자리에서 새어머니와 진정한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뜨거운 감자를 삼킨 것 같았다. 물에 뜬 기름처럼 겉도는 나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새엄마는 최선을 다했지만 내가 그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아버지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나와 새엄마의 간격은 레일처럼 평행선을 달렸다.

 

내 삶의 궤적은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었다.

 

에리히 프롬이 주창하는 <사랑의 기술>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사랑은 참여하는 것이며 주는 것이라고 했다. 에리히 프롬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유 중 한 가지는 자신의 감정 상태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내면에서 끝없이 들끊어 용솟음치는 감정의 흐름에 관해서 에리히 프롬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사물의 외부가 아닌 드러나지 않는 이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인간의 마음도 조금씩 보였다. 인자한 웃음에 시기가, 정중한 배려에 질시의 마음이 숨겨져 있다는 게 맑은 물속처럼 환하게 들여다보였다.

 

그들은 삶의 모순과 부조리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며 자신의 길을 나아갔다. 비록 그 과정에서 모든 걸 잃었지만, 절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목적지점에 설령 죽음이 기다리고 있어도 그들은 포기하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그 죽음은 무의미한 소멸이 아니라 삶의 범속함을 자유 의지로 벗어난 희열이었기 때문이다.

 

기존 질서와 카테고리에 들어가기 위한 선결조건은 복종이었다. 복종을 위해선 모든 걸 버려야 했다. 개성과 가치를 버리고 복종을 맹세한 뒤에야 비로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복종을 거부한 사람은 철저하게 배척당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유령이 되었다.

 

한때 그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자리를 선점했다. 그런데 그는 그 자리에 만족하지 못했다. 더 좋은 자리,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었다. 세상의 이치는 간명했다. 과도한 욕망은 선점한 자리까지 위태롭게 만들었다. 그는 결국 부여받은 넘버를 빼앗기고 카테고리에서 쫓겨났다. 그때부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세상을 부유했다.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수많은 날을 거리에서 방황했다. 그 간절함은 내내 그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고통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아마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모든 일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었다 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머릿속에 떠오른 기억의 단상을 먼지처럼 털어냈다. 과거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이 중요했다. 그랬다.

 

바다는 거대한 양동이에 담긴 물처럼 고요했다. 그러나 그 온유함에는 짐승의 발톱이 숨겨져 있었다. 사고는 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돌발적으로 일어났다. 그 사고의 전조와 징후를 포착하는 것이 라이프가드가 할 일이었다.

 

통증은 인간과 짐승의 구분이 없었다. 고통을 회피하는 건 본능이었다.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돈이 많을수록, 사람을 많이 거늘릴수록, 고통을 참지 못했다.

 

믿어야 하오. 믿지 않으면 우린 그것을 절대 찾을 수 없소. 하지만 의심과 나약함은 금물이오.

 

<라이프가드>는 바람 없는 잔잔한 바다에 짐승의 발톱이 숨겨져 있듯이 평안해 보이는 인간의 외면만 보고는 알 수 없는 내면을 보는 사유와 성찰을 통해 쓴 소설이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어서 읽는 내내 내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일독을 추천한다.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a_seong_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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