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 어이없고 황당하고 늘 후회하면서도 또 떠나고야 마는
한수희 지음 / 인디고(글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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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이번 여름 피서(말그대로 더위를 피하기 위한 여행이었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날이 선선해졌다.) 여행의 전과 여행 기간 내내 함께했던 책..

한수희 작가의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여행의 진면목을 같이 느끼며 읽어나갈 수 있어서 내내 편하고 즐거워지는 책이었다.


여행은 정말 생각할수록 이상한 일이다.
사실 여행을 하는 기간내내 늘 행복하다거나 늘 편하다거나 한 것만은 아니다. 짜증나는 순간도 있고 슬퍼지는 순간도 있고 괜히 기분이 이상해지는 순간도 있다. 요즘 특히 아이둘을 키우면서 아이들과 나를 위한 여행을 계획하지만 역시나 여행이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갔다오면 또 생각나는 것이 여행이다.
중독이라고 해도 될만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나는 여행중이다.
그것도 비오는 날의 캠핑여행이다.
바닷가 캠핑장이라 바닷바람이 거세고 하필이면 비가와서 밤새 텐트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습한 텐트안의 공기를 견뎌내야했다. 갓 두돌이 지난 아들은 시끄러워서인지 습하고 순간순간 오들오들 떨리는 밤공기때문인지 밤새 잠투정으로 엄마를 힘들게 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엄마는 우는 아들을 안고서 빗소리가 운치있다고 생각했다가도 더 들이쳐서 텐트안으로 물이 떨어질까봐 걱정되기도 했다. 실제로 텐트에 구멍이라도 있는 것인지 몇방울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다 겨우 잠이 들고 새벽 샛소리에 잠에서 깨어 텐트 지퍼를 열고 밖으로 나오자 상쾌한 공기가 폐 깊숙히 들어차는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밤새 습했던 텐트 안 공기도 무섭게 내리덧 빗소리의 무서움도 다 사라져버렸다.
같이 깨어 엄마곁을 떠나지 않는 아들과 화장실에 가는 길도 괜히 설레이고 좋다.
여행이 참 이상한 건 이런 것일 테다.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은 이런 비슷한 경험들의 이야기이다. 작가 한수희의 글을 이미 접해본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일 것이다. 나는 <온전히 나답게>를 읽고 그녀의 이야기에 매료되었고 너무 공감되었기에 여행에세이에도 내가 정말 그런 여행에 함께하고 같이 느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너무 좋았다.
여행에서 좋은 요소들만 뽑아서 여행기를 쓰고 사진을 찍어놓은 것보다 나도 항상 비슷하게 느끼던 그 감정을 다룬 에세이를 읽으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캠핑여행도 그래서 더 풍요로워지고 여행의 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또 떠나는 것 아니겠는가?
오늘 아침 아이들과 나는 비에 흠뻑젖은 텐트에서 나와 젖은 생쥐마냥 타프안에 움추러들어있었고 아빠는 젖은 텐트를 걷어내느라 텐트처럼 흠뻑젖어버렸다.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 여행일 것이다. 지금도 벌써 오늘 아침이 그립고 내일은 더 그리울 것이다.
바다의 파도도 밤바다에 비치는 달무리도 해먹을 타고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새차게 내리꽂던 빗방울도 그 외의 여행은 모든 순간이..

그리고 여행이 끝나고 돌아가면 그날부터 새로운 여행을 꿈꾸며 일상의 무료함과 고단함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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