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인격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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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째 인격>은 <검은집>으로 유명한 일본작가 기시 유스케의 데뷔작이다. 다카하시 도시오 교수는 저서에서 <13번째 인격>을 매우 주목해야 할 호러 소설로 추천하고 있다. 분명 호러 문학으로 분류되는 13번째 인격. 하지만 읽으면서 소름 돋는 공포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다카하시 교수의 추천을 토대로 해서 제멋대로 <13번째 인격>의 내용을 상상했는지도 모르겠다. 다카하시의 이론은 패전, 한신대지진, 버블경제 붕괴 등의 재앙을 한꺼번에 겪은 일본 사회에서 '이해불가한 것에 대한 저항감'이 싹튼 것이 호러 문화 발전의 계기가 된 것으로 설명한다. <13번째 인격>에서는 한신대지진잉 일어나고 일주일 후, 주인공 치히로 소녀의 의식 안에 13번째 인격인 '이소라(ISOLA)'가 생겨났다. 하지만 <13번째 인격>을 읽은 지금에서 느끼는 건 '한신대지진'이 치히로라는 소녀로 대변되는 '일본인'들의 공포와 암담함을 일깨우고 그 결과 의식붕괴를 일으키게 된다라는 점을 설명한 건 아니란 거다. 한신대지진은 단지 ISOLA가 탄생하게 된 물리적 원인을 제공했지만, ISOLA가 탄생한 데에는 '배신'당했다고 하는 '감정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다카하시 교수가 '재앙으로 인한 일본인의 공포'를 표현하는 대표 문학으로 <13번째 인격>을 언급하는 건 왜인지 어색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다카하시 교수가 말한 "여러가지 요소의 왜곡, 다른 영역의 혼합, 아름다운 것과 기괴한 것, 오싹한 것과 짜증나는 것의 공존, 환상이나 꿈깥은 세계로의 소외, 무서울 정도로 이해하기 힘든 것, 설명하기 힘든 암울한 것"이라고 하는 그로테스크한 표현의 효과에 견주어 생각한다면 <13번째 인격>은 명백한 호러 소설이라고 납득하게 된다. 


-여러가지 요소의 왜곡: 치히로 인격변화 시의 표정 변화. ISOLA 의 거미같은 외모. 

-아름다운 것과 기괴한 것: 유카리의 아름다운 외모와 야요이(ISOLA)의 추녀같은 외모의 대비.

-오싹하고 짜증나는 것: ISOLA의 히스테릭하고 가학적인 웃음소리와 깊은 증오.

-환상이나 꿈같은 세계: 치히로의 사후체험, 야요이의 유체이탈, 유카리의 엠파씨.


그런데도 이상하게 체감되는 공포가 옅은 이유는 뭔지 모르겠다. 주인공들은 너무 나약하고, ISOLA 역시 끝까지 모질거나 처절하지 않은 점 때문에 약간 시시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또 애초에 몸을 떠난 영혼이 타인의 몸에 기생한다는 설정에 대한 과학적인 정보가 뒷받침되지 않아 오히려 이야기의 밸런스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줄거리 정리(스포일러)

유카리는 한신대지진 피해자들을 위한 카운슬링 자원활동을 통해 치히로라는 소녀를 만난다. 엠파씨 능력(타인의 감정을 의식속 목소리와 영상을 통해 인식하는 초능력)이 있는 유카리는 치히로 안에 13명의 다중인격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아마 어릴 때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사후체험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다중인격이 된 것 같다. 그런데 13번째 인격인 '이소라(ISOLA)'는 다른 인격들과 달리 성향 파악이 어렵고 엄청난 증오심을 발산하고 있다. 치히로의 고등학교 임상심리사였던 히로코와 유카리는 협심하여 치히로의 인격 통합을 돕기로 하는데. 병원에서 퇴원한 치히로는 돌연 비협조적이 된다. 게다가 치히로 속 이소라는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심장마비를 일으켜 죽이는 특이 능력을 이용해 사람들을 죽여나가고 있었다 (나중에 이소라가 밝히는데, 상대방의 몸 속에 들어가 의식이 닿지 않는 심장 근육에 직접 작용하여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능력이다). 히로코로부터 지진 이전에 치히로의 사후체험을 연구하고 싶어 안달이었다는 '야요이'라는 심리학자가 있었단 얘기를 들은 유카리는 정보가 있을까 싶어 야요이를 찾아간다. 하지만 야요이는 이미 지진 때 실험 도중 사망했고, 동료 연구자였던 마나베 교수를 만나 이야길 듣는다. 유카리는 마나베와 야요이의 실험의 내용을 추정하여 야요이가 지진 당시 '유체이탈' 실험 중이었고, 지진 때문에 몸이 죽자 돌아오지 못하게 된 영혼이 치히로 몸에 들어가 13번째 인격 이소라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ISOLA는 유체이탈 실험용 탱크 Isolation Tank에서 유래했다). 유카리와 마나베가 이소라를 찾아내고, 이소라는 실험 때 자신을 버리고 혼자 도망친 마나베가 자신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자 마나베의 의식 속에서 융합한다. 하지만 마나베는 바로 옥상에서 뛰어내려 이소라와 함께 자살해버린다. 치히로는 이소라를 잃고 '쇼코'라는 새로운 인격을 형성하였다. 유카리는 쇼코라는 이름의 유래를 알고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쇼코는 영혼이 몸에서 이탈한다는 뜻으로, 이소라의 능력에 영향을 받았는지 영혼을 이탈 시킬 수 있는 능력이 치히로에게도 생겨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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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지 3 - 중원진출
요시카와 에이지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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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오다는 중원 진출을 위해 미노국을 함락시키고 싶었지만 전쟁에서 번번히 실패한다. 도키치로는 또 오다에게 상의없이 보다이 산에 은거하는 젊은 은사 다케나가 한베에를 찾아간다. 자연의 은사가 된 다케나가는 오다군에 가담하라는 도키치로의 권유를 거절하지만, 그의 끈질긴 권유에 송구해하며 도키치로의 가신이 되기로 한다. 

오다가 미노의 사이토가를 치러 갈 때 기노시타 도키치로가 선봉이고 뒤이어 이케다 가쓰사부로, 시바타 가쓰이에와 마에다 토시이에, 사사 구라노스케 등이 진격했다고 하는데. 마에다 토시이에가 언급되기 시작했는데 그에 대한 설명이 아직 없는 걸 보면, 역시 누가 주인공이냐에 따라 다뤄지는 인물이 있고 다뤄지지 않는 인물이 있는 모양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토시이에가 다름 아니라 1-2 권에서 네네를 두고 도키치로와 연적이었던 친구 이누치요였다. 그가 이름을 바꾼 연유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니... 

한베에는 등장하지도 않고, 도키치로의 활약으로 미노의 사이토가를 무찌른 오다는 드디어 도키치로가 스노마타 성의 성주가 되게 한다. (왜 이렇게 이 자는 승진이 빠르지. 마굿간지기에서 성주가 됨...)

아케치 미츠히데는 노부나가의 장인이자 숙부였던 사이토가 패한 후 전국을 떠돌다가 겨우 장군가와 결탁하여 오다 군의 가신이 된다. 오다는 교토에 진출한 자신의 후방을 친 처남 아자이 나가마사와 아사쿠라가를 치기 위해 전쟁을 벌인다. 그러나 전쟁은 다케다군이 오다의 본성 기후 성으로 처들어오는 바람에 아자이와의 화친으로 마무리된다. 아네 강에서 아사쿠라 및 아사이와 오다군이 일으킨 전쟁 탓에, 다케나가 한베의 지병은 심해지는 일도 생긴다. 

책 말미에서는 다케다 신겐이 긴 세월을 우에스기 겐신과 다투는 동안 오다는 서방으로 진출하였구나 하고 한탄하는 부분이 나온다. 다음 권에서 다케다와 우에스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상
저자는 적당한 부분에서 이야기의 감속을 잘 조절하고 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인물들이 훗날 어떤 이름으로 알려지는지 설명하는 부분도 좋다. 다만 일본 각지에 있는 세력에 대한 배경 설명, 오다가 그렇게 경멸하는 승려들에 대해서는 설명이 모자란 점이 아쉽다. 

여담. 아자이 나가마사가 아사이 나가마사로 번역된 이유가 무엇인지 심히 궁금하다. 중간중간 눈에 뜨이는 오타(사람 이름)들도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급하게 출간한 건가, 감수가 모자랐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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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지 2 - 인간오십
요시카와 에이지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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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키치로(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마굿간을 책임지는 직위로 오다 휘하에 들어간다. 이후 약간의 수의 보병을 다루는 보병장이 되는데. 오다가 무모하게 도전했음에도 승리하는 오케하자마 전투를 거친 후 오다에 대한 도키치로의 존경이 더욱 두터워진다. 이 즈음해서 도키치로는 연모하던 네네와 결혼에도 성공하는데, 여기에는 한 때 네네를 두고 연적이었던 이누치요의 도움도 한 몫 했다. 

한편 오다는 미노의 국경에 있어 적군을 치기에도 좋지만 오히려 방어에도 약할 수 있는 스노마타 지역에 성을 쌓고 싶어한다. 황당한 명이었지만 주군의 명이었기 때문에 사구마, 시바타 가쓰에이, 오다 카게유 등이 차례로 스노마타에 축성을 하러 떠나지만 적군의 습격을 받아 실패하고 돌아온다. 이내 오다는 도키치로에게 스노마타 성을 짓고 오면 성을 주겠노라며 도키치로를 보낸다. 도키치로는 어린 시절 신세를 졌던 하치스카 촌의 노부시인 고로쿠를 설득해 축성에 시작한다. 적군들은 듣도보도 못한 도키치로라는 병사가 성을 지을 수 있겠냐며 무시하다가 결국 도키치로가 성을 다 지었을 때 성을 빼았지도 도키치로를 무찌르지도 못하고 만다.

이렇게 도키치로는 스노마타 성에서 살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 오다가 성을 진정으로 주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도키치로는 미노 국에서 우누마의 호랑이라고 불리는 오사와 지로자에몬을 언변으로 설득해 오다 군에 들어오게 한다. 하지만 도키치로가 오사와를 오다에게 데리고 와 소개했을 때 오다는 도키치로만을 따로 불러 시키지도 않은 짓을 했다고 언짢아하고는 오사와가 돌아가는 길에 몰래 죽여버리라고 명한다. 오사와에게 돌아온 도키치로가 난처해하며 주군의 명을 고백하고 면목 없다 사과하고는 본인이 배를 가르겠다고 하자 도키치로의 정신에 감복한 오사와가 자신의 목을 가져가라고 눈문을 흘린다. 도키치로는 도리어 그러하다면 둘 다 사는 법이 있다고 오사와에게 은밀이 이야기 한다.

오사와가 돌아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노 국의 중추인 이나바 이요노가미, 안도 이가노가미, 우지이에 히타치노스케 세 사람이 오사와의 권유에 의해 오다 군에 가담하겠다고 청해왔다. 가만히 앉아서 노부나가는 미노 국의 네 명장을 휘하에 두게 되었다. 이게 노부나가가 도키치로를 불러 은밀하게 내린 지략인지 도키치로의 기지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노부나가와 도키치로 사이에 미묘한 경쟁심이 생겨난 듯 하다고 요시카와가 적고 있다. 

인간오십이라는 제목은 도키치로가 결혼을 하고 스노마타 성을 짓는 이 때의 나이가 25세였다는 점. 그리고 이를 기점으로 도키치로가 "인간오십"이라는 생각을 갖고 나라와 주군, 자신의 앞날에 큰 뜻을 품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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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키치로가 네네오 결혼할 때 그녀를 대하는 남편으로서의 태도. 국가와 주군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상위 사람에게도 쓴 소리를 하는 태도 등에서 도키치로의 성격을 엿볼 수가 있다. 또 이 도키치로는 주군인 오다에게 의견을 올릴 때도 가르치려 드는 경향이 있는데, 오다가 자주 '나를 가르치려는 것이냐', '짧게 해라' 등의 언짢아 하는 모습 보여주기도 한다. 생각보다 전개가 빠른 점은 좋은데. 전투신이 시바 료타로의 소설 들에 비해 긴장감이 약하다는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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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세기의 연쇄 살인마들
이수광 지음 / 북오션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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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럴드 셰터가 쓴 《연쇄살인범 파일》이라는 책을 메모까지 하며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다. 서점을 서성이다 발견한 《전 세계 세기의 연쇄 살인마들》이란 책을 발견한 순간 《연쇄살인범 파일》이 연상되었다. 앉은 자리에서 읽어보니 《전 세계 세기의 연쇄 살인마들》은 특유의 스토리텔링 기법을 이용하고 있는 독특한 책이었다. 알고보니 저자 이수광 씨는 과거의 팩트에 살을 붙이는 팩션 작가로 이름 나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잭 더 리퍼, 에드 게인, 테드 번디 등과 더불어 한국의 유영철, 김대두, 우범곤 등이 일으킨 범죄 현장을 소설 형식으로 묘사한다. 연쇄 살인과 관련된 범죄 실록 중엔 주로 해외에서 출간된 책들이 많았는데, 이 책은 우리나라 살인마에 대한 이야기도 다시 보게 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연쇄살인범 파일》에서도 살인마가 탄생하는 생물학적, 정신학적인 기전에 대해서는 가설 정도가 제기되었을 뿐이고, 주로 살인마의 엽기적 행각을 유형화 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전 세계 세기의 연쇄 살인마들》 에서는 명확하게 인간 유전자 속에 살인과 폭력의 본성이 새겨져 있었으나, 인류 문명이 발전하고 인간이 도덕성을 갖추게 되면서 이러한 살인 본능이 대부분 사라졌다는 의견을 밝힌다. 우리 주변의 광적인 연쇄 살인마들은 지속적으로 솟구치는 살인 본능을 억제하지 못해 연쇄 살인 또는 대량살인을 벌이고 있는 것이란 주장이다. 기근, 전시 상황, 군국주의 사회, 불우한 가정사, 여성에 대한 증오 등 다양한 원인들이 살인 충동에 영향을 줌을 보여주는 저자의 통찰에 감탄한다. 책 속에 담긴 살인마들도 이런 다양한 요인들을 골고루 보여줄 수 있는 인물들로 추려진 것 같다. 

1장은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이란 제목, 2장은 광기의 연쇄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8명의 살인마에 대해 이야기 한다. 1장 또한 광기의 연쇄 살인이라는 이름 아래 2장 아래 포함되는 내용일 것 같은데 구태여 1장과 2장으로 분리해놓은 것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모든 연쇄 살인이 부녀자를 노리거나 그러지 않거나 하는 두 종류의 유형만 있는 것 처럼 오해가 될 것만 같았다. 과거의 연쇄 살인자 중에는 남녀 가리지 않고 성적 유린과 살인을 자행한 범죄자도 있었건만. 

한편 분량의 많은 장면이 범죄를 저지르는 장면을 극적으로 묘사한 데 비해, 체포 과정은 매우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체포 상황에 대해선 정보가 많지 않았던 것일까?) 또 대부분의 살인마들이 범죄를 저지른 시기가 1950년대 이후 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인 것이 아쉽다. 최근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광기 살인마가 없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우연의 결과인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한 편으로 끝내기 아쉬우니 다음 편이 또 나왔으면 하는 책이다. 


「동물들이 살육하는 것은 오로지 먹을 것을 위해서고종족보존을 위해서다. 그러나 인간은 오락이나 유희로 살인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 하다고 생각된다.」 -98 p 

「존 노먼 콜린스는 왜 살인을 저질렀는가? 살인본능에 대해서 명쾌하게 답을 내릴 수는 없다. 인간은 누구나 살인본능을 갖고 있지만 이를 이성으로 통제하기 때문이다. 이는 살인이 중독성이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 127 p 

「1970년대에 현대 범죄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만한 중요한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왜냐하면, 테드 번디가 등장하면서 이제는 살인자가 화이트칼라층에서도 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중략). 테드 번디의 연쇄 살인은 범죄학적 측면에서도 많은 교훈을 남겼다.」 - 152 p 

「하지만 소문처럼 자신이 외조부인 사무엘 코엘의 아들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폭력적인 외조부인 사무엘 코엘이 자신의 딸을 성폭행하여 테드 번디를 낳았다면 머릿 속이 뒤집어졌을 것이다.」 - 156 p 

「테드 번디 연쇄 살인사건은 20세기 범죄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의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살인 본능이 폭발한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 많은 범죄학자가 그를 연구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 172 p 

「연쇄 살인사건은 연속살인과 대량살인으로 분류된다. 대량살인은 대개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분노조절장애가 살인의 동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 발생한 토이 무츠오 사건이나 한국의 경남 의령에서 발생한 우범곤 순경 사건도 분노조절장애로 발생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262 p 

「토이 무츠오의 난동 살인에는 일본 군국주의의 광기도 한몫 하고 있다. 그는 검은 제복을 입은 일본군처럼 검은 교련복을 입고 각반을 차고 일본군 흉내를 냈다. 이런 심리는 일본인들의 영웅이 되고자 하는 심리가 배경에 깔렸다고 보아야 한다.」 -  277 p

「인류가 영장류에서 진화를 시작하여 원시시대에 생존을 위해 공격과 살생을 한 것이 인류의 공격적, 폭력적 성향으로 유전자에 잠재하고 있다가 외부적, 내부적 요인으로 인해 살인욕망이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랬던 인류가 사회적 동물이 되고 문명과 도덕성을 갖추게 되면서 이러한 성향은 대부분 사라졌으나 돌연변이처럼 살인의 본성이 되살아나 연쇄 살인마와 대량살인마가 등장하고 있다.」 - 278 p

「즉, 누구나 살인의 본성을 갖고 있지만, 살인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억제하고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 279 p

「에드 게인이 왜 시체놀이를 즐겼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고 해도 그가 자란 음습한 환경이 더욱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 297 p 

「토이 무츠오의 대량 살인, 우범곤 순경의 난동 살인은 군국주의와 전두환 군사정권치하에서 일어났다. 군국주의와 군사정권은 폭압적이라 시민들의 자유 의지가 상실된다. 자유의지에 대한 상실은 공포에 주눅 들게 하기도 하지만 폭력적인 본성을 폭발시키기도 한다.」 - 327 p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자기 생각을 바탕으로, 증오와 분노의 감정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상태가 계속되면 폭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328 p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가난을 면치 못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과도한 분노와 소외감이 폭발하면 언제든지 이러한 살인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 - 367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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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됨을 후회함 - 모성애 논란과 출산 결정권에 대한 논쟁의 문을 열다
오나 도나스 지음, 송소민 옮김 / 반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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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오나 도나스는 이스라엘 사회학자다. 페미니스트인 저자는 이스라엘 사회 속 '엄마들' 중 연구에 적합한 여성들을 일부 선별하여 인터뷰를 함으로써 '엄마가 된 것을 후회하는 마음'이 생기는 원인과 시사하는 바를 연구한다. 연구 결과는 《엄마됨을 후회함》이라는 책이 되어 독일에서 출간되었고 사회 반향을 일으켰다고 전해진다. 알지 못했지만 이스라엘의 가부장적 사회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모습과도 닮은 듯 보여진다. 우리 사회에도 《엄마됨을 후회함》을 분명 어떤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해 보인다.

책은 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어떻게 엄마가 되었나' 에서는 여성들이 엄마가 되는 과정이 강제적인 사회적 요구에 의한 것임을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보여준다. 2장 '엄마라는 이유만으로'에서는 엄마들에게 당연한 것 처럼 요구되는 희생 정신과 무조건적인 사랑의 이미지로 인해 정작 엄마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3장 '결코 엄마가 되지 말아야 한다'에서는 인터뷰 대상 여성들이 시간을 돌릴 수 있으면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는 아이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위험한 생각 때문에 자기 혼란을 겪고 있음이 나타난다. 이런 생각이 그녀들을 힘들게 하는 이유는 사회적(혹은 본능적)으로 느껴져야 할 모성애가 아닌 감정들이 그녀들을 지배하면서 그녀들 이율배반적인 상태에 빠져있다고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육아의 스트레스만이 아니라 심지어 '아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위험한 생각이었고, 그녀들을 아웃사이더로 만들어 더욱 궁지에 몰리게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실제로 '거기'에 있고 '발생'하고 있다.

4장 '용납되지 않는 감정으로 살아가기' 에서는 임신이 왜 이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사회적 압박을 다시 한 번 둘러보게 한다. 5장 '엄마, 당신은 누구인가'에서는 엄마됨을 후회하는 감정이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감정'과 같은 것은 아님을 명시한다. 엄마들은 육아 스트레스와 자녀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고, 조심스럽게 자녀들에게 "미래에 아이 엄마가 되는 것에 대해 신중해질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고 싶다고 한다.  6장 '누구의 엄마도 아닌'에서는 이런 여성들이 '엄마됨을 후회'하는 이유를 그녀들이 처한 특성에서 찾아본다. 인터뷰에 응한 여성은 빈곤, 여성에게만 집중된 가사 노동, 가부장제에서 벗어나 조금의 '자유'라도 주어질 수 있다면 여성들의 후회는 보다 약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6장에서 언급되는 것 처럼 현대 사회에서는 일을 하는 엄마들이 '슈퍼 맘' 이 될 것을 강요한다. (책 내용으로만 보면) 남편 혹은 아버지의 역할은 이스라엘 사회에서도 가사와 육아 임무에서 자유로운 것으로 보여진다. '슈퍼 맘' 만이 아니라 '슈퍼 대디'라는 개념이 보편화되거나 혹은 '슈퍼 패런츠'라는 개념 자체가 없이 육아와 가사의 부담이 양 부모에게 분담되는 사회가 된다면 '엄마됨을 후회' 하는 여성들은 줄어들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후회라는 감정을 언급하는 것이 터부시되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현상에 대해 논하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극성맞은 페미니스트들이나 정신이상자의 객기라고 인식되어버릴지 모른다.

현대 사회는 수 많은 가치관들이 시도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육아만이 아니라 직업 사회에서도 기술의 발전과 삶의 형태의 다양화는 기성세대와 신세대간의 의견차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여성들은 그 많은 가치관 속에서 가족을 이루고 엄마가 되는 것 또한 당연히 이루어내야 할 사회적 가치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육아는 단지 시도에서 끝내기에는 후에 따라오는 (강요되든 강요되지 않든) 책임감과 여파가 다른 것들에 비해 더욱 강력하기 때문에 후회를 불러일으키지 않나 싶다.
이 책에 묘사된 엄마들의 삶 속에서는 개인의 삶을 개척하고 자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역량이 모두 육아 때문에 포기되어야 하는 것 처럼 보여진다. 또한 이는 단지 '실패를 딛고 일어나야지' 하는 문제로 끝이 나지 않는다. 아이가 조금 자라면 자유 시간이 올 것 같지만 눈 감는 날 까지 편안해질 날이 없다. 그래서 오나의 연구에 참여한 여성들의 의도는 '내 아이는 좀 더 생각해볼 여지가 있기를' 하는 가르침을 주기 위한 것이다.

오나가 '후회하는 감정'을 가진 여성들을 선별하여 인터뷰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극단적인 의견들이 이 책에 담겨있을 가능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또한 오나의 연구는 인터뷰 내용과 기존 문헌 고찰을 엮어 만든 질적 연구 수준에 머물러있다. 그래서 오나의 연구 결과는 보다 보편적인 현상에 대해 연구해야 할 빌미를 제공한다. 오나의 시도는 선구적이고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매우 중요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보다 폭넓은 연구를 위해 동물사회학(행동학), 심리학 등의 연구결과가 모아져 더 흥미롭고 논할 거리가 되는 이야기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 사회의 모습을 그린 많은 문헌들 속에서 '가족 개념'이 해체된 사회를 보곤 한다. 그게 옳다 아니다를 떠나서 미래엔 그러한 시스템이 사회에 적용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 이 책 속에서 일어나는 가치 충돌이 그런 미래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상상도 된다. 아주 먼 미래가 되면 오나 도나스의 책이 "지금의 생식 시스템을 지지해야 할 많은 원인 중 하나를 제공한 선구적 연구 결과"라고 언급될지도 모를 일이다.




"내 연구는 엄마가 되는 것이 아이를 원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떤 엄마들은 대세의 흐름에 따라 별 생각 없이 임신했다고 한다. 엄마가 되려고는 했으나 아이를 원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이라는 여성도 있다. 또 어떤 엄마들은 어릴 때부터 아이를 원치 않았지만 외부나 내면화된 압박에 굴복해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 37 p

"이야기에서 드러나듯이 여성들은 엄마가 되는 길이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인생과정 중 다음 단계'이다. 그들에게 이러한 생각이 그토록 강한 이유는 여성은 자연스레 엄마가 된다고 하는 생물학적 결정주의 문화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결정과 행동이 이성애관계 중심의 문화논리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 42 p

"또 어떤 여성들은 현재와 미래의 고독이나 권태에서 벗어나고자 엄마의 삶을 택한다. 그리고 인생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중략) 엄마가 되는 것이 반드시 여성 본연의 소망 때문이라기보다는 더 나은 상황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를 낳는 것이 현실적으로 유일한 가능성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46 p

"물론 아이들로 인한 엄마들의 감정은 한 가지가 아니다. 그것은 하루에도 여러 가지로 변할 수 있고, 오랜 시간에 걸쳐 시간적, 공간적 상황, 아이들과의 관계에 따라 변화한다. 그런데도 '좋은 엄마'로 인정받으려면 항상 똑같은 감정을 가지라고 요구한다. '좋은 엄마'라면 무조건, 무한정 사랑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비도독적 엄마'다). 게다가 출산 직후를 제외하고 몇 년 후에는 성모마리아처럼 우아해야 한다. 그리고 행복하고 풍요롭지 않아도 고난을 감수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64 p

"다른 여성들은 실망스런 경험에 더 이상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그들은 과거의 경험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은 또 다른 출산에 의해서 간단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실망, 경험과 지식은 엄마가 되면 마침내 은총으로 증명되고 부정적인 경험은 언젠가 극복된다는 사회의 기대와 일치하지 않는다." - 200 p

"즉 아이들과 후회의 경험을 이야기할 것인지, 아니면 아이들 발전에 정성을 다하며 스스로에게 침묵하라고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 질문과 엄마들의 다양한 대답은 여성들과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현실이 가능한 개선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드러낸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분명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233 p

"그 밖의 연구를 통해 엄마들 삶에 대한 사회인식 변화의 중요성도 강조되었다. 더 이상 엄마들을 주변으로 몰아내지 않고 그들에 대한 신화적 미화를 없애고 엄마들을 인간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 240 p

"하지만 집안일과 육아의 균등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아 해결을 위해 파트타임으로 일함으로써 노후대책이 힘들어지는 위험을 감주한다. 어떤 여성들은 결국 집에만 있고 또 어떤 여성들은 아이 낳기를 완전히 포기한다. (중략) 수많은 연구들이 사회의 강요와 관계 없이 일종의 참된 엄마의 태도가 존재한다는 통념, 즉 사회가 부담을 주지 않아도 여성은 천성적으로 엄마라는 관념을 그대로 넘겨받는다." - 242 p

"후회의 원인이 빈곤 때문이거나 상류층 백인여성들에게만 해당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 책의 인터뷰 내용들이 그렇지 않음을 보여준다. 엄마들이 느끼는 억압감은 오직 엄마로서의 삶에 관한 이데올로기와 사회관습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 연구에 참여한 여러 엄마들은 생활조건이 또 하나의 부담이긴 하지만 그것이 달라진다고 전혀 후회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각자 걸림돌이 되는 조건으로 꼽은 것 중 특히 세 가지가 주요요인이었다. 바로 엄마로서의 삶과 직업 사이의 줄다리기, 경제적으로 넉넉치 않은 생활, 배우자나 주변사람들에 의한 체계적 지원의 결여이다." - 246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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