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와 함께 떠나버려
아녜스 르디그 지음, 장소미 옮김 / 푸른숲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소방관 로미오는 사고로 큰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여 절망적인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런 그에게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용기와 희망을 주는 성심성의껏 간호해주는 간호사 줄리엣이다.
로미오는 자식 같이 돌봐 온 십대 동생 바네사의 임신 중절 수술까지 도와준 줄리엣에게 호감을 갖는다.
그러나 로미오는 곧 재활 치료를 위해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게 되고 둘은 편지로 연락하게 된다.
이 무렵 줄리엣의 인생은 암울하다. 세상 비열하고 사악하기 그지 없는 남편에게 인격 모독 당하고 살면서도 시험관 아기를 가지려고 절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미련할 정도로 그에게 꼼짝 못하다가 결국은 어렵게 가진 아이 조차도 자연 유산하고 줄리엣은 어린 시절의 고향으로 무작정 떠난다.
그리고 계속 줄리엣과 인연을 유지 하여, 병원에서 줄리엣을 봐주던 로미오는 줄리엣이 사라진 것을 알고 그녀를 찾아 떠난다.
바네사의 도움을 통해 로미오는 자신이 줄리엣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미련하다고 하기엔 정말 경박한 표현이겠지만 읽는 내내 답답함과 괴로움을 자아내는 줄리엣의 모습에 고구마 몇십개는 먹은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남편이 사악하고 폭력적이니 아내가 무력해지는 것은 거의 최면과도 같이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그렇게 되도록 몇번이고 인격 모독을 당하는데도 정신 차리고 자기 인생을 지켜내지 못한 줄리엣. 그 줄리엣이 드디어 각성(?)하고 그 악마에게서 벗어나기로 하는 데 까지 겪어야 했던 일이 '자연유산'인 것 처럼 소설을 묘사하고 있다. 줄리엣의 할머니나 로미오 조차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엔 다 의미가 있다' 이러면서 자연유산을 겪고 드디어 빠져나오게 된 줄리엣에게 안도감을 표시한다.
이 무렵 내 머릿 속엔 계속 오래전부터 내 친구가 해오던 말이 떠올랐다.
"지인지조."
지 인생 지가 조진다고..............
스릴러 와이프물 (소설 <나를 찾아줘> 같은)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이런 고구마를 읽으니 답답한 감도 있었지만.
출판사 측에서는 '힐링 스토리'라고 하는 듯 하다. 아마 작가의 작품들이 힐링 계열인 듯 하다.
이전부터 느낀 건, 정말 나는 '힐링물'을 싫어한다는 점.
우여곡절 끝에 결국 줄리엣과 로미오는 만나게 되고. 줄리엣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다.
바네사는 줄리엣의 간호사 동료인 연상남 기욤과 사귀고 있다. 소설 전체가 로미오, 줄리엣, 바네사 시점의 이야기로 진행이 되는데. 이 십대 바네사의 연애관이나 인생관을 서술하면서 줄리엣과는 달라질 인생을 연상 시키는 듯도 하다. 전체적인 흐름에서 보자면 바네사의 이야기는로미오에게 '자상한 오빠' 역할을 입혀 준다는 것 정도 말고는 있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다.
안타깝게도 다 읽고 나서 큰 감동이나 여운, 충격.. 그 어느 것도 느끼지 못할.. 뻔했는데 끝에 울컥한 부분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