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정치다
송영애 지음 / 채륜서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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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키워드가 여기저기 넘쳐난다. 맛과 비주얼, 식당 분위기에 주목하면서 먹방 스킬을 보여준다. 음식을 메인으로 해서 다른 주제와 결합시켜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 요새 서점에선 동떨어진 키워드를 조합하여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시도를 찾을 수가 있다. 음식과 정치. 이 두가지가 만나 <음식이 정치다>라는 책이 나왔다.


저자는 정치에서 음식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가 정치는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책은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 두 장에서는 정치인들의 식사에서 정치적 코드를 읽고, 음식 관련 정책들을 둘러본다. 뒤의 두 장에선 특정 식품들이 조선시대부터 갖고 있던 영향력을 둘러보는 한편, 현대에 각종 비리 사건들과 연결되는 부분들을 찾아본다. 

저자는 특정 정치 사건을 먼저 꺼내고, 거기에 연관된 음식의 사회적인 의미와 코드를 소개한다. 이런 과정을 지나 마지막엔 정치 사건에 대한 저자 자신의 의견을 강렬하게 피력하고, 특정 정치인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때론 우회적인 표현을 써가며 비유적으로 비판을 하기도 한다. 이야기는 정치인들이 단식 투쟁을 벌였던 사건들을 돌이켜보고, 조선시대 왕들도 식사량을 줄이며 자기 의견과 사념을 관철하려 한 적이 있다고 소개한다. 그리고 독재 시절과 달리 현대의 단식 투쟁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선택지가 되었다고 꼬집는다. 이어서 선거철 때 후보들이 재래 시장을 돌며 '서민 음식'을 먹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서민 음식의 의미란 무엇인지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이어진다. 


족발, 어묵, 전 같은 서민 음식이 사람들의 주린 배를 채우고 행복감을 안겨준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선거철에만 서민 음식 먹는다고 유세 떨지 말고 진정으로 서민 생활을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이라고 신랄하게 꼬집는다.


당파나 이념에 상관없이 최근에 벌어진 다양한 정치사건과 인물들을 비판하는 와중에 다양한 시간대를 넘나들며 각종 사건을 폭넓게 다루고 있는데, 음식과 연관지어 생각하기 어려운 사건들까지 등장하고 있어 저자의 필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근대사 중 하나인 '민족대표 33인'에 관한 언급은 과거사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했다. 


책은 자장면과 짜장면 표기법과 관련된 일화로 마무리된다. 짜장면 표기가 인정되기까지 정치적인 노력들이 있었다는 점을 몰랐던 게 무안해졌다. 음식을 키워드로 해서 보면 다양한 일화들이 오히려 '정치화'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짜장면 일화에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은 무상급식 폐지, 성완종 리스트 사건, 한식 세계화 사업, 사대강 사업 등을 다루며 특정 인물에 대해 저자가 다소 격하고 지나치게 솔직한 의견을 표현하는 것 같아 불안한 느낌도 들긴 했다. 정치 관련 책을 읽을 때 피할 수 없는 감각이란 생각이 들었다. <음식이 정치다>에서 음식에 대한 얘기는 단지 정치 사건을 들춰 꺼내어 비판하기 위해 차용한 소재에 불과한 느낌이었다. 정치관련 파트와 음식관련 파트를 정확히 딱 둘로 나눠 두 개의 책을 낸다면, 아마 어느 한 쪽도 완성도가 높진 않았을 거다. 


이 책은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도서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학문적인 필체를 이용해 자기 주장을 명료히 전달하며, 다양한 문헌을 조사해 근거 있는 정보들을 제공하고, 또 중간중간 맛깔나는 사진을 실어 이해를 돕고 있어 공들인 책이라는 느낌이다. <음식이 정치다>처럼 몇 가지 동떨어진 키워드를 섞어 재미있는 이야길 들려줄 신박한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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