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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인간
캐롤 K. 트루먼 지음, 신소영 옮김 / 레디셋고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대부분 짜증이 나고 스트레스가 쌓일 때 우리는 그 짜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는 도대체 왜 짜증이 나는지 알지 못할 때가 있다. 별로 화가 나는 상황이 아닌데도 불같이 화가 나는 자신에게 실망하는 일도 생겨난다. 또 어떨때는 어떤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나는 안될 거야" "나는 못해"하고 더럭 겁부터 먹어 의기소침하게 돌아서고는 한다. 이렇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짜증과 불안'의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 캐롤 K. 트루먼은 이러한 짜증의 원인이 내면에 억압되고 숨겨진 부정적 감정들이라고 말한다. 도서 『감정인간』은 부정적 감정에 휘둘리는 원인과, 부정적 감정을 끊어내고 오롯이 본인의 의지대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침서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낯설지 않다. 세계적 영성가 디팩 초프라의 영적 이론과 정신건강을 도입하여 '존재'의 가치를 일깨우며, 부정적 감정을 건강과 인생에 영향을 주는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로 인식하고 있다.

흔히 심리학에서는 본말전도가 일어난 경우를 자주 이야기 한다. 우리는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아 불안함과 두려움이란 감정을 느끼지만, 실제로는 불안이라는 감정 자체가 과거에 먼저 있었고, 그것이 계속해서 살아가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보는 일은 많지 않다. 어떤 상황에 주어졌을 때 짜증으로 반응하는 것,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는 것. 그 어느 것도 개인의 선택과 의지에 달려있다. 그런데 부정적인 감정은 무의식중에 우리가 그 상황을 짜증과 스트레스로 대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 주로 이야기 하는 '부정적인 생각'은 "나는 소중하지 않아", "나는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야" 라고 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생활에서 이런 소극적인 감정을 느끼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때마다 대범해지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 대해 실망하기도 하고, 계속해서 그 상황이 짜증나게 생각되기도 한다. 책 속에서 언급되는 사례들을 보면,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자살, 약물 중독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몸에 한 번 잘못 인식된 부정적인 경험과 감정이 계속 우리 생활에 영향을 주게 하는 원인은, 우리가 그것을 마주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것과 마주할 필요가 있다. 마치 고소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단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하는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말그대로 사람들은 자기 내면에 숨겨진 상처나 부정적인 경험을 들춰내어 스스로 들여다보는 것을 두려워한다. 원인은 다양하게 있겠지만, 이 책에서 지적하는 건, 우리 사회가 우리의 치부를 감추고 드러내지 못하도록 억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린 시절, 잘못을 저질렀거나 슬픔을 느끼는 일이 있었을 때, 부모가 그 상처를 멋대로 덮어버리거나, 관심을 가져주지 않거나, 혹은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부끄러운 일인 것과 같은 인식을 심어준다. 우리는 그렇게 '솔직한 감정'을 가슴 안에 넣고 문을 잠궈 버린다. 그러고는 마치 잊어버린 것 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 "Feelings Buried Alive Never Die"처럼, 그런 경험은 지워지지 않고 삶에 영향을 준다. 궁극적으로는 '솔직함'을 잊고 '거짓된 삶'을 살도록 만든다. 스스로가 스스로일 수 없게 만드는 상황과 선택. 그것이 짜증이라는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심지어 부정적인 생각들은 우리 몸에 병을 가져오기도 한다. 부정적인 생각은 호르몬에 영향을 미치고, 세포 면역력을 떨어뜨려 가벼운 증상부터 암처럼 심각한 질환까지 다양한 증상을 겪게 만든다. 부정적인 감정은 줄곧 긴장하게 만들어 신경증이나 공포증(포비아)을 일으키기도 한다. 요컨대 인간의 육신과 감정을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으며, 그래서 '정신건강'도 챙겨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에서는 재미있게도, 다양한 질환별로 관련되어 있는 부정적인 감정의 종류들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의 병은 어떤 특정한 감정들과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꿀 수 있는 수단으로서 '감정노트'를 제안한다. 일단 자기 자신의 내면을 마주한다. 그렇게 해서 억압되고 숨겨져 있으며 인식하지 못했던 부정적인 감정을 일단 마주하자. 그 다음은 '감정노트'를 쓴다. 지금 느껴지는 감정, 화, 짜증. 이것들을 숨기지 않고 노트에 적는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과 '반대'되는 긍정적인 감정들을 "나는 하다." 라는 문장의 빈칸에 적고 되뇌인다. 거짓말 같지만, 이렇게 자기 감정을 솔직히 인식하고 그것과 반대되는 감정을 스스로에게 부여함으로써 화가 가라앉고 긍정적인 마인드가 생겨난다고 한다. 마치 긍정의 주문 "하쿠타마타타" 처럼. 이 책의 좋은 점은 바로 쉽다는 점이다. 노트를 쓰고,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말을 읽어주는 것.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스스로 해볼 수 있다는 게 바로 강점이다.

'감정노트'를 적을 때는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과 용서, 관용' 을 떠올리며 문장을 적는다. 저자는 계속해서 우리가 누군가를 싫어한다면, 그 사람에게서 스스로의 싫은 점을 거울처럼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관계도 마음먹기에 달려있으며, 사랑이라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느낄수만 있다면 상황은 보다 긍정적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또 우리 주변의 사람들-특히 어린 자녀-과 관계를 하는 데 있어서 관용이 없이 상대방을 멋대로 하려고 하는 태도를 취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자칫하면 상대는 영영 마음의 문을 닫고, 침묵의 관계를 지속하게 될 것이며, 부정적 감정을 내면에 축적해 그것들로하여금 인생을 좌우하도록 만들어버리고 말 것이다.
때로는 '감정'의 형태를 말로 구체화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책에는 다양한 '어휘'로 설명되는 감정의 종류들이 「부록」에 실려있다.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에 다양한 것들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이런 부정적 감정들에 대비되는 긍정적인 감정들의 종류 또한 나열해 놓아, 각자에게 필요한 '문장'을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목록들은 경험에 의해 생산된 것이고, 그래서 더욱 효과적이고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책 전반에 걸쳐 '말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느끼게 된다. '감정노트'를 쓰고 스스로의 감정과 기분을 컨트롤하다보면 '말하는 대로 된다'라는 것을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말의 힘을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삶을 긍정적으로 바꿔나갈 수가 있다. 그 전에 먼저 중요한 것은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계속해서 두려움과 공포로부터 눈을 돌리지 말고 마주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저자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스스로 변화할 의지'를 깨워주는 데에 큰 계기를 제공한다. 과거나, 혹은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다보면 우리는 짧은 인생을 허무하게 소비해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감정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익혀야 할 것이다.

'감정노트'를 이용한 감정컨트롤 방법의 요점은 아래와 같다.
○ 즐겁고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주도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자.
○ 그리고 긍정적인 '자기 모습'을 그려보고 주문처럼 말로 해보자.
○ 이 때 무조건적인 사랑의 마음으로 현실과 사람들을 물처럼 받아들이자.
이 책을 통해 그 동안 알 수 없던 짜증과 불안의 원인을 마주하고 긍정적인 자기 모습을 그려본다면 인생의 활력을 되찾고 성취감이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며, 무엇보다 자신을 더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게 될 거라 기대해본다.